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에게도 '고객' 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요?
VC와 같은 투자자들에게도 '고객' 이 있습니다. 바로 이들 투자자들에게 투자할 자금을 제공해 주는 주체들입니다. 이들은 다양한 목적을 가진 개인 투자자, 정부의 예산을 집행하는 공공 기관, 신규 사업을 찾는 대기업, 자본을 운용하는 금융기관, 중동의 오일 머니를 포함한 외국계 개인이나 기업 등이 있으며, 이들을 통칭하여 'LP (Limited Partner)' 라고 부릅니다.
모든 자본주의 비즈니스 Rule이 그렇듯, VC와 같은 투자자들 또한 이러한 고객들에게 더 좋은 상품 혹은 서비스를 제공해 주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제공해 주는 "좋은 상품 혹은 서비스" 란 결국

VC들의 이러한 책임은 마치 고객에게 좋은 품질의 제품을 약속한 기일 내에 약속한 가격에 납품해야 하는 제조업체들의 책임과도 같고, 고객들이 적립식으로 뮤츄얼 펀드에 맡긴 돈을 성실하게 운용하여 높은 수익을 내주어야 하는 자산 운용사 펀드 메니저의 책임과도 정확히 똑같은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VC들이 LP가 제공한 자금을 어떻게 운용하면 그들의 기대에 맞는 높은 수익을 내서 돌려줄 수 있을까요? VC는 성장하는 벤처 기업들에게 투자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투자자들이니, 정답은 "향후 성장성과 잠재력이 있는 좋은 벤처 기업들을 찾아내서 그들에게 투자한다" 일까요?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 같아 보이지만, 안타깝게도 이 말은 정확한 정답은 아닙니다. 왜 이 얘기가 정확한 정답이 아닌지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중요한 두 가지 얘기를 한 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좋은 회사도 비싸면 도루묵 - 아무리 좋은 명품이라도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면 살 수 없듯이, 아무리 좋고 전망이 밝은 벤처 기업이라 하더라도 기업 가치가 너무 비싸면 투자할 수가 없습니다. 기업 가치가 너무 비싸다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를 해도 LP에게 적절한 수익으로 돌려주기에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투자자의 입장을 회사의 기업 경영진들에게 설득시키고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은 생각보다 힘겨운 과정인데 그 이유는 기업 경영진들도 기업 가치에 대해 매우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즉, 인생을 걸고 하는 비즈니스의 가치가 구체적인 '가격' 으로 명시되는 것도 유쾌한 일이 아닐진대, 투자자로부터 기업 가치가 너무 높으니 적절한 수준으로 낮추어야 한다는 등의 커뮤니케이션은 결코 흥미로운 협상 주제일 수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난감한 것은 이러한 기업 가치를 정확하게 명시해 주어서 모든 주체들의 관점을 만족시킬 수 있는 모델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입니다. 서로 간에 회사를 바라보는 각도와 관점이 달라서 기업을 바라보는 가치에 대한 Gap은 존재할 수 밖에 없는데 이 Gap이 지나치게 커지게 되면 줄이는 것이 불가능하며 이러한 사유로 투자가 결렬되는 경우는 안타깝지만 수도 없이 많습니다.

투자자들이 기업에 투자한 후 회수를 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IPO를 통하여 기업을 공개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M&A나 지분 매각으로 보유한 지분을 다른 이에게 파는 것입니다. 벤처 기업에 있어서 시장이 1~2년 지연된다든가, 실적의 성장이 예상보다 느려 IPO가 지연되는 경우는 늘 일어나는 일입니다. 혹은, 대주주 등이 IPO를 원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IPO 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러한 경우에 유일한 투자 회수 방법은 회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설령 VC 입장에서 향후 회사가 더 크게 성장할 거라는 믿음과 확신이 있더라도 어쨌건 펀드 만기 시점에는 LP에게 회수금을 돌려주어야 하는 deadline issue 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여 현금화해야 하며, 결국 펀드 만기가 되면, 타이밍 이슈에 의해 적절한 기업 가치보다 상당히 discount가 된 가격을 감내해 가며 허겁지겁 지분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자주 일어납니다. 영원히 함께하지 못하고 LP에게 일정 기간 후에 자금을 돌려주어야 하는 VC의 입장에서는, 현금화할 수 없는 우량 벤처 기업의 지분이라는 것은 일종의 그림의 떡과도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VC들의 기업에 대한 투자는 영원히 함께 사는 결혼이라기 보다는 3~5년 간의 동거라 볼 수 있겠습니다.

단언컨데 소프트뱅크를 포함한 많은 VC들은 그들 자신을 자본의 원리에 충실한 금융인으로 규정하기보다는 훌륭한 기업가분들을 찾아내어서 적극적으로 support하고 함께 좋은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Value Creator가 되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VC들이 LP들을 설득시킬 만한 적절한 수익율을 창출해 내지 못한다고 한다면, 이러한 노력은 현실보다는 이상에 가까운 것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LP들은 자선 사업가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일 시장에서 VC 펀드의 낮은 수익률이 반복된다고 한다면, 시장 경제의 원리에 의해 유동성은 다른 대체 투자처로 흘러들어갈 것이며, 이에 벤처 투자로 유입되는 자금은 줄어들겠지요.
VC들이 "좋은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것" 이외에도 1) 그 좋은 벤처 기업의 기업 가치가 수익을 올릴 만한 적절한 기업 가치인지, 2) 3~5년 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대상 기업인지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것을 바꿔 얘기해 보면, 좋은 벤처 기업의 기업가 분들이 위의 2가지를 VC와 함께 고민하여 현실적인 해답을 얻을 수 있게 된다면, 그 기업은 VC 입장에서는 첫 번째의 투자 대상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왜냐하면, 분명히, VC에게도 고객이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를 받으려고 준비하는 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좋은 글이군요..
2010/02/08 15:02감사합니다.
투자와 관련되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또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도움이 되셨다니 기쁩니다.
2010/02/09 10:44준비하시는 일에 참고하셔서 꼭,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