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돈을 받을 것인가?

올해 말이나 혹은 내년 초 쯤 스타트업 생태계가 최근까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될 거라는 우려의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16년간 벤처생태계에 몸담아 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그런 우려의 목소리가 생경하게 들리지 않아 근심이 앞선다.

인터넷 버블 붐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벤처기업들이(그 당시는 ‘스타트업’이라고 하지 않고 ‘벤처’라는 불렀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간판을 내렸다. 그 후 몇 년 간은 아무도 창업을 하지 않으니 당연히 투자할 기회도 별로 없었던 암흑기였다. 그 암흑기의 목격자의 한 사람이었기에 최근 몇 년간의 ‘활황’은 다소 생경한 장면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순식간에 엄청난 규모로 등장한 엔젤투자자, 엑셀러레이터 그리고 인큐베이터들과 곳간이 넉넉해진 VC들의 적극적인 투자 행보는 십 수년 만에 다시 겪어 보는 활력 넘치는 모습이다.

2000년 초 인터넷 버블이 꺼지기 바로 전 까지 평균적인 투자 금액이 몇 십억 단위였다. 그 때 처럼 최근의 투자 규모도 상당히 커졌다는 것 (이는 곧바로 기업가치의 상승을 의미한다)은 논외로 하더라도, 창업하는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투자 받기가 한층 수월해졌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많은 이들의 우려 처럼 스타트업 생태계에 다소 거품이 끼어 있고, 조만간 그 거품이 꺼지면서 일정 기간의 정체기가 올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자생력을 갖춘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과거 인터넷 버블의 붕괴 때와는 달리 단단하게 성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 믿는다. 즉, 앞으로도 사람들은 창업을 통한 도전을 계속 해 나갈 것이며, 또 다양한 경험을 쌓은 투자자들도 역시 지속적으로 투자 활동을 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시장의 성숙도를 감안해 봤을 때,  창업자들이 염두에 두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 즉, 단순히 투자를 받는 것에 급급하지 않고, ‘어떤 돈을 받을 것인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창업자들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규모의 투자를 받는 것은 아니므로 다소 배부른 소리라고 여겨지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고언은 사업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에 비교적 수월하게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창업가들의 경우만 해당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감안해 주었으면 한다.

 

1

 

 

독보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많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고 하자. 그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서 투자자들은 여러가지 카드를 꺼내들 것 이다. 이 상황에서 모두를 한방에 보낼 수 있는 무기는 아마도 회사의 가치(valuation)를 높여주는 것일지 모른다. 다른 곳들보다 기업가치를 높여주고, 그에 따라 투자금도 많이 주겠다고 한다면 회사는 자신들의 가치를 높게 인정해 주는 곳과 당연히 손을 잡고 싶을 것이다.

투자를 유치하는 데 있어 ‘돈’보다 어쩌면 더 중요할 수 있는 두 가지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우선, 회사가 하고 있는 ’업’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는 투자자인가를 살펴 보라고 권한다. 자신의 사업에 대한 이해가 바탕에 있어야만, 투자 이후에 벌어지는 여러 가지 난관들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다. VC들은 흔히들 “투자금이 집행되는 그 순간이 투자의 끝이 아니라 비로소 시작이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투자를 받고 나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성장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수립한 핑크빛 사업계획서에는 나와 있지 않은 많은 난관들과 숱하게 부딛히게 된다. 이럴 때, 투자자가 그 업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하느냐는 따라 문제 해결을 위한 조언과 지원의 질적인 차이가 현저히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동지와 같은 마음으로 해결책을 함께 찾아 나가는 투자파트너와 옆에서 계산기 두드리며 언제 투자금을 돌려 줄 수 있냐며 잔소리나 해대는 투자파트너! 누가 더 좋은가?

한가지 더 중요한 것은,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면서 긴 호흡으로 기다려 줄 수 있는 투자자인지를 꼭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모바일과 소셜의 시대가 도래한 이후 다수의 스타트업들은 뚜렷한 사업모델 (BM, Business Model, 혹은 수익모델이라고도 함)이 없이 우선은 사용자를 확보하는데 주력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숫자의 사용자가 모였을 때 BM을 적용하기 시작하고, 그 이후부터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수익을 내기 시작하는 시점은 애당초 투자유치를 위해 제공한 사업계획서와는 현저한 차이를 보일 뿐더러, 사업모델 그 자체도 드라마틱한 변화를 통해 재정립이 되기 일쑤이다. 그렇듯 계획과 실행과의 간극이 벌어지더라도 회사의 비전을 믿어 주면서 끝까지 기다려줄 수 있는 투자자인지 아닌지는 잘 가늠해 보아야 할 것이다.

 

reality

 

극소수의 근본이 나쁜 기업가들을 빼고는 투자자들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허언을 일삼는 기업가는 없다. 목표로 삼은 것을 이루어 낼 수 있다는 확신을 120% 가지고 있으면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또 그것을 가지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한다. 하지만, 지난 16년간 지켜본 바로는 애초의 사업계획서대로 되는 회사는 거의 없었다.

스타트업은 실로 힘들고 먼 길을 가야 한다. 물론 모든 스타트업이 산전수전, 공중전, 육박전, 유격전, 백병전 등을 다 겪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공’ 혹은 사업계획서의 ‘완성’이라는 글자를 새기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그 시간을 함께 할 파트너로 어떤 투자자와 손을 잡을 것인지는 정말로 중요하다. 최근들어 한국의 벤처생태계에는 창업가들의 진정한 파트너가 되고자 하는 의지와 자격까지 갖춘 투자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서 정말 기쁘기 그지 없다.

Clare Kim
About the Author:
Director Communication Divi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