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에답하다 [3회] “멘토전성시대의명과암”

바야흐로 ‘멘토’들의 수난시대다.

몇 달 전 ‘독설 멘토’로 전성기를 맞았던 김미경씨가 인문학 폄하 발언과 논문 표절 의혹으로 잘나가던 ‘스타 강사’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방송, 기업체 강연 등으로 상종가를 치다가 한순간 방송에서 하차하고 ‘김미경식 힐링’은 금새 잊혀졌다.

최근에는 ‘스펙보다 열정이다’의 저자이자 청년 멘토로 이름을 날리던 김원기씨의 학력 및 경력이 허위로 드러나면서 물의를 빚었다. 김원기씨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기업인, 컨설턴트, 작가, 칼럼니스트, PT프레젠터, 행사 디렉터, 포토그래퍼, ICT+Entertainment 투자가”라고 본인을 소개하고 있다. 20대 후반의 젋은이가 갖기에는 너무나 어마어마한 경력들이다. ‘스펙 보다는 열정’이라고 역설해왔던 그가 스펙을 허위로 조작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남들에게는 열정을 강조할 지 언정, 스스로는 스펙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전 국민들에게 삶의 등대역할을 자임하며 명성을 얻던 멘토들의 몰락은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 불고 있는 멘토 열풍의 그림자를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멘토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넘쳐나고 있다. 그간 단지 학생들의 진로상담 정도로 인식되어 오던 멘토에 대한 관심이 지난 몇 년 사이 교육, 정치, 기업, 문화 등 사회 각 분야로 확산되어 너도 나도 멘토를 찾아 나서고, 또 스스로를 멘토라고 칭하며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본래 멘토 (멘토르, mentor)라는 용어는 그리스 신화 속 사람이름에서 유래하였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친구인 멘토르가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전쟁으로 고향을 비운 사이에 오디세우스의 아들인 텔레마코스의 곁에서 20여년간을 친구이자 선생이자 상담자이자 때로는 아버지의 역할을 하면서 돌보았다는 전설에서 유래가 되었다. 이처럼 멘토는 현명하고 지혜롭고 성실한 조언자를 일컫는 말로, 단지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 말 몇 마디 조언을 해 주는 역할 이상의 “인생의 스승”을 의미한다.

mentor and telemachus

 

다른 분야 못지 않게 우리 벤처생태계에서도 멘토 열풍이 제법 뜨거운 듯 하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창업의 길을 나선 청년창업자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경험의 부재를 극복하고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가며 훌륭한 멘토로부터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들 한다.

일견하기에는 벤처기업의 경영이나 투자 활동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겪으면서 지혜를 쌓아 온 멘토가 기업가들의 곁에서 알찬 조언을 해 줄 수 있다면 제반 경영상의 낭비 요소가 줄어 들고 비전과 목표를 좀 더 세밀하게 가다듬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과연 저마다 ‘멘토’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벤처기업의 경영을 멘토링을 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을 가졌는지, 정말로 멘토의 조언대로 하면 그 기업의 미래를 밝게 만들 수 있는 것인지…

멘토들의 조언은 틀림없이 모두 좋은 말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조언이 복잡 다난한 벤처기업경영의 특수성을 모두 반영하여 ‘정답’을 제시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설령 멘토들의 조언이 벤처기업의 경영환경을 모두 반영한 최적의 방법이라고 해도, ‘실행’이 담보되지 않는 한, 그 조언은 기업의 미래를 보장해주지 못한다.

이러한 멘토링의 한계 때문인지, 누구나 인정하는 수준의 성공을 일구어 낸 벤처기업가들이 멘토들의 도움 때문에 성공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성공한 벤처 기업가들은 그저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적절한 시점에 적합한 조언을 들었을 뿐이라고 자신의 성공이유를 밝히고는 한다. 결국 투자가, 변호사, 회계사, 마케팅전문가 등 다양한 사람들의 조언들을 얼마나 귀 기울여 들을 것인가는 결국 본인의 선택의 문제로 귀결되고, 선택에 따른 실행의 문제도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김정주, 김택진 등등의 벤처구루들의 멘토는 본인 스스로이지 않았을까?

 

jean et alixe

 

아마 많은 청년창업자들에게는 멘토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을 가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하는 그들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와 선택에 대한 확신을 줄 ‘귀인’을 만나고 싶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멘토의 조언에 귀 기울이는 것보다는, 오히려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분야는 달라도 어려움을 느끼고 그것을 헤쳐 나가려는 마음으로부터 힌트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혹은, 모두들 열심히 자신의 자리에서 고난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동지의식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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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벤처스의 투자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동시에 한국 내 지주회사인 소프트뱅크코리아의 대표이사도 겸직하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설립된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총 2,300억 원의 규모의 펀드들의 대표펀드매니저로서 운용하고 있으며, 투자 성공 사례로 Entelligent (Nexon, TSE:3659에 인수), 야후코리아 (Yahoo! Inc.,HSDQ:YAHOO에 인수), 그리고 키이스트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