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st for hyper growth (고성장을 찾아서)

20년 가까이 벤처투자를 하면서 가장 자주 받았던 질문은 ‘어떻게 하면 투자를 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느냐 혹은 어떤 사람이 미인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처럼 투자자가 할 수 있는 있는 답은 다양하고 무한하다.

행복의 척도나 미인의 기준이 다르듯이 벤처투자자들의 투자 기준도 각각 다르다. 하지만 벤처투자의 본질이 미래가치를 예상하는 것이기에 정답은 없다. 투자자는 제한적인 정보를 기반으로 ‘객관으로 색칠된 주관의 탈’을 쓰고 매 순간 투자의사 결정을 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피로가 누적된 탓인지는 몰라도 어느 순간부터인가 모두가 수긍할만 하면서, 투자유치를 위해 고심하는 벤처기업가에 도움이 되는, 실천 가능한 답을 찾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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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 for fire(불을 찾아서)]

대학시절 ‘Quest for fire(불을 찾아서)’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과학소설에 기반했지만 너무 사실적이어서 타임머신을 타고 8만년 전으로 돌아가 지구를 목격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우리의 삶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씨줄과 날줄의 만남에 순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 매 순간들을 겹겹이 쌓아 올려 과거를 만들고,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과거와 미래의 시공간을 상상해 보는 것은 즐거우면서도 지식과 경험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영화 속에서 불은 원시부족에게 목숨을 걸고 추구하고 지켜야 하는 가치 있는 그 무엇이었다. 불은 원시인들 삶에서 모든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추운 동굴에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따뜻함과 어둠이 내린 후 짐승을 쫓아주는 빛, 소화를 도와주는 화식을 제공하였다. 불이 없을 때도 인간은 존재했지만, 불을 알고 나서 삶은 바뀌었다. 직립 보행으로 인한 양손의 자유와 마찬가지로 불은 인류 역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었고,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나가는 중대한 전환점을 만들어 주었다. 벤처창업자들에게 불과 같은 존재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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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업에 투자하고 싶을까?]

투자검토를 위한 많은 미팅들에서 창업자들은 꿈과 비전, 사업을 시작한 이유, 성공해서 이루고 싶은 세상을 이야기한다. 그 진솔한 말들은 멀고 험한 항해의 나침반이자 키이다. 투자자들은 이것들이 좌표를 잃지 않고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알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 판단과 기업가들의 설명을 직접 연결짓기 어려운 이유는, 답들이 가치지향적이며 정해진 답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 망망대해의 파도를 헤쳐나가는 뱃머리 선체는 무엇일까? 단단한 뱃머리가 나침반과 키를 감싸면서 순풍을 맞아 앞으로 달려나갈 수 있다면, 그것이 성공에 가까워지는 길일 것이다. 무엇이 우리에게 뱃머리가 될 수 있을까? 그 뱃머리가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불의 존재이다.

벤처투자란 고위험 고수익을 기대하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이다. 이런 특성을 따른다면 벤처기업은 고도의 월등한 성장성과 수익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미래가치를 높이는 원동력이고, 비록 실패확률이 높더라도 막대한 투자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어떻게 하면 투자를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은 ‘벤처투자자들은 어떤 기업에 투자하고 싶어하는가’로 뒤집어 볼 수 있다. 태생적으로 벤처투자자는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고도의 성장성과 수익성의 기회에 더 끌린다. 따라서, 진정으로 투자를 원한다면 고성장(hyper growth)으로 얘기를 풀어가 보라. 고성장은 비전이나 신념이 아니다. 구체적이며 실천적인 목표이다.

우리의 삶은 구체적이고 실천적일 때 에너지가 된다. 내 가슴 깊이 간직한 불, 험한 파도를 헤쳐나가는 뱃머리가 무엇이며 어떻게 키워나갈 수 있는지 구체적인 지표와 숫자로 투자자와 대화를 시작해 보라.

 

[‘사업계획서’라는 시나리오의 주인공은?]

투자유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고성장을 사업계획서에 녹여내야 하는가?

창업자들은 2016년 후반기 이후 스타트업 펀딩 시장은 전년대비 위축되는 양상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환경에서도 소프트뱅크벤처스 포트폴리오들의 후속투자 유치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새로운 투자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낸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기존투자자로서 우리는 늘 더 큰 성장 가능성을 강조해 왔다.

돈을 얼마나 벌고 있는가를 투자 판단의 근거로 삼지 않고, 매출이 곧 성장의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에베레스트 정상은 물리적으로 한 지점이지만, 궁극적으로 정상에 오르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아주 단순하지만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되는 각자의 성장모형을 사업계획서에서 제시하면 되는 것이다. 사업계획서의 조연배우가 아닌 스토리를 책임지는 주연배우로 ‘고성장’이라는 실천과제를 설명해야 효과가 있다.

성장을 가능케 하는 요소는 핵심 성장 요인(key growth driver)이라고 규정한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는 많은 경로들처럼 모바일 커머스 회사인 경우를 예로 들면 월간사용자수치, 신규사용자 수, 사용시간, 총 구매자 수, 반복구매자 수, 거래액 등 목표 시장과 고객 특성만큼 다양한 요소와 가정들이 존재한다. 대부분 스타트업의 성장 모형은 고유하고 독자적인 가정에 의존한다. 사업은 이러한 가정을 계속 테스트하고 검증받는 과정이다.

회사 설립 후에 처음 받는 투자는 아이디어나 창업자를 믿고 투자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후의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보다 정교해진 성장 모형을 데이터로 입증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경영진의 역량과 경험이 성장 요인과 잘 어우러져야 한다. 사업의 본질을 꿰뚫고 핵심 성장 요인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지는 모든 투자자들이 투자에 있어 회사로부터 듣고 싶어하는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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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ited businesswoman in front of pointing up business ch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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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성장하는 것이 정답인가?]

얼마나 성장해야 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가? 다수의 시장예측기관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6%로 예상된다고 한다. 중국은 2017년 6.5% 중속 성장의 목표를 제시하였다. 페이스북은 2016년 분기 기준 전년대비 50% 이상의 매출성장을 기록했다. 일간실사용자 증가는 20% 정도 수준이다. 최근 분기 매출 33억 달러, 월간 실사용자 20억명의 덩치에서 이루어낸 성과이다. 네이버는 2016년 전년대비 23.6% 매출성장을 이루었다. 대기업에게 20% 이상의 성장은 대단한 실적이다.

성장의 지표가 회사마다 다를 수 있고, 기업의 발전 단계에 따라 성장률 기대치가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핵심 성장 요인에 있어서 초기 기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5~10배 정도의 연간 성장, 어느 정도 사업모델이 검증된 상태에서는 50%에서 3~4배의 성장이 일반적이다. 물론 실패한 경우를 제외한 평균치이다. 투자자의 기대치로 보면 초기단계에서 5~10배 정도, 그 이후 3~4배 정도를 거쳐, 50% 정도의 핵심성장을 이루어 내면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입증할만한 재무적 성과들이 나오게 된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초기단계에서의 미진한 성장은 외부인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성장을 이야기할 때 창업자들이 고려해야 할 두 가지 질적 특성이 있다. 첫째는 성장의 지속성이고 둘째는 성장의 최소규모이다.

성장의 지속성은 본질적 경쟁력에 기인한 성장인지 단기적 외부요인에 의한 것인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핵심성장요인과 성장지표의 상관관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통제하며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가가 장기간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기본이 된다. 빅히트 후 1년이 채 지나기 전에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는 모바일 게임을 투자자들이 의미 있게 해석하지 않는 이유이다.

성장의 최소규모는 초기 성장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투자 유치 프리젠테이션에서 자주 발견된다. 목표시장이 만 명인데, 한 명에서 두 명으로 100% 증가한 것이 유의미한 성장으로 해석될 수 있을까?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지만, 작은 규모라도 성장의 단초를 충분히 발견할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 하고, 더불어 상당기간 핵심성장요인을 통해 지속가능하다는 믿음을 줄 수 있다면 당연히 투자유치의 성공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지금 당장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성장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설득 프레임을 바꾸어 보자.

자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1) 내가 하는 사업은 고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2)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어떤 핵심 요인들에 기인하는가? 3) 그 요인들은 단순하지만 강력하고, 회사 내부에서 만들고 키워낼 수 있는 것들인가? 4) 그 성장의 결과로 어떤 회사를 만들 수 있는가? 이런 질문에 명확한 답을 갖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손 안에 불을 안고 가는 것이다.

Daniel Kang
About the Author:
2000년 소프트뱅크벤처스에 입사하여, 현재는 부사장 역을 맡고 있습니다. 강동석 부사장은 투자팀 임원으로서 Planning, HR 그리고 재무회계부서의 경영관리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투자회사가 유능하고 우수한 인재를 통해 가치를 창조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강동석 부사장은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성공파트너가 될 수 있는 잠재력 있고 프로페셔널한 젊은 벤처 기업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