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12일은 여전히 한국경제의 거인으로 남아 있는 호암 이병철회장의 탄생 100주년이었다. 그 즈음에 그의 업적을 기리고, 또 재평가하는 다양한 작업들이 삼성그룹 내 뿐만이 아니라 학계나 언론계에서 다양하게 진행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삼성그룹과 이병철회장의 ‘한국현대사’에서의 입지에 대해서는 왈가왈부를 할 사람들은 무척 많을 듯 하지만, 지금 현재 삼성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모든 일에는 늘 명암이 있는 법이니까…하지만 오늘은 호암
삼성전자가 이른바 글로벌전자기업의 절대강자였던 소니를 이겨내기 시작한 것도 채 10년이 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소니는 아날로그시대를 정복했던 전자기업이었으나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잃어버리기 시작하여, 마침내 군주의 자리를 삼성전자에게 내어 주게 되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 삼성전자를 먹여 살리는 것은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디스플레이, 모바일기기, 심지어는 아날로그였던 TV까지 삼성이 만드는 것의 거의 대부분은 디지털이다. 이 디지털의 중심에 바로 반도체가 있다.
1980년 그 혼란하고 어수선했던 한국을 잠시 떠나 일본에 체류하면서 호암은 많은 전문가들을 만났다고 한다. 그 사람들 중 하나였던 한 미래예측전문가로부터 이런 얘기를 듣게 된다. ‘일본이 살 길은 컴퓨터, 반도체, 신소재, 광통신, 우주공학, 해양공학, 유전자공학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어떻게 성장시켜 나가는가에 달려 있다”는 말을…일본이 살 길과 한국이 살 길이 어떻게 다르단 말인가? 이를 들은 호암은 그 이후 3년이 넘는 연구, 조사, 자문의 과정을 거쳐서 결단을 내리게 된다. <호암자전>이라는 책에는 그러한 과정에 자세히 나와 있다고 한다.
아무튼 그가 혼신의 힘을 다해 반도체산업을 일으키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과연 주위의 반응을 어떠했을까? 감히 예측하건대, 모든 임원들이 처음에는 목소리를 내어서 반대를 했을 것이고, 막상 기흥에 공장을 짓기 시작했을 때는 반대의 의견을 입에서 우물거렸을 것이고, 사업을 시작한 1984년부터 4연 연속해서 손실을 보았을 때는 머리 속으로 반대를 했을 것이다. 그 반대논리의 중심에는 과연 무엇이 있었을까? 아마도 반대를 했던 사람들은 지극히 분석적이고 이성적이었을 것이다. 그 시기에 세계반도체시장은 딱 두 나라가 점유하고 있었다. 다름 아닌 미국과 일본! Intel을 비롯하여, Texas Instruments, National Semiconductor, Motorola, IBM 등등 당시에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미국의 절대강자들과 일본의 Toshiba, Hitachi, National, Sanyo, Sony, Sharp, Epson 등의 기업들 면면이 죄다 감히 한국의 제아무리 삼성이라고 해도 넘볼 수 없는 견고한 지위를 구축하고 있던 그런 상황이었다.
그런 시장에 후발주자로 남들 하는 것 베껴서 승부를 내고자 전력투구를 하겠다고 나선 호암의 결단에 찬성을 할 이성적인 임원들이 과연 몇이나 있었을까? 요즘 말로 이른바 레드오션 (Red Ocean) 도 그런 레드오션이 어디 있는가? 그래도 호암은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서 결단을 내렸고, 그의 경영철학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실행’을 강행하였다. 그리고 막대한 적자 행진의 마지막 해인 1987년 11월에 영면을 하게 된다. 그리고 삼성은 지난 24년간 그야말로 일취월장을 이룩하게 된다. 지난 달 CES에서
호암과 아주 비슷한 행보를 하고 있는 사람이 현해탄 건너 일본에 한 명이 있는 듯 하다. 바로 소프트뱅크의
그가 지난 2006년 일본의 3위 이동통신사업자인 보다폰재팬을 자그마치 19조원의 돈을 주고 인수할 때 (그 중 80%가 넘는 인수자금을 차입으로 조달)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 누구나 인정하는 절대꼴찌인 보다폰재팬이었고, 꼴찌이다 보니 네트워크에 투자를 점점 못하게 되어 통신의 품질은 꼴찌에 걸맞게 나빴고, 브랜드 가치도 저렴하기 그지 없었고, 더군다나 2위인 KDDI의 약진으로 인하여 모든 사람들이 일본이동통신시장은 이미 고도로 포화상태가 되어 버렸다고 믿었던 그 즈음에…
5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소프트뱅크모바일(인수 후에 사명을 변경)은 여전히 꼴찌이다. 하지만 사뭇 지위가 다른 꼴찌를 하고 있다. 아직도 이용자 숫자에 기반한 시장점유율은 꼴찌이지만 성장률, 번호이동성과, 통화품질, 데이터 사용률을 비롯하여 각종 재무지표가 1등의 지위에 올라가 있다. 많은 임원들이 5년 전 보다폰재팬을 인수할 당시 회의적이었고, 시장전문가들과 주식시장에서의 애널리스트들은 심각하게 소프트뱅크의 몰락을 예견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이다.



긴 질문의 짧은 답...용기..맞습니다.
2010/02/23 18:04가슴속의 수백번 망설임을 결정할 수 있는 원천이 용기죠..
필부와 두 분의 차이가 용기라는것에 동의 합니다.
용기는 타고나는 것일까요 아님 훈련에 의해서도 가능할까요?..잠시 생각해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격려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용기는 아마도 타고 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모두가 용기를 타고 난다는 것 또한 사실일 것 같습니다. 문제는 다들 그 타고난 용기를 자신있게 드러내고 실천할 수 있는 경험이나 기회 등을 스스로 만들어 내느냐 아니냐가 문제겠지요. 그리고 훈련으로도 가능하다고 보지만 그 훈련은 남들이 시켜서 하는 그런 훈련이 아니라 정말 스스로의 자각과 결단에 의한 자기훈련만이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요? 짧은 질문에 두서없는 긴 대답이었습니다. ^^
2010/02/24 00:33자물쇠가 있다면 키가 있다는것 또한 자명하지요.
2010/03/31 18:54좋은 글 퍼갈게요.-http://blog.naver.com/87454
2010/04/13 01:27칭찬말씀 감사드립니다. 널리 알려 주시면 저희들은 너무 감사하지요. 다만, 출처만 명확하게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2010/04/14 00:50현 시점에서 저에게 정말 필요한 글인 듯 하여 스크랩해갑니다.
2010/07/01 23:33당근 출처는 맨앞에 써놓았습니다.
http://blog.naver.com/brighteyes79/130089126582
ㅎㅎ 관심 가져 주시고, 또 스크랩까지 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2010/07/02 0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