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O – 편한 미래 , 불안한 현재

가끔은 너무 익숙해서 지겨운 것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을 처음 접했던 때를 떠올려보면 그 때는 완전 새로운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마치 연인처럼..요즘 O2O (Offline to Online)라는 용어를 접할 때 느낌이 그렇다.

벤처투자자로서 O2O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아마도 하루에 적어도 10번 이상은 될 듯 하다. 기술기반의 스타트업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에 O2O 개념이 전면에 내세워져 있거나 혹은 녹아 들어가 있고, 또 해당 Offline 산업분야가 이미 창출해 낸 어마무시한 시장규모를 언급하면서 자연스럽게 높은 숫자의 희망기업가치를 주장하곤 한다.

O2O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의 신선함은 잠깐 접어 두고 찬찬히 생각을 한 번 해 보자. 우선 O2O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는 ‘디지털정보를 활용하여 실생활의 물리적 행위 또는 거래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서비스 또는 경영 활동’으로 정의하고 싶다.  웹의 시대를 풍미했던 검색, 뉴스, 전자상거래, 게임 등은 온라인에서 시작해서 온라인으로 마무리된다. O2O의 의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직접적 상호작용에 있다. 웹의 시대에도 이러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었으나, 이제서야 수많은 스타트업들의 ‘연인’이 되고, 너도나도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는 건 왜일까?

정답은 아마도 우리 모두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이 아닐까 한다. 정보 획득과 교환의 ‘즉시성’이야말로 O2O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이다.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O2O라는 단어가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또 하나의 키워드는 오픈생태계이다. 현실 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많은 창의적이고 다양한 시도들이 앱생태계에서 가능해졌다. O2O가 통신사나 단말제조사가 일방적으로 주도했다면 현재와 같은 파급력은 갖지 못한 채 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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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과연 O2O는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가?

택시앱을 한 번 떠올려 보자.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택시를 원하는 장소로 부르면 빠른 시간 안에 도착한다. 특히, 야간에 택시 이용하는 소비자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 주는 여러 가지 기능들도 내재되어 있는 편리한 생활서비스로 정착이 되어 가고 있다. 배달앱은 어떠한가? 원하는 음식을 검색하고 평가된 내용을 참고하여 주문한다. 결제 등 각종 편의성은 덤이다. 택시앱 이전에도 콜택시가 있었고 전화 음식주문, 꽃배달 전화서비스 등이 있었다. 신석기 이전에 구석기시대의 돌도끼가 있었듯이 말이다. 그러나 업그레이드된 도끼인 다양한 O2O 모바일앱은 삶의 질을 높이고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한발짝 떨어져 투자가의 관점에서 O2O를 들여다 보면 위에서 소비자의 가치 인식과는 별도로 몇 가지 우려되는 바를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큰 틀에서 소비를 둘러싼 우리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가이다.

질문들을 한 번 나열해 보자. O2O 이전보다 내가 치킨이나 자장면을 더 많이 먹고 있나? 내가 택시를 더 많이 타나? 내가 외식을 더 자주 하나? 내가 이사를 더 많이 해야 하나? 커피를 더 많이 먹고 포인트를 쌓고 있나? 거시적으로 한국경제는 2018년 인구절벽을 걱정하며, 저성장과 저금리 시대에 살고 있다. O2O가 진정으로 소비를 활성화시키고 새로운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가? 아니라면 정보기술의 발전에 따른 에코시스템의 변화이며 가치사슬의 해체이자 새로운 부의 분배기준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시각적으로는 고객접점을 독점한 마케팅의 첨탑이 그려진다.

O2O 발전에 있어서 소비자가 가장 큰 수혜자라는 것은 자명하다. 우리는 전에 누리지 못한 합리적 선택과 의사결정, 편의성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에 생산자 및 서비스 제공자는 단기적으로는 수혜를 입는 것으로 보이지만, 미래는 불확실해 보인다. O2O의 Offline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파편화된 영세사업자, 자영업자, 개인사업자들이 대다수이다. 초기에 정보중계업자의 역할을 대신하여, 대부분의 O2O 사업모델을 가진 기업은 이들에게 무료서비스 또는 염가에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으며, 속내는 탄탄히 구축된 고객기반 위에서 추후에 수익적 측면을 고려한 정책변화들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과거 생태계에 존재했던 중계형 사업자들은 100% 도태될 것이다. 이 대목에서 최근 목격하는 택시콜 중계회사와 대리운전회사의 시위는 당연하고 또 절박하다. 그러나 택시기사와 대리운전기사 그 누구도 응원하지 않는, 그들만의 메아리 없는 아우성이 되고 있다. O2O사업은 거래에 있어서 정보의 질과 양, 속도가 중요할수록 파급력이 커질 것이다. 그러나 소비라는 측면에서의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가라는 가능성에서 O2O의 역할은 아주 제한적일 것으로 느껴진다.

 

둘째는 O2O 투자의 투자수익률(Return On Investment)이다.

대부분의 O2O 스타트업의 결론은 성공적인 플랫폼의 구축, 즉 독점에 가까운 시장지배자 위치를 점할 때 가능한 사업기회들을 얘기하고 있다. 피터 틸의 <Zero to one>에 따르면, 미래 존속가능성이 높고 높은 기업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업은 1)독자기술 2)네트워크효과 3)규모의 경제 4) 브랜드전략을 통해 독점기업의 특성을 띠게 된다. 한국의 O2O 비즈니스는 강력한 브랜드 및 마케팅 활동으로 다수의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규모를 경제를 달성하고 관련 분야로 확장하는 네트워크 효과를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0에서 1로 가기 위한 수직적 진보와는 다른 양상으로 이해된다. 현실에서는 낮은 기술 진입장벽으로 초기 과다한 경쟁이 벌어지고, 이후에는 외부 펀딩을 기반으로 대규모 마케팅 전쟁을 진행한다. 전쟁의 포연이 거치고 나면 우리는 냉엄한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기회를 창출했는가, 가치를 키웠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ROI관점에서 검토해보면 쑥스러워질지도 모르겠다. O2O 사업모델에서 사용자획득비용(Customer Acquisition Cost)과 고객생애가치(Customer Life-time Value)를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는데, CAC는 경쟁상황에 따라 치솟게 마련이고, CLV는 주요 가정치(객단가나 거래수수료율 등)에 따라 크게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결론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O2O 사업모델들이 단순 정보/거래 중계형 서비스모델에서 획기적으로 발전되어야 그 기업가치를 정당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새로운 사업 전개 리스크를 의미한다. O2O라고 주장하는 사업모델들은 이제부터라도 어떻게 새로운 기업 가치를 창출해 갈지 스스로 냉정하게 자문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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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O2O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다.

O2O가 마케팅 전쟁 후에 안정과 평화의 시기를 맞을 때 쯤 각 영역에서 브랜드화된 플랫폼이 나타날 것이다. 초기 인터넷시대에 포탈 이후에 버티컬 (vertical) 포탈이 등장했던 것처럼, 카테고리 킬러 (category killer)에 해당되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의 O2O가 나올 것이다. 머지않아 우리는 음식배달, 부동산, 숙박, 맛집, 쿠폰, 세탁, 택시, 퀵, 택배, 대리운전 등 다양한 오프라인 생활서비스를 몇가지 모바일앱으로 결정하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성공적인 IT기업은 독점적 지위로 인해 부러움과 질투, 견제의 대상이 된다. 한 제품 또는 서비스가 오늘날처럼 빠른 시간 안에 독점적 지위를 차지한 적은 없었다. 또 그런 지위에 가기 과거의 기업들 처럼 불공정한 거래 또는 우월적 시장 지위를 남용하지도 않았다. 기술과 서비스 특성으로 인해 순식간에 지배적 사업자가 되었다. 지금의 모바일 트래픽에 관한 통계는 몇개의 서비스로 우리 삶이 치우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마 앞으로도 몇 개의 O2O 서비스가 추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된 이후이다. 어느 정도의 수수료율이 생산자/서비스 공급자에게 적당한 것인가. 어떤 수익모델이 소비자에게 최소한의 거부감을 주면서 가능한 것인가. 현재 구글을 비롯한 지배적 사업자들에 대해 정부가 취하는 입장, 그리고 소비자가 갖는 의문이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우리의 법적 제도적 장치는 기술의 진화만큼 빠르지 않다.

 

정상에서

 

O2O사업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에베레스트 정상을 열심히 오르고 있다. 경로는 빤하고, 길은 붐빈다. 제일 먼저 정상에 오르기 위해 수수료 무료 또는 수수료 인하경쟁의 마케팅이 난무한다. 그러나 누군가 정상의 자리를 차지한다면, 본전이 생각날 것이고 독점적 지위 이후에 얼마나 소비자와 생산자/서비스 공급자의 이익이 우선시 될 것인지 약간의 불안감이 찾아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쿨하고 멋진 O2O기업들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하는 바이다.

About the Author:
2000년 소프트뱅크벤처스에 입사하여, 현재는 부사장 역을 맡고 있습니다. 강동석 부사장은 투자팀 임원으로서 Planning, HR 그리고 재무회계부서의 경영관리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투자회사가 유능하고 우수한 인재를 통해 가치를 창조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강동석 부사장은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성공파트너가 될 수 있는 잠재력 있고 프로페셔널한 젊은 벤처 기업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