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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동시대의 철학과 문화와 정치적인 역관계가 투영되어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특히 어떤 특정한 집단이나 사물을 지칭하는 고유명사의 경우가 그 변화가 더 무쌍한 편이다. 그러나 해도 너무한 경우가 가끔씩 있다.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이름 붙이기 경쟁이 바로 그것이다.

 

중소기업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하여 1962년에 설립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290만 '중소기업' 권익을 대변한다고 자처하고 있다. 전국의 1만여 '벤처기업'의 재도약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강변하고 있는 벤처기업협회는 1995년에 설립되었다. 1996년 정부는 지금은 없어진 산업자원부의 외청으로 중소기업청을 신설하여 작지만 강한 '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또 정부는 일반중소기업과의 차별성을 전제로 혁신형중소기업이라는 내용의 이른바 '이노비즈기업'이라는 자격을 부여하여 지원을 해 오고 있다. 최근 정부는 신성장동력, 창조형기업, 전문기업, 혁신형중기 등의 개념을 앞세워서 작은 규모의 기업의 육성을 통한 금융 및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하여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책입안자들은 왜 하나같이 같은 내용을 가지고 새로운 이름을 지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일까? 껍질을 까 보면 항상 같은, 혹은 유사한 내용의 정책인데도 불구하고 늘 다른 명칭을 붙여서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는 것일까? 아무리 멋진 이름을 지어도 실상 이제는 별로 새롭고 신선하지도 않은데도 말이다. 다들 작명을 하는 것을 취미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든다.

 

미국에서는 벤처기업을 부를 때 'Start-up company’라고 한다. 그냥 출발을 새롭게 하는 회사이다. 그 기업이 규모가 어떻든, 어떤 기똥찬 기술을 가졌든, 얼마의 일자리를 창출하든, 대기업과 차별성이 있든 말든지 간에 그냥 ‘start-up’이다. 그리고 그 말은 미국 벤처투자의 40년 넘는 역사 동안 변하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변할 일이 없을 듯 하다.
 

나는 친미주의자는 아니다. 그리고 실리콘밸리나 루트 128을 막연히 동경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한가지 딱 부러운 것이 있다. 실용주의적 일관성이다. 정부가 바뀌고 권력이 바뀌고 경제주체의 철학과 전략이 바뀌어도 여전히 용감무쌍한 벤처캐피털이 있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재능 많은 인재들이 있고, 그들의 합작으로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는 ‘Start-up’들이 있다. 그런 기업들이 가진 내적인 역량의 실체가 혁신적이고 창조적이고 전문적이고 첨단적인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새롭게 출발을 하다 보니 그 규모가 작은 것이다. 중소기업이면 어떻고, 영세기업이면 어떤가? 매출이 크면 어떻고 작으면 어떤가?하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그냥 성실하게 출발을 해서 커 나가는 기업들이 많은 그런 환경이 가끔은 부럽다.
 

내가 투자를 할 기업을 부를 때 ‘혁신형-이노비즈-첨단기술-전문-중소-신성장-창조형-벤처기업’이라고 불러 주어야 하는 이런 것이 바로 지속 발전의 걸림돌이 아닐까? 무어라 부른들 어떠하리. 그저 무럭무럭 성장해 나가기만 해 주면 더 이상 바랄 것인 없을진대...


2009/05/22 15:08 2009/05/2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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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ttp://mrkiss.myid.net/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심하게 동감합니다.
    감각적인 우뇌 우세형이 수적으로 많은 우리나라 사회의 특징이 아닌가 싶어요. 복잡하게 따지기 보다 일단 겉보기에 그럴듯한것을 선호하다보니그런 현상으 두드러지는것 같습니다.
    논리적 분석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해법일까요? 단기적으로는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2009/05/22 18:40
  2. uncle venca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이 당면한 모든 난제들의 근원은 역시 '교육'에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경제든, 정치든, 사회든, 문화든 심지어는 스포츠분야에 이르기까지...그래서 그 어느 누구도 감히 눈에 확 들어오고 귀에 쑥 들리는 그런 해결책을 내어 놓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 또한 말씀하신 바와 같이 교육이 해법일 듯 합니다. 장기적으로 봐서는...그러나 단기적으로 해결책을 내 놓는다면 우리 모두 형식과 굴레를 벗어도 별로 불편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 부터 많이 노력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9/05/26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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