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변의 개념정리시리즈 제3편] 적정 밸류에이션이란?

2015년 한 해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되돌아 보면 치열하면서도 흥미로운 한 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돈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 중에서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기업의 공급이 여전히 제한적인 것에 반해, 투자대기자금은 다소 넉넉해 진 상황에서 투자자들간의 불꽃 튀는 접전이 유독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정책자금 및 창업 장려 기조와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이 맞물려 신규펀드 결성과 투자 기회 창출을 위해 투자사들은 각축전을 벌였습니다. 아마도 그 관성이 2016년까지도 이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이러한 공격적인 스타트업계의 투자 경쟁 추세는 국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최근 몇 년 간 세계적으로 장기간 이루어진 초저금리 기조와 미국, 유럽, 일본의 무제한적인 양적 완화로 갈 곳 잃은 돈의 일부가 비상장시장과 스타트업계에까지 유입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유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왓츠앱 등과 같은 스타트업의 유래 없는 성공을 확인한 투자자들의 ‘next big thing’을 찾고자 하는 하는 열망과 맞물려 가치평가액(valuation)이 10억 달러가 넘는 이른바 유니콘 기업들이 대거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우호적인 투자 환경은 고무적이지만 동시에 일정 부분의 우려 되는 사항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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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Fortune.com]

<결국 밸류에이션이 중요하다>

1조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유니콘들의 성장을 지켜 보면서 스스로의 도전에 대한 장밋빛 미래도 그려 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 도출 과정에 대해서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아직은 축배를 들 때가 아닌 것을 금방 깨닫게 됩니다. 상장이나 M&A 이전의 일반적인 스타트업 가치평가는 투자시의 가치평가이므로 실현가능성에 있어서는 여전히 미래진행형입니다. 따라서 실제 Exit시 가치, 즉 상장 후 시가총액이나 인수의향사의 평가액과는 괴리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Exit시 가치가 투자 시 밸류에이션을 하회하게 되면 투자사의 수익률에는 당연히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2015년 하반기 미국 스타트업 업계에서 스냅쳇, 드랍박스, 스퀘어와 같이 가장 성장성이 뛰어난 기업이라고 칭송 받았던 대표적인 기업들에 대한 가치절하(devaluation)가 진행이 되었습니다. 드랍박스의 경우 마지막 라운드 밸류에이션으로 인하여 준비했던 기업공개 자체가 힘들어졌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치절하의 원인이 늘어난 유동성과 테마로 인한 과열에 대한 조정인지, 중국 발 거시경제 지표 악화 및 미국의 금리인상의 복합적 영향에 따른 것인지 등 딱 한가지 이유로 확언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투자를 받은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14년보다는 확연히 높고, 또 기업 수 자체도 크게 증가했던 추세가 작년 상반기를 정점으로 꺽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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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7월자까지 증가하였던 유니콘 수
[출처: CB Insight]

<시그널이 오고 있다>

Financial Review 2015년 11월 기사를 보면 2014년 4월에는 10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이 1개, 10억달러(유니콘) 이상의 스타트업이 43개가 존재했지만 1년 반 후에는 10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이 9개,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이 125개라고 보도하였습니다. 이러한 밸류에이션은 결과적으로 서비스가 수익화에 성공할 것을 가정하고 있는데 벌써부터 일부 대표 업체들이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가 됩니다. 이미 ‘15년 하반기에 언론 및 VC 업계에서 버블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쏟아졌으며 ‘15년 4Q에는 스타트업 업계 전반의 가치산정 적절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돌이켜 보는 조정의 시그널이 나타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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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년 4Q 1억 달러 이상인 라운드 수가 39개로 집계되었으며 3Q에 비해 크게 축소되었다 (Unit: 라운드 수)
[출처: CBInsights]

 

앞의 두 포스팅에서 말씀 드렸듯이 잔여재산분배우선권 조항으로 안전장치를 해놓은 것은 명백한 한계가 있을뿐더러 원금보장을 위해 VC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조항에 대한 집착 또는 과도한 신용은 본질이 아닐 뿐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스톡옵션의 무의미화로 인한 인력 리텐션 이슈 등 각종 부정적 상황을 초래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Exit 자체가 어려워져 절박한 심정으로 다운라운드를 감수하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투자자의 투자금과 스타트업을 다운라운드 등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적절한 밸류에이션 입니다. 물론 ‘스타트업의 적절한 밸류에이션이라는 게 과연 무엇인가’라는 것은  결코 쉬운 주제가 아닙니다. 포춘 (Fortune)지에서 다룬 Fidelity Investment의 스냅쳇 (Snapchat) 가치절하에 관한 기사에 따르면 “…marking values of private companies is more art than science, which is why most traditional venture capital firms only change their valuation when there is a subsequent financing event”라는 코멘트로 그 불확실성을 표현하였습니다.

기업의 주체적인 역량이나 객관적인 사회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스타트업의 가치는 한 번 시작하면 무조건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은 어쩌면 무모한 생각입니다. 이미 기업을 공개한 주식시장의 기업들을 한 번 떠올려 봅시다. 과연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기업을 공개하여 지금까지 살아 남은 기업들 중에서 상장 첫날부터 지금까지 그 회사의 주식이 직선으로 우상향하여 온 기업이 과연 있을까요?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 것이 회사의 가치입니다.

 

작년 하반기 이후부터 진행이 되고 있는 밸류에이션 조정 국면에서 적정 밸류에이션에 대한 자각과 점검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으며, 이는 스타트업과 투자사 모두의 장기적으로 수익률과 직결되는 문제라 생각합니다. 바로 코앞에 닥친 투자 라운드 혹은 하나의 투자 딜 보다는 좀 더 장기적인 관점과 혜안으로 밸류에이션를 산정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시기가 다가 오고 있습니다. 투자와 기업경영의 절대 명제가 바로 ‘생존’이기 때문입니다.

About the Author:
2015년 1월 소프트뱅크벤처스에 입사하여 심사역으로 근무 중입니다. 이전에는 KT 자회사 엔써즈에서 BD 및 M&A 파트를 맡아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University of Michigan- Ann Arbor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Santa Clara University- Law School을 졸업 후 켈리포니아 변호사로 활동하였습니다. 미국 시장, ICT/기술, 게임 관련 사업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