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달수’가 되고 싶은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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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본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참고로, 위 사진은 얼마 전 상장을 한
덕우전자의 이준용대표가 투자 합의 후 사무실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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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사실을 알리는 기자간담회에서 서로 악수하며 웃고 있는 사진은 매우 익숙하실 겁니다. 창업가와 벤처캐피탈리스트(이하 투자자)는 사진에서처럼 계속 웃을 수 있는 관계일까요?

시간을 돌려서 저 사진이 찍힌 순간보다 조금 더 앞으로 가보겠습니다. 투자자들은 열심히 돌아다니며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술이나 서비스, 그리고 그걸 만들어낼 창업가를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투자자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사실 투자하고 싶은 회사를 찾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의 길이 만큼 길지는 않지만 집중적으로 시간을 쏟는 일은 구체적인 투자 관련 조건들을 가지고 협상을 하는 시간입니다. 수 많은 논의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까지 서로는 구애의 대상입니다. 그렇게 모든 협상이 끝나면 드디어 투자 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됩니다.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는 순간, 뭔가 일이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사실상 그때부터가 본격적인 고난의 길이 눈앞에 펼쳐지게 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투자를 받기 위해 작성했던 사업계획서대로 실행을 해 나가는 회사는 거의 전무 하다시피 합니다. 중간에 길을 잃기도 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스타트업이 뜻한 바대로 모든 것이 다 잘 된다면 왜 그 도전을 사람들은 벤처 (venture의 사전적 풀이: an undertaking involving uncertainty as to the outcome, especially a risky or dangerous one)라고 하겠습니까? 사실상, 투자가 집행이 된 그 순간부터 창업가와 투자자의 운명적인 인연은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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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가와 투자자는 어쩌면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끈끈한 일상을 함께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집에 있는 가족보다 더 긴밀하게 전화 통화를 하기도 하고, 사업을 수정해 나가기 위해서 머리를 맞대고 긴 토론을 벌이기도 하고,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다음 라운드 펀딩을 준비하면서 밤을 새워 문서 작업을 할 때도 있습니다.

회사의 사업이나 방향에 대해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정말 치열하게 싸우기도 합니다. 창업가는 자신의 비즈니스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의견을 피력하고, 투자자는 다양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가의 입장과는 반대되는 조언을 해주기도 합니다. 누가 항상 맞는 것은 없습니다. 때로는 투자자의 의견이, 또 때로는 창업가의 주장이 맞기도 합니다. 십 수년을 적자를 보다가 느닷없이 불같이 일어나서 성공을 하는 사례들을 종종 접하면서 그 긴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논쟁이 있었을지 상상을 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정답은 없습니다.

여기서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이런 많은 일을 겪으며 창업가와 투자자의 관계는 어떻게 변해갈까요? 끝까지 믿어주기만 하는 투자자가 과연 좋은 투자자일까요? 하지만, 투자자들도 결국 운영하는 조합의 수익률로 자신들의 역량을 설명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끝까지 운명을 같이하는 좋은 투자자가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결국 창업가나 투자자 모두가 성공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창업가와 투자자의 관계는 어떻게 설명해야 가장 마음에 와 닿을까요?

저희가 18년동안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스타트업들에게 투자를 하면서 (누적 투자 기업이 총 230여개 정도 되더군요) 내린 결론은, 투자자의 가장 성공적인 롤 모델은 바로 배우‘오달수’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오달수씨는 역대 한국 영화 중에서 관객 천 만을 넘은 영화에 6편에 등장을 합니다. 천 만 관객을 넘긴 한국영화 13편 중에서 거의 반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그를 소개할 때는 ‘1억 관객의 배우’라는 명예스러운 별칭도 따라 다닙니다. ‘명품조연’이라는 말이 정말 딱 어울리는 배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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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조선일보 사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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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수씨는 이런 말을 합니다. “내가 주연의 자리만 욕심을 냈다면 아무 것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주어진 배역에 충실했을 때, 내가 이미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고 좌절하지 마라. 자신만의 색깔을 끝까지 간직하는 사람이 결국 누구보다 빛난다”라고. 그에 대해 불세출의 명품 주연인 송강호는 그의 말투에 딱 맞게 이렇게 평가합니다. “오달수? 기가 막히지. 그렇게 맛깔나게 연기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니까!”

조연 배우의 사전적 의미는 “연극이나 영화 등에서 주연과 단역의 중간 정도의 중요성을 가지는 역 또는 그러한 역을 맡은 배우”입니다. 투자자는 영화에서 조연 입니다. 스타트업들이 만들어 내는 각종 장르의 영화에서 주연배우는 당연히 창업가(Entrepreneur)입니다. 극의 전개에 주도권을 쥐고 있는 주연 배우가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조연 배우. 천만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오달수’가 되는 것이 투자를 업으로 하고 있는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야무진 목표입니다.

Clar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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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ector Communication Divi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