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는 잊어라! – 벤처기업의 글로벌전략을 수정하자

2000년 닷컴버블로 인한 내상을 치유하는데 제법 오랜 시간을 보낸 한국의 벤처생태계는 1-2년 전부터 다시금 부활의 기지개를 켜면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잰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런 반가운 현상과 함께 또다시 한국의 벤처생태계의 ‘실리콘밸리어천가’도 부활했다. 한동안 잊혀져 있었던 실리콘밸리가 화려하게 부활한 애플을 비롯하여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몇 개의 탁월한 신화적 성공을 거둔 벤처기업들이 등장하면서 다시금 우리의 관심 영역 속으로 들어오는가 싶더니 작년부터인가 예전에 닷컴버블시대 때 그랬던 것 같이 다시 한국 벤처들의 희망봉이 되어 가고 있다.

한국의 1세대 벤처 때부터 실리콘밸리는 ‘꿈의 시장’이었다. 수 많은 기업들이 실리콘밸리를 거점으로 미국, 그리고 세계 시장 정복에 도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예전 포스팅 “한국벤처해외진출잔혹사”를 한 번 참고 해 보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랜 침묵기에서 부활하고 있는 한국의 벤처생태계가 다시 세계시장을 겨냥하는 것은 이전 보다 더 버거운 문제가 되어 가고 있다. 인터넷시대 벤처기업들은 한국 시장만을 무대로 해서도 네이버, 다음 등과 같은 성공사례가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세계 시장 경쟁 구도가 변해버렸다. 지난 몇 년 사이에 미국에서 시작이 된 서비스는 그 서비스 첫날부터 바로 글로벌마켓을 잠식해 나가는 무서운 기세를 보여 주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드인 등등의 이른바 유니버셜 서비스(Universal Service)는 해당 국가의 언어만 셋팅을 하면 바로 그 서비스를 각국에서 바로 이용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그런 기업들은 미국을 제외한 그 어떤 나라에 지사나 합작법인 하나 제대로 두지 않고 엄청난 규모의 사용자를 신속하게 모아 버렸다. 우리도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생존 자체도 어려워지는 세상이 된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한국의 젊은 벤처기업들도 여전히 역량은 부족하지만 Day-1 부터 글로벌마켓을 지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는 ‘글로벌 시장’ 하면 가장 먼저 (특히 테크 벤처의 경우는 더더욱) 실리콘밸리와 미국을 떠올린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목표도 명확하게 정하지 않고, 제대로 된 역량도 갖추지도 않은 상태에서 실리콘밸리를 향한 지옥의 질주를 할 수는 없다. 또는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몇몇 해외 거대기업들이 자신들의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제공하는 해외진출 지원프로그램을 통해서 실리콘밸리에 진출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너무 순진한 일이다. 혹은 정부에서 마련해 준 단기연수 프로그램에 선발되어서 한 두 차례 실리콘밸리에 바람을 쐬러 다녀 오는 것 만으로 역량이 갖춰질 것이라 믿는 것 또한 순박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우선, 실리콘밸리로 진출을 하고자 하는 벤처기업들 다수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져 본다.

  • 여러분의 기업은 실리콘밸리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못하는 사업모델이나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까?
  • 여러분의 기업에서 제공하는 기술이나 서비스를 소비할 고객이 그곳에 있습니까?
  • 여러분의 기업은 실리콘밸리에 있는 쟁쟁한 경쟁자들과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 여러분의 기업에 투자를 해 주겠다고 한 벤처캐피털이 혹시 거기에 있습니까?
  • 여러분의 기업에 합류하겠다는 고급엔지니어나 사업개발 전문가들이 그곳에 있습니까?
  • 여러분의 기업의 성장에 도움을 줄 사업파트너가 거기에 있습니까?
  • 여러분의 기업이 어느 정도 성공하면 인수를 해 주겠다는 기업이 그곳에 있습니까?
  •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러분을 미국사람 뿐 아니라 세계각지에서 몰려 든 다양한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논쟁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위의 질문들에 대해 그 어떤 답도 속 시원하게 답을 할 수 없다면 도대체 왜 실리콘밸리에 진출을 하려고 하는가? 정말로 위의 질문들에 제대로 된 답을 스스로 구하지 못한다면 실리콘밸리는 깔끔하게 잊으라 말하고 싶다. 글로벌 전략의 전진기지로 실리콘밸리를 삼는 것은 우리에겐 너무 버거운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완벽한 해법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꾸준하게 준비하고 노력을 기울인다면 실리콘밸리 진출만이 유일한 성공의 해법이라고 착각하면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은 줄일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노력의 핵심은 사람이 아닐까? 즉, 벤처기업 설립 초기부터 글로벌 인적 역량을 강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막연하게 글로벌 인재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다음의 몇 가지 도전적인 시도를 해 보면 어떨까?

 

외국의 인재를 활용하라

만약에 인도인, 중국인, 혹은 유대인이 없었다면 실리콘밸리의 성공신화는 80년대 말에 막을 내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사람들과 더불어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러시아, 헝가리, 체코,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의 동구유럽권에서 몰려 온 참신한 인재들도 실리콘밸리의 중요한 인재풀이 되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들은 그냥 실리콘밸리에 녹아 들어서 미국 사람, 미국 기업들의 구성원들이 되어 버렸다. 여기서 착안을 해 보자면 한국의 벤처들도 이제는 외국의 역량 있는 인재들을 받아 들이고 그들과 함께 성장을 해 나가는 것을 시도해야 한다. 나중에 그들이 자기들이 태어난 나라와의 사업적 끈을 잇는 가교의 역할을 해 나갈 수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실리콘밸리가 받아들인 인재풀은 이미 너무 멀게만 느껴질 것이다. 그렇다면, 과감하게 동남아시아의 인재를 발굴해 보자. 현재 우리나라의 각 대학에 보면 동남아에서 유학을 온 친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들과 만나서 사귀고 함께 도전을 시작해 보라. 그렇게 유학을 온 학생들 뿐 아니라 정부의 지원기관 등에게 요청을 해서 해당국가 유수 대학의 인재들과의 교류의 장을 열어 달라고 요구를 해 보자. 싸이를 비롯하여 한류의 덕을 좀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벌써 한국의 몇몇 벤처기업들에서는 그러한 외국인재들과 사무실에서 함께 일을 하고 있는 장면이 눈에 띄기도 한다.

유학생들도 좋은 인재풀이다

다음으로는 외국에 유학을 하고 있는 한국의 유학생들에게 구원의 손짓을 해 보자. 미국에만 10만여명, 중국에 8만여명, 유럽과 동남아 등 다른 국가들에도 3만명이 넘는 유학생들이 있다. 물론, 그들 모두가 기업가정신이 충만하고 벤처기업에 투신을 하고자 마음을 먹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노력을 기울여 본다면 이미 외국어 능력을 겸비한 자질있는 유학생들도 제법 많이 있으며, 그저 스펙만 쌓기 위해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멋진 도전을 해 보고자 하는 마음을 먹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고 믿는다. 다만,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를 뿐이다. 각 대학에 반드시 존재하는 한인학생회에 연락을 하여 회사를 소개도 하고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역설을 하라. 겉멋만 잔뜩 들고 혀만 살짝 꼬부라져 있는 그런 학생들도 있는 반면에 여러분 이상으로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유학생들이 의외로 행운의 열쇠를 쥐고 합류할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중국의 벤처기업들을 보면 해외유학파들이 다수 있는데 그들이 미국 등 해외진출의 절대적인 필요 인력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왕년의 무역역군들도 있다

다소 생뚱맞은 대안일지도 모르지만 과거 한국의 경제부흥을 일구어 낸 주역인 무역전문가들도 좋은 글로벌인재풀이 될지도 모른다. 이미 중년으로 접어들었거나 현역에서 물러나신 분들도 많겠지만 ‘에스키모한테 냉장고 팔고, 사하라사막에서 난로를 팔던’ 무역 역군들은 어쩌면 가장 전투적인 글로벌인재들일지도 모를 일이다. 나이가 문제가 된다고 느낀다면 여러분들은 절실함이 없는 것이다. 일본의 벤처기업들 중에서는 특히 은퇴한 과거 종합상사 출신 인재들을 비교적 합리적인 비용을 들여서 잘 활용을 해 나가는 기업들이 다수 있다.

 

결국, 사람이 문제이다. 그런 사람들이 찾아서 함께 뜻을 모아서 이제는 기회의 땅으로 발길을 돌려라. 컨텐츠와 미디어 사업을 하고 있다면 어쩌면 일본도 좋은 시장이다. 모바일 서비스로 솔루션 관련 벤처를 한다면 막 경제성장기에 접어 든 동남아 국가들도 훌륭한 시장이 될 것이다. 20억 인구들로 구성된 단일종교권인 중동 및 아프리카의 이슬람국가들도 아마도 한국의 선진적인 IT기술을 여과없이 받아 들일 것이다. 이렇게 가능성이 열려 있는 시장들이 많은데 왜 아직도 실리콘밸리의 101도로에서 렌탈카의 기름만 낭비하려 드는가?

‘판교밸리나 구로밸리로 취업을 하거나 투자유치를 하거나 창업을 하려고 몰려오는 미국 젊은이들을 보는 그날을 꿈꾸며’

 

Greg Moon
About the Author:
소프트뱅크벤처스의 투자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동시에 한국 내 지주회사인 소프트뱅크코리아의 대표이사도 겸직하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설립된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총 2,300억 원의 규모의 펀드들의 대표펀드매니저로서 운용하고 있으며, 투자 성공 사례로 Entelligent (Nexon, TSE:3659에 인수), 야후코리아 (Yahoo! Inc.,HSDQ:YAHOO에 인수), 그리고 키이스트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