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시장에 대한 고찰(1)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주인공이 스스로가 가상현실에 살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얼마 전 상영된 ‘공각기동대’에서는 전자두뇌(전뇌)를 가진 인간들이 시야에 여러 창을 동시에 띄워놓고 차량조종, 가상공간 회의, 통신 등 멀티테스킹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뇌를 디지털화 하는 일이 우리가 생존하는 기간 동안 현실로 도래할까 하는 의구심이 있지만, 작년 기점으로 가상현실이라는 단어는 VR 산업과 함께 일반 대중들도 인지할 정도로 가까워졌습니다. VR 산업 지지자들은 VR, AR, MR이 인류가 전뇌로 넘어가기 전 최후의 하드웨어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렇다면 작년 상업화에 첫 단추를 끼운 VR 산업을 돌이켜보며 이 주장의 현실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VR, 단기적인 유행인가 아니면 차세대 플랫폼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의 VR 하드웨어 기기에 대한 시도는 80년대부터 있어왔지만, 유의미한 상업화가 시작된 VR 하드웨어는 출시한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2016년을 VR의 원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직 상업화 초기의 신 산업에 대한 성공여부를 논하기는 이르지만, 몇 가지 힌트가 되는 단초들은 찾아 볼 수 있습니다.

 

1) 대기업의 시장 진출

2016년에는 Facebook의 오큘러스, HTC의 Vive, Sony의 PlayStation, 삼성의 기어VR, Google의 Daydream 등 5社가 VR 하드웨어 산업에 진출했습니다. 2017년에는 Microsoft(Windows 10VR), Apple(iPhone VR특허), Google(6 Daydream line ups), IMAX(StarVR), 엘지(high-end version), 화웨이 등이 VR 하드웨어 출시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AR 기술에 공을 들이고 있는 Apple이 iPhone용 VR HMD까지 출시 할 경우, 기존의 삼성과 구글 VR 라인업을 고려할 때 연간 전세계에 출하되는 스마트폰의 80%가 VR 동작(VR-ready)이 가능하리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대기업들의 VR 시장 진출이 다소 희망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단기적으로 흥미를 끌었으나 시장 창출에 실패한 3D TV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긴강감을 기업들 스스로가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 하드웨어의 한계 극복

VR을 이용할 때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어지럼증 유발입니다. 원인은 복합적이나 가장 큰 이유는 방향 움직임을 화면이 늦게 따라가는데(latency) 있습니다. 이 문제는 컴퓨팅 파워가 개선 되어야 해결이 가능합니다. 저는 VR의 최종 유저로서 현재 제품들의 어지럼증 유발 정도가 작년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을 체감했습니다. 이처럼 컴퓨팅 파워 향상과 같은 업그레이드가 지속되면, 무어의 법칙에 따라 2020년 경에는 이 문제(latency)가 해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퀄컴과 Nvidia가 VR 제품을 목표로한 칩 개발에 상당한 노력을 들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의 하드웨어적인 한계는 조만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3) 컨텐츠의 업그레이드

그 동안 VR을 구입해도 이용할 컨텐츠가 부족한 것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킬러 컨텐츠의 부재는 유저들이 부담스러운 가격의 VR 구입을 주저하게 만들고, 역으로 VR기기가 충분히 보급되지 않아 컨텐츠 제작사들이 VR 컨텐츠를 제작하지 않게 되는 이른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악순환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동안 가상현실 사무공간, CAD, 가상 미술 조각 어플(sculpture), 유산소운동기구의 VR 게임화(VR gamification), VR 검색서비스, 인공위성의 스트리밍을 이용한 VR우주관광 등 다양한 VR 아이디어를 시도하는 스타트업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중들에게 이런 보충제와 같은 응용 어플리케이션 사용을 위해 고가의 VR기기 구매를 유도하는 것은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게임, 영화와 같은 VR 컨텐츠의 경우 지난 한해 동안 퀄리티와 수익화 가능성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습니다. 금년 GDC 및 VRVCA에서는 작년에 많이 보이지 않았던 AAA급 게임들이 크게 늘었으며, VR영화(cinematic VR) 컨텐츠 또한 다양하게 시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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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바오밥스튜디오)

“마다가스카 제작스튜디오 출신 팀으로 구성된 바오밥 스튜디오는 대규모 펀딩 유치에 성사와 함께 VR영화 Invasion!의 후속작 Asteriods!를 출시해 2017년 선댄스 필름 페스티벌에 작품이 선정되었습니다. 인터액티비티를 더하며 VR 영화 형식을 찾아가려는 시도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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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영화의 경우 기기 특성상 한세기 동안 정립된 TV 또는 영사 방식처럼 사각 스크린을 수동적으로 2시간 동안 시청하던 방식과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VR 영화 제작 형식을 정립을 위해 게임의 인터액티비티 요소를 영화에 담는 시도 등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VR 게임의 경우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히트작들이 나오면서 수익화 가능성이 증명되었습니다. CCP games Eve:Valkyrie와 같은 누적매출 $1M이 넘는 히트작들이 VR게임의 맹주로 자리잡고 있으며, 작년 말 기준 총 $30M이 투자되었고 $25M이 회수되었습니다. 다만 VR 게임유저 수가 아직 충분하지 않고, 충분한 유저 수가 모이기 전가지는 메이저 퍼블리셔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하이엔드 제품 중 HTC Vive나 Oculus VR은 아직까지는 기기 수 자체가 제한적입니다. 하지만Playstation VR의 경우는 이미 배포되어 있는 Playstation 4 기기에 VR HMD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면 되므로 진입장벽이 보다 낮습니다. 현재 수요에 비해 VR기기 공급 물량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미 백만 대 이상이 판매가 된 것은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편에서 계속)

Eugene Chang
About the Author:
2015년 1월 소프트뱅크벤처스에 입사하여 심사역으로 근무 중입니다. 이전에는 KT 자회사 엔써즈에서 BD 및 M&A 파트를 맡아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University of Michigan- Ann Arbor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Santa Clara University- Law School을 졸업 후 켈리포니아 변호사로 활동하였습니다. 미국 시장, ICT/기술, 게임 관련 사업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