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VS (미드) 실리콘밸리

미드 실리콘밸리는 Pied piper(피리부는 사나이, 이하 pp) 라는 어이없는 이름의 압축 기술 회사의 이야기를 다룬 코미디물이다. 드라마속엔 현실의 모습을 반영한 여러 이야기가 많은데 이 중 등장 인물들에 대한 해석을 (아주 주관적으로) 적어본다.

드라마1

피터 그레고리 & 개빈 벨슨

잡스와 게이츠처럼 서로를 싫어하는 두 사람은 실리콘밸리의 거인들을 상징한다.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냉철한 투자자인 피터 그레고리는 피터 틸, 늘 세상을 바꿀 (너무) 거대한 아이디어를 논하는 개빈 벨슨은 일론 머스크가 모티브가 아닐까 싶다. 피터 그레고리의 사무실에는 창업가이던 시절 개빈 벨슨과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있는데 페이팔과 X.com을 합병한 피터틸과 일론 머스크처럼 둘이 회사를 공동으로 운영했었던 스토리가 설정되어 있었던 것 같다. (아쉽게도, 피터 그레고리를 맡은 배우가 사망하는 바람에 이 스토리는 진행되지 못했다). IT 산업의 역사는 아직 짧아서 거대한 성과를 이룬 전설들이 여전히 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들이 생태계의 큰 축을 책임진다. 실제 인물들이 이 정도로 이상하진 않겠지만 피터 틸이 꽤나 특이하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으니 모를 일이다.

 

얼릭 바크만

허물어져가는 가정집에서 인큐배이터를 운영하는 얼릭은 ‘Low seven digit figure’ 에 회사를 매각한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기업가들을 상징한다. (물론 , 본인은 ‘전설적인 스타트업’ Aviato의 파운더로 본인을 소개한다). M&A 가 밥 먹듯이 일어나는 실리콘밸리에서는 회사를 적당한 가격에 매각하고 VC의 파트너나 엔젤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얼릭은 80%의 헛소리속에 20%의 귀한 조언으로 종종 회사를 위기에서 구출하고 전진하게 하는데 회사를 천억에 팔았건 십억에 팔었건 기업가는 기업가이고 그들의 경험과 지혜는 소중하다는 가르침(?) 을 준다. 우리도 이런(??) 엔젤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전설적인 스타트업 Aviato의 파운더 얼릭]

 

제러드 던

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무시당하는 존재인 제러드는 스타트업의 ‘Biz-Dev’들을 희화화한 인물이다. 개발을 모르는 그는 본인의 마케팅과 재무 지식을 스타트업에 적용하고자 무던히도 노력하나 돌아오는 것은 개발자들의 개무시 뿐이다. 그러나 코딩밖에 모르는 CEO 의 든든한 오른팔로 HR을 포함한 다양한 매니지먼트 결정에 관여하게 되는데 이 또한 하드코어 엔지니어들만 모여있는 회사에서 종종 나타나는 현상이다.(결국 직원들의 스톡옵션 %는 그와 CEO가 정했다). 매니지먼트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에 대한 대한 실리콘밸리의 일반적 인식이 궁금하다면 벤 호로비츠의 블로그를 참조하시라.

[테크크런치에서 Pitch 중인 제러드]

드네시 & 길포일

pp의 Co-CTO(??)인 드네시와 길포일은 조국의 1등 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스텐포드/MIT/Caltech/CMU 등의 CS 석사를 한 후 실리콘밸리 기업에 취업하는 많은 엔지니어들을 묘사한 캐릭터들이다.다만 이들은 회사를 좀 잘못 고른 것 같은데, 보통 이정도 멤버들이면 매년 200K 이상의 연봉과 약간의 스톡옵션을 받고 구글/애플/페북 등에서 일한다.  누가 CTO인지를 놓고 늘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이 시즌 2마지막에 함께 여러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여 ‘동접 30만’을 달성하는 장면은 꽤 울림이 있다.

[Co-CTO인 드네시와 길포일]

모니카

말 그대로 ‘심사역’ 되시겠다. 우리집 안주인께서 남편이 밖에서 뭐 하는 사람인지를 이해하시는데 큰 도움을 준 인물이다. 영화에서 모니카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회사의 꿈과 비전을 응원하는 인물로 나오는데, 심사역들은 스타트업 자체에 매력을 느끼고 벤처투자자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금융권 포지션에 비해조금은 더 순수한 마음으로 회사편에 서게되는 경향이 있다. 여성 심사역은 실리콘밸리에서도 드문 편인데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등장인물 중 현실에서 가장 만나기 어려운 캐릭터인 모니카]

러스 해너먼

‘라디오를 인터넷에 올린 사나이’ 이자 심각한 똘아이인 러스는 숀 파커가 모티브인 것 같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숀 파커는 넵스터를 만들어 디지털 (불법) 음원 시대를 열었으며 페이스북의 첫 대표가 되었다가 마약 소지 혐의로 입건되어 대표 자리에서 쫒겨나고 (혐의는 무죄 석방) 이후 스포티파이의 탄생에 함께 한 실리콘밸리의 또 하나의 아이콘(이자 역시 심각한 ㄸㅇㅇ)이다. 자유 분방한 천재 억만장자들 역시 실리콘밸리 하면 떠오르는 캐릭터인데 나도 만나본 적은 없어서 실제로 이런 사람들이 많은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리고 주인공인 CEO 리처드는 이시대 가장 유명한 기업가 마크 주커버그가 모티브 되시겠다. 성격은 좀 달라보이지만 입술을 께무는 버릇은 그대로다.

인물 뿐 아니라 깨알같은 에피소드와 대사들도 많은데, 정점은 2D 도트 그래픽과 사운드블라스터 같은 음색으로 실리콘밸리의 흥망성쇠를 한방에 표현한 인트로가 아닐까 싶다. 드라마 내내 계속되는 과장, 욕설, 코미디 속에 가끔씩 등장하는, 결국 좋은 팀과 기술이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킨다는 메시지는 나름 감동적인데 특히 각 시즌의 마지막회는 좋은 스타트업이 경험하게 되는 ‘Magical moments’ 들에 대한 멋진 오마주로 부족함이 없다. 인기도 꽤 있었고 에미상도 2개나 받은것을 보니 역시 미국은 요즘 테크와 Geek 컬쳐가 대세인가보다. 시즌 3도 제작 확정이라니 기대 해 보자.

About the Author:
현재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수석심사역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이전에는 맥킨지 앤 컴퍼니에서 국내 주요 대기업의 전략 수립, 해외 진출, 인수 합병에 관련된 다양한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 하였습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는 아이디인큐, 드라마피버, 코코네 등 한, 미, 일의 다양한 IT Start-up에 400여억원 상당의 투자를 집행하였습니다. 회사를 위해 가치를 창출하는 신뢰받는 투자자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