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과 2014년은 무엇이 다른가?

작년 중반 이후부터 경력이 제법 길고 경험도 풍부한 기자님들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던지시는 질문이 있습니다. ‘지금의 기업가정신과 2000년 닷컴버블 당시의 기업가정신은 무엇이 다른가요?’라는 질문입니다. 워낙 닷컴버블 당시의 충격이 강하게 남아 있거니와, 무언가를 비교해서 보는 것이 흥미로운 주제이다 보니 그런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2년 전에 이 질문과 관련하여 ‘결이 다른 젊은이들이 몰려온다’는 포스팅으로 청년기업가들에 국한하여 답을 찾아 본 적이 있습니다. 선뜻 결론을 짓기 어려운 주제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우선 질문 자체를 수정해보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기업가정신 그 자체는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할 수 있는 명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떤 ‘정신’이라는 개념은 그것을 정의하는 근거와 그 근거를 뒷받침하는 합리적인 사고가 있는 보편 타당한 철학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미 수십년 동안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의 근간이 되는 철학인 기업가정신은 그 때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달라질 수 없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2000년과 2014년 무엇이 다른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기업가정신’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기업가들의 사업에 대한 자세와 태도’에 대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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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사전 ‘준비 정도’가 다릅니다. 닷컴버블 시기에는 분위기에 이끌려 느닷없이 결단을 하고 도전하는 경우가 아주 많았다고 봅니다. 따라서, 기업을 경영하기 위한 사전 준비 정도가 부실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누구나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지고 ‘창업’만 하면 죄다 그 벤처기업의 사장 혹은 대표이사가 될 수 있는 것이고, 또한 그런 벤처기업의 ‘사장’을 할 수 있는 자격증을 사회는 정부에서 발급해 주는 것이 아니므로 누구에게나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경영이라는 것은 비록 그 기업이 규모가 작은 벤처기업이라고 해서 경영의 영역 중에서 어떤 부분이 부실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재무, 회계, 인사, 전략, 영업, 마케팅, 홍보, 해외전략, 세무 등등 기업경영의 기본적인 영역에 대한 이해와 준비는 벤처기업이라고 해서 결코 소홀하게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렇듯 경영자적 자질을 미처 갖추지 못한 창업자들이 절대 다수였던 그 시기에 비하면, 지난 몇 년간의 창업가들의 준비 정도는 확연히 다릅니다. 물론 청년 창업자들이 가진 짧은 경험으로 인하여 여전히 이런 저런 난관에 부딪힐 수는 있지만 적어도 지금의 창업가들은 자신들이 ‘기업경영’을 위해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것은 채워나가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둘째, ‘마음가짐’이 다릅니다. 닷컴시대의 창업자들의 다수는 자신들의 기업이 가까운 장래에 코스닥에 입성을 하면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가 얼마나 될 것인가 생각하며 잠이 들고, 또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그런 생각 자체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거나 법을 어기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들이 시장의 순간적인 몰락을 만나게 되면서 ‘막차’라도 타야 한다는 마음에 급기야 자본시장의 스캔들을 불러일으키거나 불법적인 행위까지 저지르게 되기도 했던 것 입니다. 근자에 창업을 하거나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의 호흡은 닷컴시대보다는 상당히 길다고 생각되며, 자신들이 창업한 기업이 무조건 자본시장에 상장을 해야만 한다고 믿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창업자 자신들이 가진 기술, 아이디어, 서비스의 본질을 잘 이해함과 동시에 자신의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모양새나 규모에 대해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예측을 하는 기업가들이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따라서 그런 기업가들은 절대 무리수를 두지 않고 자본 시장의 불법적인 유혹에 빠질 우려도 적은 것이지요. 특히, 기업의 M&A에 대한 생각은 참으로 많이 변했습니다. 자신들의 노력으로 일정 규모의 성장을 만들어 낸 이후, 다른 차원의 큰 성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믿는 주체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일은 지금의 청년창업가들에게는 예전만큼 힘든 결정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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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는 지금의 창업가들은 회사 소개 자료 몇 장에 자신들의 미래를 걸지 않으며, 그것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도 믿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프레젠테이션의 시기’에서 ‘스프레드시트의 시기’로 변화된 모습이 확실히 많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한때 벤처캐피털들은 멋지게 준비된 회사 소개서를 보며 화려한 발표를 듣고 투자를 집행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닷컴버블의 시기, 혹은 더 가깝게는 지난 정부에서 활발하게 전개한 1인창조기업에 대한 지원 과정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었던 모습입니다. 물론 지금도 창업가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 기술, 서비스를 멋지게 표현하기 위하여 많은 시간을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드는 데 쏟고 있습니다만, 동시에 회사의 장래를 위해서 얼마의 비용이 얼마의 기간까지 들고, 그 비용이 투입이 되면 언제쯤이면 확실하게 이익창출이 가능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경영의 계획에 몰두하고 또 그것을 투자가들과 함께 고민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 단계 더 성숙한 창업가들을 만나는 기쁨은 참으로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숙한 출발 그 자체가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언급한 바와 같이 사업에 대한 생각과 그 준비가 반듯하고 탄탄한 기업이 성공을 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은 투자자로서 반드시 증명을 해 보이고 싶은 것이기도 합니다.

 

About the Author:
소프트뱅크벤처스의 투자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동시에 한국 내 지주회사인 소프트뱅크코리아의 대표이사도 겸직하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설립된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총 2,300억 원의 규모의 펀드들의 대표펀드매니저로서 운용하고 있으며, 투자 성공 사례로 Entelligent (Nexon, TSE:3659에 인수), 야후코리아 (Yahoo! Inc.,HSDQ:YAHOO에 인수), 그리고 키이스트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