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의 재회 – ‘마소’의 부활을 꿈꾸며…

십육 년 전이었던 1998년, ‘정보시대 (1999년에 ‘소프트뱅크미디어’로 사명 변경)’라는 잡지사를 맡아 경영한 적이 있었다. PC위크, 월간인터넷, 랜타임즈, 온더넷, 이네이블,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까지, 당시에는 IT 산업 분야에서 주목 받던 잡지를 발행하던 곳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마.소’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는 ‘한국 최초의 소프트웨어 전문 잡지’라는 수식어를 달고 척박한 국내 잡지 시장에서, 그것도 전문지 시장에서 창간 이후 삼십 년이 된 지금까지도 버티고 있는 잡지다. 최근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마.소’에 투자를 하며, 이번에는 투자자로 마.소를 다시 만났다.

최근 인터넷 산업의 거물인 미국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것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미디어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재조명해 보고 있으며, 또한 서로 간에 평가와 전망을 엇갈리게 하고 있기도 한다. 소프트뱅크벤처스의 마.소 투자를 그것과 비견하기에는 깜냥이 안 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마.소’의 부활을 간절히 바라며, 그것이 우리의 IT 산업 활성화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꼭 전하고 싶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미디어 산업, 그것도 우리 나라에서 잡지사에 투자를 하는 것은 커다란 모험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Newspapers

우리나라의 경우 인터넷의 대중화와 IT산업의 성장이 이어지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IT산업의 잡지들은 40여종이 넘게 발간됐다. 그런데 인터넷과 모바일 인프라가 생활 깊숙한 영역까지 자리잡으면서 잡지 시장은 급속한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IT산업이 전 산업에 고루 미치게 되면서 정작 IT 전문지가 설 땅을 잃게 됐다는 사실은, 다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지만, 시장 전체에 몰아 닥친 파고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IT 전문 잡지는 현재는 불과 6종류 정도 밖에 남지 않게 됐다. 그나마도 모두 어렵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잡지천국’으로 알려진 이웃나라 일본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IT잡지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는 않으며, 미국 또한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한 때 월스트리트저널 보다 구독자 수가 많았던 PC Magazine (1백2십만 정기구독자) 도 급기야 2009년에 종이매체로서의 시대를 마감하고 온라인 에디션으로만 컨텐츠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 이 분야의 현주소인 것이다.

이렇듯 불확실한 시장 상황을 익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통해서 만들어 낸 이 ‘추억 속의 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바라는가? 다소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사람 플랫폼’으로서 ‘마.소’의 부활이다.

 

창간호표지_원본

 

안철수, 이찬진, 김정주, 김택진, 조현정, 곽동수, 김장준, 김경만, 이영일, 박수만, 노정석, 한재선, 남민우, 최철룡…. 지금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모두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발전에 한 획을 그으며 저마다의 역할을 했던 ‘구루(Guru)’ 들이다. 또한, 이 분들은 모두 마.소의 필진으로 꾸준히 활동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마소는 이 땅의 소프트웨어 산업을 일으키는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생각과 새로운 아이디어와 산업의 흐름을 보는 시각을 끊임없이 수혈해 주었기에 성장할 수 있었고, 또 마소의 성장과 발전이 많은 사람들에게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꿈을 길러주는 가이드의 역할을 했다고 굳게 믿는다. 그렇게 마소의 30년이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역사와 동일한 궤적을 그려 내었던 것이다.

지금 다시, 우리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요성을 되짚고 있고 IT 산업의 부흥을 통해 ‘창조경제’ 청사진을 제대로 그려 나가야 하는 시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생각이 모이고 걸러지며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덧붙여, 그 공간이 종이든 디지털이든 온라인이든 모바일이든 그것이 더 이상 중요한 것은 아니다.

마소의 부활을 통해 다시 사람에 집중하려고 한다. 앞서 언급한 필진들과 칼럼기고자들과 같은 한국 소프트웨어산업의 미래의 영웅들을 찾아 내고 그들의 생각을 담아 낼 그릇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IT 전문가들의 커뮤니티 역할을 부분적으로 수행을 해 왔던 과거의 역할을 다시금 재조명해서 단기간의 흐름과 트렌드에 흔들리지 않고 깊은 논의와 전망과 대안을 내어 놓을 수 있는 매체로 우뚝 서기를 희망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소프트뱅크의 뿌리는 미디어기업이다. 지금도 마소와 비슷한 시기에 창간을 했던, 일본잡지(아래 그림에 나와 있는 ‘Oh!PC’)를 추억하는 일본의 개발자들은 많이 있다. 마소와의 추억 속의 재회가 그저 스쳐가는 만남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출발선이 되기를 바란다. 소프트웨어 산업과 한국 IT의 부흥을 믿는 여러분들의 격려와 지원이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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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g Moon
About the Author:
소프트뱅크벤처스의 투자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동시에 한국 내 지주회사인 소프트뱅크코리아의 대표이사도 겸직하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설립된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총 2,300억 원의 규모의 펀드들의 대표펀드매니저로서 운용하고 있으며, 투자 성공 사례로 Entelligent (Nexon, TSE:3659에 인수), 야후코리아 (Yahoo! Inc.,HSDQ:YAHOO에 인수), 그리고 키이스트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