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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27 스펙쌓기는 잊어 버려라 – 지극히 무책임한 제안 (16)

조이스 킴 (Joyce Kim)이라는 젊은 재미교포를 최근에 만난 적이 있다. 미국 서부 Bay Area (대체로 미국 사람들은 샌프란시스코 일대와 남쪽의 실리콘밸리를 총괄해서 지칭할 때 이렇게 부른다) 에서 작은 벤처기업을 경영하는 당찬 여성이다. www.soompi.com이라는 한류사이트를 개발자 한 명과 같이 딸랑 두 명이 운영을 하고 있다. 그 사이트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을 내릴 정도로 면밀하게 검토를 해 보지는 않았으므로 오늘은 조이스에 대해서만 살짝 얘기를 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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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나이를 언급하는 것은 결례이므로 그냥 30대 아주 초반이라는 정도로 소개를 시작해 보자. 남들보다 3살이나 어린 나이에 학교를 들어갔기 때문에 대학에 입학을 하니까 16살이었다고 했다. 그 대학이 IVY League 중 하나인 Cornell 대학교였고, 졸업하자마자 대학원에 갔는데 그 대학원이 역시 대표적인 IVY Harvard 대학교였고, 또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Law School을 갔는데 그것 역시 IVY Colombia 대학교였다고 한다. 변호사자격을 따고 나서 주로 Rain Maker (변호사들 중에서도 주로 거대합병이나 기업인수 자문 등을 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도 이렇게 부른다. 어원은 인디언들 중에서 비를 내리게 하는 祈雨師를 일컫는 말이다) 역할을 하면서 변호사의 길을 걷다가 적성에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 지금은 Soompi라는 정말로 작은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뿜어 내는 에너지가 상대방이 버거워 할 정도이지만, 사업의 환경이나 Soompi의 전략, 인터넷과 엔터테인먼트산업과 한류문화의 미래 전망을 얘기할 때면 극도로 차분하고 이성적인 모습 또한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집안 전체가 Entrepreneur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업가정신이 넘쳐나는 환경에서 성장했으며, 흥미로운 인맥 중 하나가 그녀는 현재 실리콘밸리의 Rising star 기업 중 하나인 Mahalo.com Founder이자 CEO Jason Calacanis의 처제라고 한다. 여기까지 그녀에 대한 간략한 소개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가지 질문을 그녀에게 던져 볼 수 있겠다. 그런 학력을 가지고 편안하게 변호사나 하시지 왜 느닷없이 고생스럽게 벤처기업을 하시나요?라고. 당연히 우리회사의 다른 심사역이 그 질문을 본인에게 직접 했었고, 그녀의 대답은 저는 이 일이 좋고, 이 일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며, 궁극적으로는 아주 멋있게 M&A를 해서 인생에 좋은 Record를 하나 남기고 싶어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너무 솔직하고 너무 명쾌해서 감히 토를 달기 어려운 대답이었다. 좋아한다는데 뭐라고 한단 말인가?

그러면 또 다른 질문이 이어진다. 아니 고작 2명이 전부인 조그마한 벤처기업 대표 하시려고 그 들어가기 어려운 학교를 자그마치 3개나 다니고, 또 변호사자격증까지 따고 그랬단 말입니까?라고. 이 대목에서 최근 들어 한국의 취업시장을 휘감고 있는 이른바 스펙쌓기라는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과연 그녀는 Soompi.com을 하려고 그 스펙쌓기를 한 것일까? 아니면 공부를 너무 잘한다는 것을 자랑하려고? 그것도 아니면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려고? 이 모든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대답도 역시 그녀가 말한 답에 포함이 되어 있다. 저는 사람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성취해 내는 것이 가장 기쁘고 좋아요. 비록 지금은 2명이 전부이지만 아마도 Soompi가 성장을 제대로 잘 해 나간다면 그 도전의 끝에 엄청난 성취감을 만끽할 수 있을거라 믿어요. 저는 지루하고, 따분하고, 반복되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라는 대답 속에 그 답이 있는 듯 하다.

 

여러분은 조이스가 스펙을 잘 관리했다고 믿으시나요? 고작 지금은 2명이 전부인 회사를 차리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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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조금 돌려서 한국의 취업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한 번 살펴보자. 이력서에 한 줄 더 써 넣기 위한 구직자들의 노력을 그야말로 눈물이 겨울 정도이다. 해외연수는 기본이 된 듯 하고, 이런 저런 인턴십과 파트타임, 다양한 봉사활동, 기업들의 각종 공모 컨테스트 지원 등등이력서가 한 장으로 끝나는 취업자는 이제 마치 사회적으로 Looser가 되어 버릴 지경이다. 심지어는 남녀 불문하고 얼굴스펙(?)도 관리를 한다니까 참 할 말이 없다. 물론 이런 상황이 된 것이 구직자들의 잘못은 절대로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경제시스템의 변화와 산업구조의 변화, 상시적 경기변동으로 인한 기업 채용시장의 축소 (이른바 고용없는 성장) 등으로 인하여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문제이므로 개개인의 그런 노력을 폄하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어차피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한정된 일자리는 남의 것이 되어 버리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나! 기회가 있다면 대기업의 채용담당자나 인력개발전문가에게 한 번 질문을 해 보라. 과연 그 잘 관리된 스펙이 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그 답을 창업투자사인 우리가 우선 해 보자면투자심사역을 뽑을 기회가 와서 이력서를 접수하거나 추천을 받을 기회가 온다면 일단 의도된 스펙관리는 완벽하게 그리고 냉혹하게 제외시키고 보게 된다. 정말로 집중해서 묻는 질문은 왜 이 일을 하고 싶은가 이 일을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가 하필이면 다른 좋은 창투사가 많은데 우리에게 지원했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꿈은 무엇인가이다. 이런 질문들과 위에서 언급한 다양하게 관리된 스펙이 잘 매칭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내년의 나라경제를 비롯한 세계경제의 최대 화두는 아마도 실업률이 될 것이다. 미국은 이미 한계점을 넘어가고 있는 듯 보이며 (구직단념자와 시간제취업자를 다 합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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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가 넘는 수준이다), 얼마 전 디플레이션을 선언한 일본의 취업시장은 잃어버린 10 수준을 이미 넘어 선지 오래다. 경기회복을 낙관하는 사람들도 확언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시장의 회복에 있어 가장 큰 관건인 실업률 하락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인 것이다. 한국도 희망근로나 사회간접자본투자를 통한 단기적 일자리 등등을 제외한 실질 실업률은 사회적인 위기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심각하다. 과연 이 심각한 문제의 해법은 무엇일까? 그나마 바늘구멍이라도 통과하기 위하여 불철주야 스펙쌓기의 중단없는 전진을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아예 포기하고 좌절해 버려야 하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사회적 위기까지 몰고 갈 수 있는 실업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완벽한 해법은 아니지만 대안의 하나로 이런 제안을 해 보고 싶다. 구직을 원하시는 분들! 또 다른 Joyce Kim이 되어 보는 게 어떻습니까?라고. Soompi.com 사이트를 방문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회사를 대표이사를 하기 위해서 IVY League를 나올 필요도 없으며, 그 정도 사이트를 개발하기 위해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Joyce에게는 좀 미안한 말이네요. 이해해 주길 바라며).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며, 할 수 있는 역량을 냉정하게 스스로 평가를 내리는 것이 다음 일이며, 만약 두 가지가 충족한다면 주저없이 내질러서 시작을 하는 것이 다음 일이 될 것이다. 그것이 1인창조기업이든, 여러 명의 몽상가(?)들이 함께 같은 길을 가는 것이든, 아니면 직접 창업을 하기 버겁다면 스펙쌓기 난타전에서 비껴 있는 수 많은 작은 벤처기업에 지원을 하는 것도 어쩌면 다른 Joyce가 되는 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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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무책임한 제안이라는 생각이 들어 돌을 던지면 맞아야겠다는 결심을 단단히 하고 글을 맺는다. 한가지! 혹시 조이스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허락이 없이 인적사항을 밝힌 점 사과 드린다.

2009/11/27 15:58 2009/11/2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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