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에 답하다 [2회] “MOU와 LOI는 마법을 부리지 않는다”

신문을 보다 보면 가끔 “00사 ᄆᄆ사와 MOU 체결” 혹은 “LOI 협약” 등의 발표 기사를 볼 수 있다. 어김없이 커다란 배너를 걸어 놓고 양사의 대표들이 악수하는 사진이 뒤를 따른다. 얼핏 보기에는 00사가 대단한 사업적 성과를 거둔 것처럼 착시 현상을 일으키기 쉽다. 뿐만 아니라 투자를 받기 위해서 벤처캐피털의 문을 두드리는 일부 벤처기업들도 자신들의 사업 파트너 혹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해 줄 대상 기업들과 체결한 MOU를 보여 주면서 사업의 타당성 혹은 안정성을 강조하거나 투자금액에 대한 협상을 시작하려는 경우도 있다. 전가의 보도처럼 매 시기마다 등장하는 이 MOU 혹은 LOI는 어떤 마술을 부리는 ‘보물의 검’일까?

우선 MOU, LOI 이런 모호한 영문 약자들이 무엇을 뜻하는지부터 알아 보자.

LOI (Letter of Intent, 의향서)는 최종 계약을 하기 전에 협약의 대략적인 사항을 문서화한 것이다. 계약의 최종적인 협상을 앞두고 통일적인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작성되는 일방적 의사 표시 또는 쌍방 의사 합치를 표시하는 계약 과정상의 문서이며 법적 구속력은 없다.

LOI가 계약 초기 과정에서 상호간의 의사를 확인하는 목적으로 작성이 되는 것이라면 MOU (Memorandum of Understanding, 양해각서)는 좀 더 포괄적이기는 하지만 계약의 다소 구체적인 조건이나 상호이해의 수준, 그리고 본 계약 바로 전단계에서의 제반 이행조치 등에 대해서 LOI보다는 다소 상세하게 정의를 하는 문서이다. 포괄적 의미의 MOU는 LOI와 마찬가지로 법적 구속력은 일반적으로 없는 것으로 봐야 하지만 법적인 구속력을 가진다는 문구로 특정하여 상호강제를 할 수도 있다. MOU는 주로 정식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쌍방의 의견을 미리 조율하고 확인하는 상징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므로 공시할 때도 의무 공시사항은 아니지만, 자발적으로 공시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추후에 본계약에 실패하는 등 이행을 위반했을 경우에는 도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LOI나 MOU 등이 물론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창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벤처 기업이거나 혹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해, 신기술 등을 갖춘 기업이라면 분명 사업을 펼쳐 성공의 문으로 들어가는 한 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법적인 강제성도 없는 MOU나 LOI와 같은 정보를 외부로 공표하는 이면에 담긴 위험성이다. 특히 상장기업의 경우 MOU 남발로 향후 시장 전망을 호도할 경우, 이는 애꿎은 투자자들의 피해로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우려는 시장에서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2000년대 초 인터넷 버블기에는 MOU나 LOI를 체결했다는 정보를 남발을 한 기업들이 회계부정, 파산, 부도, 배임,횡령 등과 같은 경제범죄를 저지르면서 최후를 맞이하게 된 사례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행여 시장감시자로부터의 공시의 요구가 있다면 적어도 경영진들이 끝까지 법적인 책임을 질 수 있는 수준까지만 발표를 하는 것 정도는 고려를 해 볼 수 있겠다. 덧붙여, 투자가들 또한 그러한 MOU등에 현혹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을 가치를 평가하거나 혹은 투자 매력도를 평가하는 기준은 그 기업의 본질적인 속성이나 경쟁력을 따져야 하는 것이지 그 결말을 알지도 못하는 몇 장의 무책임한 서류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00년 3월 닷컴버블이 꺼진 이후 한국의 자본시장은 회복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기 짝이 없다. 최고점에 지수 2,800까지 올라갔던 코스닥지수는 지난 12년 동안 아직도 500선을 넘나들며 되돌이 움직임만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미국의 나스닥이 닷컴버블 시기보다는 30% 정도 빠진 선에서 회복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도 대조가 된다. 물론 차분하게 진단을 해 보자면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기업을 공개한 기업가들이 기업의 기초 체력 향상 보다는 ‘치장(Make-up)’하는데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MOU, LOI 등을 남발하며 이를 회사 성장성의 지표로 부각하려는 것도 이에 속한다.

2012년, 넥슨이 NCSoft의 지분을 일부 인수하였다

2012년, 넥슨이 NCSoft의 지분을 일부 인수하였다

그러한 무책임함에 극단적인 대비가 되는 사례가 최근에 하나 생겼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인수한 사례를 살펴 보자. 물론 비밀주의, 신비주의, 주주외면주의 등등의 말들이 많지만 결국 그들은 MOU고 LOI고 아무 것도 없이 당사자들끼리 딱 모여서 책임을 스스로에게 전적으로 맡긴 채 계약을 하고 바로 발표를 해 버렸다. 누가 주주를 위한 자세일까? 결국에는 아무런 책임도 못진 채 성과도 만들어 내지 못하면서 MOU를 남발하는 기업일까? 아니면 시장이 놀라서 자빠질 정도의 딜을 하면서 철저하게 비밀에 붙이고 딱 거래를 한 그 사실만 발표를 한 넥슨-엔씨소프트가 주주를 더 위한 것일까?

Greg Moon
About the Author:
소프트뱅크벤처스의 투자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동시에 한국 내 지주회사인 소프트뱅크코리아의 대표이사도 겸직하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설립된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총 2,300억 원의 규모의 펀드들의 대표펀드매니저로서 운용하고 있으며, 투자 성공 사례로 Entelligent (Nexon, TSE:3659에 인수), 야후코리아 (Yahoo! Inc.,HSDQ:YAHOO에 인수), 그리고 키이스트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