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페퍼, 그리고 인간의 행복

소프트뱅크그룹의 비전은 ‘정보통신혁명을 통해 인류의 삶을 행복하게 한다’이며, 이에 기반한 소프트벵크벤처스의 투자철학은 그럴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발굴하고 지원하여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이 철학에 따라 ICT분야의 기술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ICT분야에서의 기술혁신은 인간의 삶을 좀더 풍요롭고 가치 있게 만들어 주며, 그렇게 만들어진 가치가 의미있는 수준의 투자성과로 이어진다고 굳게 믿고 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은 바둑이라는 유서깊고 대중적인 게임을 활용해 그동안 쉽게 설명하기가 힘들었던 혁신적 기술을 피부로 느끼게 만드는 절묘한 마케팅이었다. 알파고 기술의 비즈니스적 가치 평가를 냉정하게 해 보기도 전에 많은 사람들은 당혹해했고 인공지능 기술의 등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갖게 되었다.

알파고의 등장 이전에 탄생한 소프트뱅크의 감성형 로봇 ‘페퍼’도 알파고처럼 단시간에 집중적인 조명을 받지는 못했으나 거의 매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작년부터 일본 시장에서만 제한적으로 판매가 되기 시작한 페퍼는 현재 일본에서 일부 금융기관, 소매점 매장 등에서 고객을 맞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의 자리를 뺏고 있는 것이다. 

 

AI pepper 1

 

이 시점에서 고용의 미래를 기술발전과 접목시켜 살펴보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까 한다. 2013년 옥스포드 대학의 Carl Benedikt Frey Michael A. Osborne이 발표한 <고용의 미래 : 컴퓨터화에 직업은 얼마나 민감한가, Future of Employment : How susceptible are jobs to computerization?>라는 논문은 미국 고용시장의 702개 세부직업들이 향후 컴퓨터화 될 가능성을 수치적으로 추정하고 약47%의 고용이 컴퓨터에 의해 대체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예측했다.

만약에 이 예측이 현실이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47%의 실업자들은 무엇을 해야하는가? 그 가족의 생계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2013 9월 발표되었던 논문에서 주목했던 2가지의 기술적 진보분야가 바로 기계학습(Machine Learning)과 이동형 로봇 (Mobile Robotics)이다. 기계학습은 머리를 대신하고, 이동형 로봇은 손과 발을 포함한 섬세한 육체노동을 대체할 것이다. 알파고와 페퍼의 후예들이 내 가족, 친구, 직장동료의 절반을 대신 메우고 일하는 그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무인자동차의 소식을 자주 접하는 요즘 운전기사는 (완전대체를 1로 볼 때) 0.89로 컴퓨터에 의해 대체된다는 예측에 충분히 수긍이 간다. 그나마의 위안이 되는 것은 702개 세부직업 중에 일부는 컴퓨터화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 본 것이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하나 있는 자식이 개그맨이 꿈이라며 한탄하던 분을 만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그 논문을 인용해 주면서 앞으로 이삼십 년 후에 제대로 뜻을 펼칠 직업을 찾아야 하는데, 회계사나 변호사처럼 지금 전문직으로 각광받는 직업이 사라질 가능성이 많다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한 적이 있다. 다섯 살 아들의 아버지로서 나는 아들에게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라고 얘기해야 할까?

 

AI job loss

 

논문에 쓰인 Computerization이 불가능한 인간의 능력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눈으로 말해요라는 다소 감성적이고 시적인 표현이 있다. 벤처투자가는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는 얘기를 자주 접했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사람의 무엇을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투자자마다 평가항목도 주관적이고 평가결과도 상이할 수 있다.

나는 눈으로 얘기하고 교감하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는 눈만으로 무언의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눈에 그 사람의 지식이 담겨 있지는 않지만 ‘진심’은 눈으로 표현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알파고의 눈빛을 본 적이 없고, 페퍼는 동그란 눈을 항상 깜찍하게 뜨고 있다.

시나 그림은 어떠한가? 알파고가 시인도 될 수 있고 화가도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시나 그림에서 느껴지는 복합적, 주관적 감정을 알파고가 인간처럼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인간이 느끼는 아날로그적 감성과 복합적인 감정을 데이터의 입력을 통해 흉내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감성과 감정은 인류가 등장한 이래 지금까지도 인간 본연의 것이다. , 인간이 인간에게서 느끼는 비언어적 교감과 감성과 감정의 소비 주체라는 성격은 기술적 성과와 무관하게 인간만이 갖는 것이다.

다시 소프트뱅크의 투자철학으로 돌아가 보자. 정보통신혁명이 진짜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더 인간답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기술적 진보만이 인간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인가? 여전히 기술적인 진보와 혁신이 더 필요한 인류사회라 하더라도 이제는 인간중심의 기술관에 대한 해답도 구해 가면서 앞으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하는 투자의 미래에 대한 고민 또한 깊어만 간다.

About the Author:
2000년 소프트뱅크벤처스에 입사하여, 현재는 부사장 역을 맡고 있습니다. 강동석 부사장은 투자팀 임원으로서 Planning, HR 그리고 재무회계부서의 경영관리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투자회사가 유능하고 우수한 인재를 통해 가치를 창조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강동석 부사장은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성공파트너가 될 수 있는 잠재력 있고 프로페셔널한 젊은 벤처 기업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