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스타트업의 성공을 위한 제언 #1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듯이 대한민국의 성장을 견인했던 전통 굴뚝 산업들은 막다른 골목에 와 있는 반면, 앞으로 국가의 경제를 이끌 수 있는 주목할만한 성장 산업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로서는 인도나 동남아시아와 같이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문득 국내에서는 글로벌 스타급의 테크 스타트업이 나올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해보게 되었다.
경재성장률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요람이라는 대전의 대덕연구단지를 출장으로 다녀올 때 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KAIST를 비롯한 30여개의 정부출연연구관에 있는 세계적 수준의 뛰어난 엔지니어들이 다양한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한 글로벌 스타 기업이 왜 나오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다.  국내 스타트업계에서는 지난 몇 년 간 쿠팡, 배달의 민족, 직방 등 내노라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배출 되었지만 기술기반의 글로벌 스타 기업의 등장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이것은 단순히 투자자들이 좋은 기술에 장기적인 호흡을 갖고 투자해주지 않기 때문이라거나 대기업들이 테크 스타트업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만이라기보다 조금 더 근원적인 문제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십수년간 테크 스타트업에 몸담고 있으면서 느꼈던 여러가지 것들을 회상해보며 조금씩 정리해보고자 한다.
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를 한번에 담기 쉽지 않아 이번에는 기술 창업자의 인식에 변화에 도움이 될만한 기술의 상품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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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startup 13
기술의 응용 분야의 선택과 상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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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스타트업 (Tech Startup)이란 무엇일까. 나는 일단 창업자 또는 공학창업자가 학교 또는 기업에서 다년간 연구하고 개발하여 다양한 응용이 가능한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한 초기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음성 인식, 영상 인식, 반도체,  또는 적외선 센서 등등의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이것을 기반으로 다양한 응용 분야를 찾는 회사들이라고 여기에 속할것 같다.
새로운 기술을 시도하는 회사일수록 그 신기함으로 인해 사업 초창기에 시장의 주목을 쉽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보면 창업자는 그 ‘신기함에 대한 찬사’를 사업이 잘 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스타트업 행사나 기업 세미나 또는 학회를 돌아 다니게 된다. 그러한 활동이 회사를 위하여 가치를 만들고 있다고 믿게되면서 점점 사업과는 거리가 멀어져 간다.
새로운 기술의 신기함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는 것이 초기 투자를 몇번 받는것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기술을 상품화를 시켜서 돈을 벌어 사업을 영위해 나가는것과는 다른 얘기다.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여 거기서 오는 기쁨만을 목표로 한다면 연구소나 대학에서 전문 연구 인력으로 그 적성과 장기를 살리는 것이 나을수도 있다.  기술적으로 주목을 받아도 상품화되어 팔리지 못하면 그것은 결국 사업이 아니다.
냉정히 말하면 고객은 적당한 가격에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면 그 제품 뒤에 인공 지능이 있든 아니면 수많은 사람이 손으로 그 문제를 풀고 있던 큰 관심이 없다.
일례로 매우 뛰어난 확률로 얼굴 인식을 할 수 있는 테크 스타트업이 있었고 이 회사는 전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인 얼굴 인식 기술의 인식률로 주목을 받고 있었다. 회사는 이 기술을 응용하여 각종 인터넷 매체의 이미지에 등장하는 얼굴 인식을 통하여 특정 인물에 타켓팅 광고를 삽입하는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자 했다. 데모는 신기했고 시연을 보는 사람들의 찬사가 넘쳐났다.
얼굴인식기술
[사진출처: http://www.privacysurgeon.org/]
하지만 이것을 실제로 상용화 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난관에 부딪혔다. 다양한 각도와 조명에서 찍히는 사진들마다 정확한 인식을 할 수가 없었고 광고 시장의 특성상 완벽에 가까운 정확도를 기대하는 광고주들에게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제공해주기는 무척 어려웠다. 세계적 수준의 기술이였음에도 적용 분야에서 고객이 기대하는 수준의 차이 때문에 회사가 원했던 형태의 사업을 만들어 가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이다.
그에 반하여 얼굴인식기술을 직접 보유하고 있지 않았지만 타 회사의 기술을 라이센스로 도입하여 통해서 연예인닮을꼴 찾기를 앱으로 서비스 했던 회사가 있었다. 비록 찍을때마다 종종 다른 결과를 보여줄 정도로 얼굴인식에 있어서의 정확도는 높지 않았지만 이 기술적 정확도는 고객들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나와 닮은 연예인을 보여준다는 사실 자체에서 고객들은 즐거움을 찾았고 심지어 종종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흥미요소로 생각하며 이 서비스를 친구들과 즐겼다. 이 앱은 이후 사업화까지 진도를 나가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으나 최소한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한번쯤은 써보고 즐겼던 상품적 가치를 만드는데는 성공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동일한 기술도 어느 분야에 어떻한 상품으로 응용되어 제공하느냐에 따라서 그 기술이 기여하는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사실 나도 예전에 좋은 기술과 기술팀만 있으면 그것으로 모든 사업이 이루어질 줄 알았다. 새로운 기술과 데모를 선보이면 신기함에 이끌린 찬사가 이따랐고 나는 그것이 사업 성공의 단초라고 믿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사업화되지 않으면, 좀 더 엄밀히 이야기해서 돈이 벌리지 않으면 그것은 쇼에 불과했다. 좋은 기술 보다는 좋은 상품이 그리고 좋은 상품을 잘 팔아서 좋은 사업을 만들어야 좋은 회사라는 것을 기술 회사를 창업했던 초기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단해 보이던 기술도 그 효율과 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는 영역에 적용되어 사업화 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시장에서 아무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다.
구글이 정말 뛰어난 회사라고 생각하는 점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단순한 한가지의 원천 기술력 보다는 외부에 있던 내부에서 보유하는 기술이든 여러가지 최신 기술들을 절묘하게 조합하여 뛰어난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그 상품화 엔지니어링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google tech
뛰어난 기술을 따라오는 대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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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항상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형태의 대체재가 있을 수 있다.
우리가 유일하다거나 또는 세상에서 가장 앞서 있다라는 믿음은 기술 회사가 빠질 수 있는 가장 큰 오류이다. 실제로 우리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 세계에서 최고일 수 있다. 하지만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꼭 최고의 기술이 필요하지는 않다. 어떤 경우에는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최고 수준의 고급 기술이 없이도 해결이 가능할 때도 있다.
내가 몸담고 있었던 회사에서 만들었던 동영상 저작권 관리 시스템은 정말 세계 수준의 기술 인력들이 만들어낸 영상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다양한 동영상 변이와 편집에 대한 대응할 수 있는 정확도가 99%를 넘었고 수억개의 영상을 처리할 수 있는 확장성도 가지고 있었다.
당시 시장에는 우리 이외에는 경쟁자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우리의 경쟁사라고 주장했던 회사가 있었다. 이 회사는 심지어 영상 인식 기술도 아닌 오래된 방식의 음성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동영상의 소리를 인식하여 저작권 위반 영상을 찾아 냈으며 영상 기반의 우리 회사보다 기술적 정확도가 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회사는 음성 인식 기술을 초벌 검출에 사용하고 모니터링 요원인 사람을 이용해 기술적 부족함을 보완하도록 했으며 심지어는 고객도 매출 순위가 높은 상위 기업만 상대해서 운영의 효율성을 중시했다. 그리고 월등히 낮은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여 고객의 기대 수준도 낮추어 종종 일어나는 기술적 오류에 대해서 고객이 크게 불만을 갖지 않도록 하였다.
그에 비하여 최고의 기술력과 스케일을 장점으로 했던 우리 회사는 기술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으로 우리가 이 분야의 최고이니 쓸테면 써라라는 식의 영업을 했었다. 기술적으로 차이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장은 양분 되었고 그 경쟁사는 사업을 잘 영위해나갔다. 단순한 기술적 우위만이 사업의 성패를 가르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던 일화다.
결국 고객이 무엇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원하는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비싸고 좋은 기술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싸고 적당한 성능으로도 문제 해결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수요가 확인되면 생각치도 못했던 대체재들이 쏟아질 수 있다.
customer
뛰어난 기술과 도입 과정에서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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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사업화와 관련해서 생각나는 이슈가 또 있다. 기술적 혁신이 항상 모든이들에게 달갑게 받아지지 않는다.  기술을 이용하여  이룰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는 사람이 하던일을 기계가 대체하여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사람을 줄이는 일에는 항상  저항이 있고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는데까지 시간이 걸린다. 18세기 산업 혁명 당시에도 석탄과 증기 기관과 같은 새로운 동력원을 기반으로 방적기나 역직기 같은 새로운 기계가 발명되었으며 이를 통하여 생산의 효율성을 올렸다. 당시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방직기가 악마의 기계라고 단체로 모여 시위하며 이 기계들을 불태우는 사건도 빈번하게 있었다고 하니 기술로 인한 혁신이 실제 사회에 도입되는 데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한 예이기도 하다.
내가 몸 담았던 회사에서 위에 언급한 불법 동영상을 자동으로 걸러주는 서비스를 포털 회사에 제공했던 적이 있다. 당시 한 고객사는 도입에 매우 관심이 있었으나 의사 결정권자가 조직적 이유로 도입을 매우 난처해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 그 해당 고객사에는 불법 동영상을 적발해서 삭제하는 인력이 이미 수십명이 몸담고 있는 부서가 있었으며 이 기술을 도입할 경우 회사 자체의 재무적 효율성을 올라가지만 그 부서의 인력들에 대한 대책이 당장 없기 때문에 도입이 어렵다고 했다.
결국 한참 후에야 우리가 제안한 서비스가 도입이 되었고 그  이전까지 부서 인력의 재배치를 포함한 적잖은 업무 조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당연히 비용대비 효과가 좋은 이 서비스가 즉시 도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자금 집행 계획을 세웠는데 도입 검토 기간이 길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기술의 상품성만과 도입 담당자의 초기 반응만으로 당장 전체 서비스가 바로 도입될 것이라고 확신한 것은 섣부른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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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I 기반으로 의료 진단을 해주는 한 테크 스타트업도 개발하고 있는 이 기술이 의사들의 의사 결정에 참고가 될 수 있는 보조제지 대체제가 아니라는 부분을 강조하며 협력를 이끌어 내고 있다. 실제로도 의사의 진료 과정에서 상호 보완될 수 있는 형태로 공동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것으 기반으로 현재의 의료 시스템에 손쉽게 반영될 수 있는 형태로 점차 진화하고 있다.  만약에 이 기술이 모든 의사들을 대체할 수 있으며 더 이상 의료 분야에 사람은 필요 없게 할것이다라고 주장 하며 의료 시장에 접근 했다면 그 기술력에 상관 없이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와 같이 테크 스타트업의 창업자라면 자신이 만들고 있는 기술이 실현됨에 따라서 발생할 수 있는 고객사의 조직적, 사회적 변화에 대해서도 한발짝 앞서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현실과 상황을 명확하게 파악하여 큰 그림을 바탕으로 하는 사업 구도를 만들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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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rael
[사진출처: letstalkpayments.com]
최근 이스라엘의 다양한 테크 스타트업들을 보면서 여러 측면에서 부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들의 영어권에 대한 자유로운 의사 소통 능력은 둘째치더라도 보유하고 있는 기술들을 실제 고객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응용 분야에 해당 기술을 적용하여 최적의 상품으로 포장해서 전달하는 능력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성능에 대한 검증 과정이 필요할 수 있더라도 이전에 일단 한번 써보고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매력적인 응용 분야를 찾아서 상품화할 수 있는 능력은  매우 큰 경쟁력이라고 느껴졌으며 우리도 이런 부분을 많이 관찰하고 배워야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테크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과 조직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About the Author:
이준표 투자 부문 이사는 잠재력 있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 발굴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008년 소프트뱅크코리아의 EIR(Entreprenure in Residence)로 합류하였고 동영상기술업체인 엔써즈의 창업과 매각 이후에 2015년 소프트뱅크벤처스의 투자팀으로 복귀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