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과 베이비업(?)

얼마 전 제가 투자한 회사의 대표와 함께 하는 언론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인터뷰 중간에 기자님께서 사람들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질문일 것이라면서 과연 ‘어떤 회사가 성공하는지, 어떤 창업가가 성공하는지’를 물어보시더군요. 생뚱맞지만 그 순간 저는 제 어린 아들이 생각났습니다. 사업에 있어서, 또 삶에 있어서 성공의 핵심요소가 무엇일까요? 결과를 놓고 해석할 수는 있지만, 성공의 요인은 모두 다르며, 선천적 재능보다는 과정에 의해 평가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제 평소 생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아들을 포함한 우리 자신의 삶과 노력이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 느끼며 살고 싶습니다.

저는 18년 가까이 벤처투자를 업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 나이에 비해 아주 늦은(제 나이는 비밀!), 35개월된 외아들을 두고 있지요.  지방에 직장이 있는 아내가 아들을 데리고 있는 관계로 아들을 주말에 가까스로 보게 되지만, 만날 때마다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이가 보여 주는 사소한 행동들을 지켜 보면서, 이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 나갈까 늘 생각하게 됩니다. 아들이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느닷없이 스타트업과 어린 자식 키우기가 너무 닮았다고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그 깨달음 몇 가지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아내에게 비밀로 해야겠네요. ‘육아에 있어서 아빠로서 도대체 무슨 역할을 한다고 당신이 할 얘기가 있냐’고 항의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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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실은 고통이지만,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 기쁨이다.

태어난 후부터 6개월 정도는 미숙한 양육 경험과 수면 부족 등으로 고생하며, 나를 낳고 길러주신 부모 사랑을 새삼 몸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기가 보여주는 매일매일 변화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지금을 영원히 잡아두고 싶었지만, 마치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황금의 모래알처럼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행복의 순간들이었습니다. 스타트업을 이끌고 있는 창업가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지금 이순간은 고통에 가까운가요, 아니면 기쁨에 가까운가요? 요즘 창조경제라는 키워드 속에 창업이 권장되는 시대이지만, 일반적 사회인식 속에서 창업과 창업가가 전도유망하면서 밝은 미래를 약속하기란 힘들 것입니다. 준비된 창업가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창업가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아이를 낳을 수 있지만, 모두가 훌륭한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에 “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하나의 인생이 나에게 오는 것이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실로 무서운 얘기입니다. 세상 그 무엇인가가 나로부터 출발되었다는 주체성에서 책임감을 느끼며 현실을 참아내고, 그 안에서 매 순간 기쁨으로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2. 인내, 인내, 인내…

만 한 살이 지나게 되면서 점점 스스로의 몸을 통제하게 되고, 자신의 뜻과 의지를 펴 보입니다. 하지만 뭘 해도 늦고, 기다려야 하고, 부모 맘대로 안됩니다. 서두른다고 내 맘을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답답한 마음에 그냥 다 대신 해줄까 하는 조바심도 생깁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처음 하는 일인데, 나의 옛모습도 그랬다고 이해하자며 다짐에 다짐을 더합니다. 아이는 나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자신의 템포에 따라, 모방과 반복을 통해 학습합니다. 이때 부모는 좋은 교과서가 되지요. 대견스럽게도 첫 시도는 어색하지만, 꾸준히 참고 기다려주면 끝내는 해냅니다. 하나하나 쌓아가면서 독립된 자아가 되나 봅니다. 저는 직업상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스타트업의 걸음마를 직접 투자를 했거나, 검토만 했거나, 조언을 주거나 하면서 아주 많이 보게 됩니다. 대부분은 (표준 한국인의 습성대로) 바로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서자마자 달리려는 욕심을 보여줍니다. 상식적으로는 넘어지는 게 당연합니다. 문제는 넘어졌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주 높은 확률로 당연히 넘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다시 일어나 한발한발 전진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가, 또 넘어져서 난 상처를 보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털고 일어 설 수 있는 인내와 끈기가 있는가입니다. 외부적으로는 우리 사회와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에 대해 좀더 여유를 갖고 믿어주고, 기다려 주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내부적으로는 창업자 여러분도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어 주세요. 이것은 시작일 뿐이고, 실수와 실패가 당연히 있지만, 참고 이겨내면 나는 성공할 것이라고…

3. 끈을 길게 잡아라

어느 정도 걸음마를 떼고 나면 아이는 자유의지로 열심히 새로운 환경에 흥미를 보이면서 돌아다닙니다. 사람이 아주 많은 곳에서 아이를 강아지처럼 끈으로 묶어서 연결한 부모를 보고 비인간적이라고 느낀 적이 있습니다. 혹시 부모와 아이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우리가 잡고 있는 끈의 길이는 얼마나 될까요? 어떤 부모는 1미터, 어떤 부모는 1킬로미터, 제 각각이겠지요. 사실 이 비유는 자녀들을 모두 성공적으로 성장시킨 어떤 분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끈을 길게 잡아야 한다. 잡고 있는 사람은 불안해할지 모르겠지만, 끈의 끝에 있는 아이는 자유를 찾아 멀리 갔다가 어느 순간 스스로 깨닫고 다시 돌아온다. 이것이 성장이다. 이때 나머지 한쪽 끝에서 끝까지 자신을 잡아주고 있는 부모가 있다는 사실이 돌아오는 힘이 된다’. 창업자 여러분, 스타트업을 몇 미터의 끈으로 묶고 있나요? 제가 스타트업을 만나서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은 창업자 또는 공동창업자들이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또 어떤 비전을 공유하고 있는지입니다. 올해의 사업계획과 실행플랜도 당연히 중요하지요. 하지만 스타트업은 통제하지 못하는 변수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고, 대부분은 새로운 기술, 새로운 사업모델, 새로운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유연성과 문제해결이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1미터의 끈으로 스스로를 자승자박할 필요가 없습니다. 큰 뜻과 비전으로 자유로운 길을 떠나세요. 그 과정에서 헤매면서 시간과 자본과 열정이 소모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누군가 스타트업이 헤매는 것이 독인지 약인지 물어보신다면, 깨달음이 함께 하면 약이고, 그냥 의미 없이 방황하면 독이 된다고 답하겠습니다. 결국 창업자의 ‘현명함’이 독을 약으로 분해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길게 잡은 끈의 나머지 한쪽에 끝까지 함께하며 믿어주는 투자자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주초에 아내가 2주 동안 해외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2주 동안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또 얼마나 ‘제’가 성장할 수 있을지 스스로를 지켜 보려 합니다.

 

About the Author:
2000년 소프트뱅크벤처스에 입사하여, 현재는 부사장 역을 맡고 있습니다. 강동석 부사장은 투자팀 임원으로서 Planning, HR 그리고 재무회계부서의 경영관리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투자회사가 유능하고 우수한 인재를 통해 가치를 창조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강동석 부사장은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성공파트너가 될 수 있는 잠재력 있고 프로페셔널한 젊은 벤처 기업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