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가정형’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서 가끔씩 지난 역사에 대해 ‘만약에’라는 전제를 덧붙여서 상상을 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예를 들면, 필자는 때때로 이런 상상을 해 본다.
- 만약에 아메리칸 인디언이 유럽 열강들에게 미국 대륙을 빼앗기지 않았다면 지금 미국은 어떤 모습일까?- 만약에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지 않았다면 우리는 무슨 언어로 지금 이 블로그를 작성하고 있었을까?
- 만약에 알코올이 없었다면 해가 진 이후에 인간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을까?
과거에 대한 상상은 그 결과에 대한 어떤 중압감도 없기 때문에 인간이 가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자유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그것이 현재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한 가정을 몇 가지만 해 보면 다소 심각해 진다.
- 만약에 딱 3일간 서울 전역에 전기가 공급이 되지 않는다면?
- 만약에 정말로 대단한 해커가 나타나서 전세계의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이 된다면?
- 만약에 신종플루의 변종이 급속히 생겨서 그 어떤 치료제도 효과가 없어진다면?
너무 걱정이 앞서서 세상의 모든 일을 음모론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소재거리가 되겠지만 현재 사회에 대한 가정은 다소 우울하고 근심스러운 상상들이다.
오늘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수 많은 상상들 중에 다음과 같은 상상의 나래를 한 번 펼쳐 보려 한다.
만약에 한국의 벤처기업들 중 다수가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창업을 했다면?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벤처투자를 해 오면서 척박한 (때로는 천박하기조차 했던) 한국의 벤처산업 환경에 둘러 싸여 말도 못하는 고생을 하고 있는 보석과도 같은 벤처기업을 발견했을 때 가끔씩 ‘아! 저 친구가 실리콘밸리에서 이 일을 시작했더라면..’하는 생각을 해 왔었다. 물론, 그런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성장을 해 나가고 있는 많은 기업들이 있기에 작금의 환경을 그저 탓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환경과 여건이 너무도 많은 격차를 보이기에 안타까움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아래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실리콘밸리의 대표기업 132개의 주식정보를 한꺼번에 모아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http://studio-5.financialcontent.com/mn ··· %24sv150
지난 주까지 전체 132개 기업의 시가 총액의 합이 자그마치 1,356조원 (USD 1,147 Billion/환율 1180원 기준)이었고, 이번 주초에 대부분 3-4%씩 상승을 하여 다소 더 올라 갔을 것이다. 참고로 지난 주를 기점으로 한국주식시장 전체 (거래소+코스닥)가 1,000조가 넘었다고 한다. 132개 기업 중 상위 10위까지를 보면 Franklin Resources라는 Financial Service를 제공하는 회사를 빼면 9개 모두가 세계 1위의 기술기업들이다 (시애틀이 본사인 Microsoft와 뉴욕주에 있는 IBM, 일리노이에 있는 모토롤라 등은 그 132개 기업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그 상위 10개 기업의 시가 총액 총합이 1,016조원이니까 미국 주식 시장도 역시 The winner takes it all의 진면목을 보여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이 그 기업의 모든 것을 대변해 주지는 않으며, 우리나라에는 무려 시가총액이 120조에 달하는 삼성전자라는 거대기업도 있다. 위의 순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라클 다음으로 당당히 6위에 랭크가 될 수 있는 기업이다. 그러나, 아쉽고 안타까운 점은 바로 이 대목이다. 실리콘밸리에는 시가총액으로 봤을 때 상위그룹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의 벤처기업에 견주어서 그다지 대단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시장의 규모가 크고, 또 벤처기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수를 셀 수도 없는 많은 기업들이 당당히 존재하고 있다는 그 현실이 아쉽고 부러울 따름이다. 역설적으로, 실리콘밸리의 미국 기업들 중에서 시가총액이 천억에서 5천억 사이에 있는 기업들이 똑 같은 기술과 인력으로 만약 한국에서 창업을 했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헛된 상상도 해 본다.
이미 스타의 반열에 오른 한국의 대표벤처기업들, 그리고 아직 스타기업으로 등극은 하지 않았으나 불철주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숨은 진주들과 같은 기업들에게 그나마 이 척박한 벤처환경을 딛고 일어서서 빛나는 성취를 위해서 정진을 하고 있는 그 모습을 기리며, 2009년 한가위를 맞이하여 삼가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창업을 해서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만약에 실리콘밸리에서 일한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가끔해봅니다. 유익한 글 잘보고 갑니다.^^
2009/10/08 18:36상상은 현재를 번잡스럽게 하지만 미래를 산뜻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지요. 지금 하시는 일이 번창하셔서 실리콘밸리의 어설픈 아이들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시길...^^
2009/10/09 16:09역시나...
2009/12/28 18:54실리콘밸리는 정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곳일거에요.
반드시 더 많이 배우고 느껴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