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투자에 있어서 first-in-kind가 주는 의미

By 5월 7, 2015VC Insight

투자 업무를 해 오면서 ‘어떤 회사가 투자를 받는가’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게 됩니다. 물론 창업 멤버의 독보적인 경력, 사업모델의 독창성, 돋보이는 핵심 성과 지표 등, 투자자로서 면밀히 검토하는 항목들이 있지만 시원하게 대답해 드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의 경험에 따르면 first-in-kind로서 가능성이 있는 회사는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투자 받을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first-in-kind의 정의는, “독창적 아이디어를 발명하거나 최초 의 아이디어를 개선시켜 처음으로 시장에 제공하는 것” 입니다. 물론 독창적인 (original)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독창성이야 말로 고객과 투자자를 넘어 자신의 신념을 더 확고하게 만드는 데 가장 매력적인 자산이 아닐까 생각 합니다.

미국의 벤처생태계에 있어서 first-in-kind의 역사는 실리콘밸리의  ‘8인의 반역자들’(traitorous eight)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 합니다. 이들 8인은 1957년 쇼클리 반도체를 뛰쳐나와 페어차일드 반도체를 설립하였으며, 이 중에는 인텔을 창업한 로버트 노이스, ‘무어의 법칙’으로 잘 알려진 고든 무어, 벤처투자가로 명성을 날린 유진 클라이너가 있습니다. 훗날에는 페어차일드로부터 60여 개의 벤처기업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8인의반역자들

 

혹자는  ‘한국 IT산업은 그 출발이 대기업 중심이었던 관계로 인해 그런 사례를 찾기 힘들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자신 있게 이 의견을 반박하고 싶습니다. 굳이 실리콘밸리나 해외의 유명인사로 눈을 돌리지 않아도 국내에서 first-in-kind의 예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예가 모바일 게임입니다. 많은 이들이 모바일 게임에서 first-in-kind를 이야기 할 때 징가(Zynga)를 그 대표 주자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 때 월 사용자가 2억 7백만명이 되었을 정도로 징가는 모바일 게임 역사에 영구히 남을 회사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분야에 있어서 first-in-kind의 왕좌는 넥슨이라고 생각 합니다. 1994년에 설립되어 올해 창립 21주년을 맞은 넥슨은 ‘바람의 나라,’ ‘카트라이더,’ ‘메이플 스토리’ 등을 선보이며 게임 산업의 발전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넥슨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성공한 게임 타이틀 보다는 비즈니스 단계에서의 독창성 입니다. 사실 넥슨은 게임 내 부분 유료화(Free-to-Play)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하였고, 선불형 결제수단 유통망을 업계 최초로 구축 하였으며, 또한 라이브(Live) 서비스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등 세계 게임 산업의 혁신을 일군 주역입니다. 위와 같은 넥슨의 혁신이 없었다면 징가같은 회사들이 나왔어도 성장을 가속화시키기 힘들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두 번째 예는 소셜네트워킹입니다. 소셜네트워킹을 이야기 하는데 페이스북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2004년에 시작한 페이스북은 2015년 3월 기준 일일 활동사용자(DAU)가 9억 3600만명으로 나타났으며, 1분기 총매출은 35억 4000만 달러(한화 약 3조 8940억원)로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분야의 first-in-kind는 싸이월드가 아니었나 생각 합니다. 1999년 ㈜싸이월드라는 법인이 설립된 후, 이 회사는 2001년 미니홈피 프로젝트를 통해서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출시 1년만에 1000만 명을 돌파하였고2008년에는 가입자가 무려 3000만명을 넘었습니다. 싸이월드는 한 해 도토리 판매액만 800억 원이 넘었으며 회사의 시가총액은 1조 원을 넘나들었습니다. 물론 그 후 회원 정보 유출, 무리한 해외 진출, 부진한 모바일 지표 등으로 사세가 기울었지만 싸이월드는 커뮤니티 사이트의 성공적인 유료화 모델을 제시하였고, 온라인 인맥 연결의 first-in-kind라는 좋은 선례를 남겼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지금 한국에서 운영 중인 소셜네트워킹 업체들은 어쩌면 싸이월드에 그 성공의 일부를 빚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세 번째 예는 모바일 메신저 입니다. 현재 이 분야의 강자는 전세계적으로 사용자가 7억 명을 돌파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왓츠앱 입니다. 페이스북에 220억 달러 (한화 약 23조 원) 에 매각된 것으로 유명한 왓츠앱은 일일 메시지 전송 건수만 300억 건이 넘습니다 (참고로 카카오톡의 일일 메시지 전송 건수는 70억 건입니다). 하지만 왓츠앱은 수익성보다는 메시지, 음성 등 메신저 본연의 기능인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는 듯이 보여 그 변화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 입니다. 여기서 모바일 메신저 분야에서 제가 생각하는 first-in-kind는 따로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카카오이며 2006년 11월에 설립된 후2010년 3월에 카카오톡을 출시하며  ‘국민 메신저’로 성장하였습니다. 이 회사는2012년 7월 세계 최초로 모바일 메신저에 게임을 얹었고 전세계 메신저들이 뚜렷한 사업모델이 없을 때 이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이러한 발상은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한 텐센트의 성장 밑거름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업계 최초로 메신저에 게임을 결합시켜 모바일 게임 플랫폼으로 성장한 카카오는 세계 그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first-in-kind의 좋은 사례가 되었습니다.

물론 ‘first-in-kind이기 때문에 무조건 성공 한다’라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넥슨은 중국 게임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넘보기 시작하면서부터 한 치 앞도 예상하기 어려운 국면을 맞이 하였고, 싸이월드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안방을 내주었고, 또한 카카오는 해외 시장에서 여전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first-in-kind로 선점한 시장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소들이 더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등산이미지

 

그 첫 번째 요소는 창업자 개인의 흔들리지 않는 관심과 노력입니다. 많은 창업자들이 회사가 일정 수준으로 성장한 이후 day-to-day 경영에서 한 발짝 물러나는 사례가 허다합니다. 물론 여러 가지 사회공헌을 통해 업계의 전반적인 환경개선에 노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어떤 회사든 창업자의 관심이 흔들린다면 회사 전체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창업자는 예전보다 더욱 끈질기고 악착 같은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합니다.

두 번째 요소는 성패에 연연하지 않는 회사의 도전정신 입니다. 일례로 구글이 1998년에 창업하여 아직도 인터넷 사업의 강자로 남아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검색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안드로이드, 크롬, 클라우드 같은 새로운 사업에 끊임없이 도전했기 때문입니다. First-in-kind로 피운 아름다운 꽃은 더 큰 도전으로 탐스러운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몇 년 후 ‘성공 사례’가 아닌 ‘실패 사례’로 회자될 수 밖에 없습니다.

세 번째 요소는 장기적으로 회사를 지켜봐 줄 수 있는 사회의 담대함입니다. 며칠 전에도 일본 소프트뱅크 본사가 우리나라 제4 이동통신 사업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정 회사의 주가가 올랐습니다. 하지만 언론 기사 하나에 일희일비하며 마치 어떤 뉴스 하나로 회사의 명암이 엇갈릴듯한 태도는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근거 없는 소문에 좌우되기 보다는 꾸준히 성장하는 회사를 지켜봐 줄 수 있는 사회적 담대함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First-in-kind! 제한적인 자원을 지닌 스타트업이 성취하기 쉽지는 않지만, 도전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출발선에서 지녀야 할 마음가짐 중에 하나임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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