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플랜에 대한 고찰

By 9월 16, 2014VC Insight

4년전 친구들이 시작한 작은 회사를 도울 때와 지금 소프트뱅크벤처스 심사역으로 있을 때를 비교하면 스타트업계의 모든 영역에서 엄청난 발전이 있어 온 것 같습니다. 감사하게도 저에게 사업계획을 검토 할 기회를 주시는 회사들 제품의 완성도, 전략적 사고의 깊이, 고객에 대한 이해 등을 들여다 보면 몇 년 전 제가 패스트트랙아시아와 앱디스코에서의 경험에서 자아낸 실수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듯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개선과 질적인 도약이 필요한 부분이 ‘비즈니스 플랜’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여러 가지 배경이 있다고 봅니다. 몇 가지만 예를 들자면 첫째, ‘비즈니스 플랜’이라는 것 자체가 외부에 공유가 되지 않기 때문에 (잘 만들어지고, 성공한 사례가 되는 경우는 특히) 벤치마크 할 수 있는 샘플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남의 것을 ‘많이’ 본다고 ‘잘’ 만드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핵심적인 요소를 파악할 수 있는 경험적인 능력은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둘째, 비즈니스 플랜 제작을 최고 우선순위로 생각하고 작업하는 회사는 극소수인 듯 합니다. 생각해보면 당장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바쁜데 슬라이드 몇 장 만들겠다고 대표이사의 진두지휘 하에 회사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서 모든 역량과 비전을 담아내는 일에 몰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에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셋째, ‘vision & mission’이 확실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이 되기 때문에 (그것도 대표이사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 생각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거나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한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겠죠) 회사가 가진 진정한 가능성이 비즈니스 플랜에 제대로 투영이 되지 못한다고 봅니다.  그 외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정도면 제 의견의 요지는 파악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제가 비즈니스 플랜에 대해 조언을 드릴만큼 뛰어난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예전 창업했을 때 (패스트트랙아시아 및 앱디스코) 제가 만든 비즈니스 플랜으로 수십억의 투자도 유치해 보았고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수 없이 많은 비즈니스 플랜을 검토해 보았던 짧지만 밀도있는 경험을 토대로 지금 비즈니스 플랜을 만드시는 분들께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감히 생각해 봅니다.

biz plan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이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지금 현재 비즈니스 플랜을 만들고 계시거나 앞으로 만들 계획이 있으시다면 다음과 같은 프레임워크를 고려해 보시면 어떨까요?

-Page 1-2: 시장과 문제

-Page 3-4: 기회와 해결방안

-Page 5: 해외 성공 사례

-Page 6-7: 서비스 & 팀 소개

-Page 8: 지금까지의 성과 (As-is)

-Page 9-10: 앞으로의 전략 및 계획(To-be)

-Page 11: 재무자료/계획

-Page 12: 투자금 사용처

물론 이런 순서대로 내용을 다 채운다고 해서 반드시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MECE (Mutually Exclusive and Collectively Exhaustive)한 접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럼 바로 각 페이지에 대해 부연 설명을 붙여 보겠습니다:

-Page 1-2: 시장과 문제

여기서는 현재 시장 상황 및 시장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문제 (pain point)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또한 시장 상황을 설명할 때 시장의 규모와 성장성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시장의 규모에 관해서는 다 보여줄 필요는 없으나 (1) Total Addressable Market (TAM) (2) Serviceable Addressable Market (SAM) (3) Serviceable Obtainable Market (SOM)에 대한 생각을 보여줄 수 있으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 이해가 더 잘 될 듯 합니다. LED 기술을 가지고 예를 들어 보자면 TAM이 ‘한국 전체 LED 시장’ 이라면 SAM은 ‘LED 시장 안에서도 OLED시장’ SOM은 ‘OLED시장에서 우리가 가져올 수 있는 현실적인 마켓 쉐어’입니다.

-Page 3-4: 기회와 해결방안

여기서는 ‘기회’라는 단어에 중점을 두고 생각해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위에서 ‘현 (現) 시장은 파괴(distrupt)가 필요하다’라고 이야기한 만큼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해결방안에 접근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다시 말씀 드리자면 굳이 ‘해결방안이 있다’라고 까지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있다면 좋겠지만…). 하지만 거기에 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을 찾았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팀이 앞에 있다’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Page 5: 해외 사례

굳이 없어도 되지만 있어서 나쁠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포함하신다면 ‘미투 (me too) 회사’라는 느낌을 주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따라서 ‘선례 (先例)가 잘한 것 중 우리가 빨리 배운 것 + local customization에 대한 전략’을 잘 전달하는 게 핵심이라고 봅니다.

-Page 6-7: 서비스 & 팀 소개

이 장에서는 정말 간략하게 핵심 기술 혹은 서비스, 그리고 팀에 대한 소개를 해주는 게 좋습니다. 정말 주관적인 생각입니다만 저는 “한 문장으로 자기 기술이나 서비스를 설명할 수 없다면 아직 생각이 덜 정리되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팀 소개에 있어서도 ‘출신 대학 및 직장’에 너무 포커스를 두기보다는 공동창업을 한 팀이 뭉쳐서 가지고 올 수 있는 시너지에 대해 설명해 주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Page 8: 지금까지의 성과 (As-is)

여기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여러 장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 장을 만들더라고 <killer slide>가 있는 게 중요하다’입니다 (그게 user engagement일 수도 있고 conversion rate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 되었던 ‘확신’을 심어주는 게 중요한 슬라이드인만큼 여러 말 하기보다는 ‘우리에게 투자할 이유를 아직도 생각 중이시라면 이것 때문에 하시는 거다’라고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Page 9-10: 앞으로의 전략 및 계획(To-be)

여기서 전달하고 해야 하는 메시지는 ‘성장을 가속화시킬 가장 근접한 방법이 있습니다. 이제 돈만 넣으시면 된다’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어떻게 그 성장을 가속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해 주시는 게 좋습니다. 물론 지금 당장 가속화에 필요한 모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이번 투자를 통해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다’라는 계획을 보여주는 게 좋습니다.

-Page 11: 재무자료/계획

이 영역은 과거의 손익계산서, 대차대조표, 현금흐름표를 그대로 copy & paste 하는 영역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어떻게 돈이 쓰여져 왔으며 앞으로 어떤 자금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snapshot’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3년치 계획을 보여 줄 요량이라면 반드시 논리적인 이유를 만드시는데 시간을 조금 더 써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단순히 ‘우리는 3년 후에 x억 할 거예요’라는 것보다 주관적이더라도 어떻게 그 ‘x억’에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논리를 펼 수 있는 게 중요합니다.

-Page 12: 투자금 사용처

말 그 대로 금번 투자를 통해 (1) 어디에 얼마가 집행될 것이며 (2) 언제까지 버틸 수 있으며 (3) 그 시기에 어디쯤 서있을 거다를 보여주시면 좋습니다.

다시 말씀 드리자면 상기의 방법 외에도 좋은 비즈니스 플랜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플랜을 만드는 게 얼마만큼 힘든지 몸소 경험해 보았기에 업무를 하시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성해 보았습니다. 스타트업계 모든 분들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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