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과정의 소소한 디테일에 대한 잡담

벤처생태계가 활성화 되고 있는 요즘 IPO보다 M&A를 통한 exit이 예전보다는 다소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전히 미국에 비하면 ‘새발의 피’ 규모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은 M&A의 과정에서 쉽고 사소하게 보여 지나치기 쉬운 부분 혹은 흥미로울 만한 포인트를 세 가지 정도 정리해 보았습니다. M&A라는 큰 이벤트에 직면하여 작은 것이라고 쉽게 넘어갔다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에 한번은 주의 깊게 읽어본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Term Sheet에서의 인수가격: 가격구간 vs 정확한 값을 명시하는 것 중 무엇이 효과적일까?

M&A 논의가 진지해지기 시작하면 양 당사자들은 Term sheet (주요거래조건)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게 됩니다. 통상적으로 Term sheet 내 인수가액의 경우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실사에 따라 변동 가능하다는 조건이 달립니다. 때때로 이 예상 인수가액이 특정 숫자 값이 아닌 Range (구간)로 적혀 있는 경우도 보실 수 있습니다. 어차피 실사 또는 운전자본 (Working capital) 계산 후 변동이 가능한 가격이라면 단일 가격과 구간으로 적시하는 것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는 경험상 그 둘이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느꼈으나 제 개인적인 경험보다 아래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것이 더 유익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 동안 많은 협상 전문가들은 원하는 정확한 가격대를 제시하는 것이 Range를 제시하는 것 보다 효과적이라고 가르쳐왔으나 금년 Columbia Business School의 Daniel Ames와 Malia Mason에 의해 발표된 논문에는 그 통념을 뒤집는 재미있는 실험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음식 주문부터 고용계약 등 다양한 상황의 오퍼를 하도록 하였고 실험 참가자들은 다음과 같이 다섯 개의 오퍼 전략을 사용하였습니다.

  1. Point Offer: 원하는 한가지 기준 가격, 예) 물건의 30%의 할인 요구
  2. Backdown Range Offer: 원하는 기준 가격과 아래로 하향된 가격 간의 가격구간 제시, 예) 원하는 30%가 아닌 25%-30% 구간의 할인을 요구.
  3. Bracketing Range Offer: 원하는 기준 가격에서 상/하향의 가격구간 제시, 예) 원하는 30%가 아닌 27%-33% 구간의 할인을 요구
  4. Bolstering Range Offer: 원하는 기준 가격에서 상향된 가격구간 제시, 예) 원하는 30% 가 아닌 30%-35% 구간의 할인을 요구
  5. Bumped up Point Offer: 원하는 기준 가격보다 높은 한 포인트의 가격, 예) 물건의 35%의 할인 요구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요?

Backdown Range Offer: 이 경우 기존 협상전략에서 우려 했던 데로 더 낮은 할인율에 합의하면서 목적 달성에 실패했고 거래 상대 측과의 관계 또한 [Bracketing Range Offer와 비교했을 시] 더 개선을 시키지 못하였습니다. 즉 다르게 표현하면 ‘양보는 더 했으나 그렇다고 그 양보로 상대방이 더 고마워 하지도 않더라’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Bracketing Range Offer: 하지만 이 경우 기존 협상 통념과 다르게 Point Offer에 비해서 높은 할인율에 합의하면서도 거래 상대 측과 관계 개선을 시키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쉽게 다시 말해서 정확한 가격을 제시하는 것보다 Range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상대방으로부터 양보도 이끌어내고 거래 상대와의 관계 또한 좋아진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Bolstering Ranger Offer: 기존 협상전략에서는 원하는 할인율이 30%이라 가정하고 협상 상대방에 30%-35% 구간을 제시할 경우 상대가 30%의 바닥을 확인 하였기 때문에 결국 30%로 합의가 도출이 될 것 이라 보았습니다. 결국 30%보다 더한 양보를 받아내기는 실패할 것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실험결과 이 Range 역시 더 많은 할인율을 얻어내었고 상대와의 관계에서도 별 악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즉 이 연구에서 Backdown Range Offer를 제외한 Bracketing Range Offer 와 Bolstering Range Offer의 경우 기존의 전문가들의 설파와 다르게 협상에 있어서 매우 효과적인 전략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할인율을 제시하는 예는 인수 또는 구매자의 입장에서의 전략이며 매도 또는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목표가 보다 상/하향 구간(Bracketing Range Offer) 또는 상향 구간(Bolstering Range Offer)의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의 한 예가 될 수 있겠습니다.  아래의 그림은 서비스 제공자(판매자)의 입장에서의 예이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Columbia Business School

 

M&A시에 통상적으로 Bidder (인수제시자 혹은 매수자)가 Term sheet 초안을 작성하므로 매도인 측에서는 Term 전 협상 시 Range를 상향 조정을 하여 오퍼를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 결과가 수많은 요인들이 존재하고 있는 현실을 얼마나 반영하느냐고 물으시면 그것에 대해 답을 드리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며 실제 M&A로 통제된 실험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떠한 선택이 다른 결과를 초래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위의 연구결과는 사소해 보이는 조항이 실제로는 상당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상기 시켜 드리기 위해 드린 예라고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주석: 다만 한가지 확실히 말씀 드릴 수 있는 점은 Term sheet에 적혀져 있는 인수가액이 실제로 계약서가 나왔을 시 받게 되는 인수가액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계약서에 운전자본 산정, 가격조정 (Price adjustment) 항목, 임직원의 계약기간 중도 이탈에 대한 위약벌 금액 등 합의에 따른 다양한 방식으로 인수가액 또는 지불유예(Escrow)에서 가격조정이 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 계약서 단에서의 가격조정 가능성은 매도자의 레버리지가 적을수록 커지게 됩니다

 

2. Term Sheet에서의 독점권 (exclusivity)

M&A에 대한 논의가 어느 정도 진지해 지면 양사는 Term sheet을 체결하게 됩니다. 이 Term sheet에 반드시 들어가게 되는 것이 독점권(Exclusivity) 조항이며 이 조항의 사소하게 생각되었던 구조로 인하여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진 경험에 대해서 어려운 법률용어를 배제하고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M&A term sheet 중 구속력 있는 Exclusivity 조항은 매도자로 하여금 진행 중인 딜에 관하여 타 인수의향사와 어떠한 논의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이 조항 역시 여러 가지 다변화가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독점권이 인수의향사에게 영원히 주어지는 권리는 아니므로 독점권 종료 조항이 또한 같이 삽입되게 됩니다. 이 종료 조항을 i) 일정기간이 지나면 독점권이 자동 해지가 되도록 하거나 ii)일정기간 지나면 매도자가 의수의향사에 독점권종료를 고지하여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주도록 구조를 만들 수 있는데 두 구조가 겉으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후자의 경우 인수의향사에 약간의 유리함이 있다고 생각되지만 기간이 지난 후에 고지만 하면 역시 같은 종료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쟁할 인수자가 없고 논의의 진행이 더딘 상황 즉, 매도인에게 레버리지가 없는 상황에서는 이 차이가 전략상 큰 이슈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보았던 한 회사는 딜 경쟁이 없는 단독 비딩 상황에서 인수의향사가 진행을 몇 달을 끌었습니다. 딜 성사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독점권을 해지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음에도 딜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해지 여부에 대한 내부적으로 갑론을박이 벌어졌으며 해지의 엄포를 놓는 수준으로 귀결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매도인 측의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인수의향사는 여유를 가지고 진행하는 구도에 일조하게 된 것이죠. 만약 독점교섭권이 자동으로 해지되었으면 다른 인수의향서를 찾을 수 있게 될 잠재적 가능성이 열리므로 그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인수의향사에 대한 압박이 되었을 것이며 딜을 풀어 나가는데 더 다양한 전략 구사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금 복기를 해보면 당시 다른 중요 조항들 협상에 매몰 되어 있어 이 사소한 조항이 이러한 상황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렇듯 처음 작성 시 모두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조항이 몇 달 후에는 머리를 싸매도록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며 그래서 계약서 작성 후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하나 봅니다.

 

 

3. Employee Retention/ Lock-up

Employee Retention/Lock-up의 경우 법률적인 부분을 이야기하기 보다 이 조항으로 인해 매우 고생을 하신 일부 창업자 선배 분들을 돌이켜 보며 앞으로 Exit하실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습니다.

이 조항은 통상적으로 Term sheet이 아닌 M&A  ‘본계약서’에 들어가게 됩니다.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회사의 입장에서 경영진을 포함한 핵심 맴버들의 유출는 비싼 값을 치루고 껍데기뿐인 회사를 인수 하게 되는 셈이니 이를 해소시키기 위한 조항이라고 보면 됩니다. 실리콘밸리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유능한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는 나날이 높아 짐에 따라 엔지니어 확보차원에서 M&A가 이루어지기도 하므로 (이른바, Talent acquisition)이 조항은 특히 엔지니어 중심의 기술 회사 인수 시 강조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Employee retention (직원고용유지)의 경우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는데, 특히 지분이 많은 창업자(Founder)의 경우는 의무복무(Lock-up) 기간이 요구되기도 합니다.

Lock-up은 말 그대로 창업자들이나 핵심인재들이 인수 후 일정기간 안에 퇴사 시 불이익을 주는 구조입니다. 불이익을 주는 것은 다양한 구조가 있는데 지분을 매각하여 Exit한 대주주에게 위약벌로 매각대금을 상환하도록 하게하는 조항도 있으며 또는 일부 매각대금이나 약속한 보너스 지급을 의무복무기간 이후 지급하는 방안 등 다양합니다. 여기서 창업자 분들께서 조심하셔야 하는 것이 인수하는 회사와 행여라도 배짱이 안 맞으면 Lock-up 기간이 생각보다 매우 긴 고통의 세월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스타트업의 창업멤버 일부는 회사 매각 당시 치열한 협상을 하였지만 막판에 협상의 피로도와 Exit에 대한 기대감으로 Lock-up 기간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양보에 동의를 하였습니다. 그 후 그 분은 인수된 회사에서 수년간 매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물론 노예제가 존재하지 않는 민주사회이므로 그 분은 언제든 그 만둘 자유는 있었지만 Lock-up 조항에 따라 지분 매각대금을 모두 위약벌로 토해낼 수는 없었기 때문에 긴 인내의 세월을 보내야 하셨습니다.

또 다른 창업자 분께서는 8개월만 더 참으면 3억원 이상 받을 수 있었던 보너스를 포기하고 뛰쳐 나오신 분도 계셨고 제가 만나 뵌 일본에서 Exit 하신 분은 1년만 Lock-up 되면 무려 50억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었으나 Exit시 Lock-up을 거절하여 그 금액을 포기한 사례도 보았습니다.

일부 창업자 분들께서 Exit 협상 시 주당 가치 등과 같은 다른 주요 Term들과 비교해서 Lock-up에 대해서 덜 신경 쓰시는 경향이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Lock-up 조항의 경우도 인수하는 회사와 본인의 궁합을 고려했을 시 기간, 제약/위약벌 조건이 적합한 가에 대해서 신중히 고려해 결정하게 되시면 모두에게 더 만족스러운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M&A는 시작과 끝을 잘 가늠하기 힘든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에 있는 경영활동입니다. 특히,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스타트업의 창업자들에게는 더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꼼꼼하게 챙기면서 그 과정을 견뎌 낸다면 또 다른 도약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시리라 믿습니다.

About the Author:
2015년 1월 소프트뱅크벤처스에 입사하여 심사역으로 근무 중입니다. 이전에는 KT 자회사 엔써즈에서 BD 및 M&A 파트를 맡아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University of Michigan- Ann Arbor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Santa Clara University- Law School을 졸업 후 켈리포니아 변호사로 활동하였습니다. 미국 시장, ICT/기술, 게임 관련 사업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