지난 며칠 사이 한국의 주요 언론들은 출범한
지 얼마 안된 벤처기업의 인수합병 소식을 전하느라 많은 지면을 할애하였다. 확인이 되지 않은 추측성
기사도 있었고, 틀린 분석 기사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기사 내용 중에 하나가 바로 ‘먹튀’논란이다. 과연 대한민국언론이
종종 기사의 제목으로 사용하는 단어인 ‘먹튀’란 말은 무엇일까? 정통사전에는 이런 신조어에 대한 설명은 아예 없고, 신조어를 다루는
사이트에는 다음과 같이 정의 내리고 있다.![]()
'먹고 튀다'에서
나온 말로 '몸값을 못하는 사람'을 사람을 뜻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스포츠신문에서 많이 사용한 말로 고액연봉을 받고 활동이 부진한 스타들을 '먹튀'라고 표현했다. 이후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통용되었다. '먹튀 같은 놈' '얘도 먹튀네.' 'xx에서 또 먹튀랑 계약을 했군.' '쟤 먹튀야.' 등과 같이 사용한다.
고백 – 아이고
배 아파라!
사실 티몬이 출범한 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았던
작년 6월 경, 소프트뱅크벤처스는 투자를 협의하였었다. 투자를 하고자 했던 이유를 크게 보면 ‘1) 매력적이며 검증된 사업모델 2) 한국시장에서의 First Mover Advantage 3) 스마트함, 실행력 그리고 열정을 겸비한 젊은 경영진 4) 글로벌 M&A의 가능성과 높은 기대수익’ 이라고 정리 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회사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 이런 저런
조건이 맞지 않아서 결국 투자 결정을 하지 못하였고, 비슷한 시기에 협의를 하고 있었던 다른 국내외
창투사는 과감하게 의사결정을 하고 투자를 집행하게 된다. 금번 티몬의 인수합병 소식을 접하면서 무엇보다도
우리가 투자 협의시에 판단한 이유가 틀리지 않았음에 놀랐고, 우리는 투자를 못했는데 너무도 좋은 가치로
투자를 회수하게 된 다른 창투사들을 지켜 보면서 배가 아파서 미칠 지경이다. 겉으로는 ‘점잖게’ 축하를 드리며, 속으로는
‘아이고 배야!’
초기기업 인수합병은 벤처생태계의 에너지원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벤처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한 해석과 대안을 제각각 내놓기도 한다. 물론 외양으로만 본다면 한국의 벤처생태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다. 100여개 넘는 창투사들이 투자를 하고 있고, 매년 수 많은 기업들이
새롭게 설립이 되고 있고, 창업투자를 위한 자금이 2조원이
넘게 대기 중인 상태이며, 정부는 신성장동력이네, 창의자본이네, 1인창조기업이네 하면서 쉴새 없이 창업과 벤처를 독려하고 있는 현상만을 본다면. 그러나, 벤처생태계의 속을 살짝 들여다 보면 그 허술함과 허약함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도전과 모험정신을 한껏 품고서 벤처창업에 뛰어드는 젊은
기업가들의 숫자는 여전히 제한적이며, 아이디어에 한판 승부를 거는 엔젤투자자는 2000년 닷컴버블의 붕괴 이후 거의 씨가 말라 있으며,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는 창투사는 손으로 꼽을 지경이다. 이렇듯, 벤처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토대가 무너져 있는데 생태계가 어찌 제대로 작동을 한단 말인가? 더군다나, 벤처생태계를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가 바로 다름 아닌 초기기업인수합병 (Early Exit through M&A)이다. 이번에 티몬이
성사를 시킨 바로 그것! ![]()
창업을 하는 모든 기업이 끝까지 성장을 하고
성공을 한다면야 생태계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야구에서
모든 투수가 모든 게임에서 항상 완봉/완투를 할 수 없는 것 처럼 벤처기업도 모두가 애플이나 네이버나
넥슨이나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아주 다양한 형태의 Early Exit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고, 그러한 Early Exit을 통해 투자를 회수한 창투사는 재차 투자에 몰두하게 되고,
기업가들은 일정기간 인수해 준 기업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경우도 있고, 혹은 새롭게 또 다른
도전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특히 Early M&A의
대부분은 이른바 Talent acquisition (유능한 인재의 확보)이기 때문에 대부분 계약을 통해 몇 년간 인수를 해 준 기업을 위해 성심 성의껏 일을 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Early
M&A는 벤처기업가들, 이미 성장한 잠재적 인수기업들, 투자가들 모두가 이기는 게임이 되는 것이다. 물론 그 인수합병이
무조건 성공을 한다는 보장은 없긴 하지만.
티몬은 어린 먹튀?
티몬의 신현성대표가 이번에 내린 결정 (당연한 말이지만 이 결정을 내린 주체는 아마도 신현성대표를 중심으로 한 티몬의 이사회 멤버들일 것이다. 티몬은 투자자와 경영진이 합심하여 지난 1년간의 성장을 일구어 내었다고
본다)에 대한 언론의 보도를 보노라면 긍정적인 논조 보다는 부정적인 논조가 더 많은 듯 하다. 외국계 기업에 한국의 1등 기업을 매각하는 것이 아쉽고 안타깝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없지 않아 있는 듯 하다. 그러나, 티몬의
가치를 인정해 준 기업이 어쩌다 보니 외국기업인 걸 어쩌겠나? 무엇보다도 그 부정적인 논조의 핵심이
바로 ‘먹튀’논란인 듯 하다. 사실 먹튀라는 말은 이번 뿐 아니라 지난 십 수년 간 한국금융경제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던 외국계 투자은행, PE (Private Equity), 헤지펀드 (Hedge Fund)들이
투자를 회수해 갈 경우만 생기면 무조건적으로 ‘먹튀’라고
비난하고 조롱해 왔기에 뭐 그다지 생소한 것은 아니다. 앞서 있었던 대규모 먹튀들(?)에 대해서 변명이나 평가를 해 줄 여유도, 이유도 없지만 이번
티몬의 경우만은 좀 명확하게 해석하고 평가를 하는 것이 벤처생태계를 위한 것이라 믿기에 그 동안 잠시 멈추었던 블로그의 창을 이렇듯 급히 열었다.
신현성대표는 먹고 뛰어라
분명히 말하지만 티몬의 신현성대표는 ‘먹튀’가 아니다. 그를
비롯한 창업동지들이 투입한 열정과 노력은 충분히 보상을 받아 마땅하며, 그것을 믿고 투자를 해 주었던
창투사들도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분명히 주요한 핵심 경영진들은 앞으로도 티몬의 성장과
수익창출을 위해서 향후 몇 년간 지금까지 기울여 왔던 노력 그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신대표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이 어디 딴 나라로 가거나, 이번에 창출한 수익을 뒤로 빼돌려서 세금을 탈루했다거나, 바로 현금화시켜서 뒤도 안 돌아 보고 벤처와는 결별을 할 것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으면 ‘먹튀’라고 비판을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단지 높은 가격으로 회사를 매각을 했다고 해서 ‘먹튀’라고 비난하는 것은 결코 점잖은 일은 아닌 듯 하다. 우리는 신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얼마나 긴 시간 동안 인수된 티몬을 위해 일을 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응원을
해 주는 게 어떨까?
“신대표! 많이 ‘먹’었으니
더 멀리 더 높이 ‘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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