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스 킴 (Joyce Kim)이라는 젊은 재미교포를 최근에 만난 적이 있다. 미국 서부 Bay Area (대체로 미국 사람들은 샌프란시스코 일대와 남쪽의 실리콘밸리를 총괄해서 지칭할 때 이렇게 부른다) 에서 작은 벤처기업을 경영하는 당찬 여성이다. www.soompi.com이라는 한류사이트를 개발자 한 명과 같이 딸랑 두 명이 운영을 하고 있다. 그 사이트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을 내릴 정도로 면밀하게 검토를 해 보지는 않았으므로 오늘은 조이스에 대해서만 살짝 얘기를 해 보려 한다.
여성의 나이를 언급하는 것은 결례이므로 그냥 30대 아주 초반이라는 정도로 소개를 시작해 보자. 남들보다 3살이나 어린 나이에 학교를 들어갔기 때문에 대학에 입학을 하니까 16살이었다고 했다. 그 대학이 IVY League 중 하나인 Cornell 대학교였고, 졸업하자마자 대학원에 갔는데 그 대학원이 역시 대표적인 IVY인 Harvard 대학교였고, 또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Law School을 갔는데 그것 역시 IVY인 Colombia 대학교였다고 한다. 변호사자격을 따고 나서 주로 Rain Maker (변호사들 중에서도 주로 거대합병이나 기업인수 자문 등을 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도 이렇게 부른다. 어원은 인디언들 중에서 비를 내리게 하는 祈雨師를 일컫는 말이다) 역할을 하면서 변호사의 길을 걷다가 적성에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 지금은 Soompi라는 정말로 작은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뿜어 내는 에너지가 상대방이 버거워 할 정도이지만, 사업의 환경이나 Soompi의 전략, 인터넷과 엔터테인먼트산업과 한류문화의 미래 전망을 얘기할 때면 극도로 차분하고 이성적인 모습 또한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집안 전체가 Entrepreneur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업가정신이 넘쳐나는 환경에서 성장했으며, 흥미로운 인맥 중 하나가 그녀는 현재 실리콘밸리의 Rising star 기업 중 하나인 Mahalo.com 의 Founder이자 CEO인 Jason Calacanis의 처제라고 한다. 여기까지 그녀에 대한 간략한 소개이다.
여기서
그러면 또 다른 질문이 이어진다. “아니 고작 2명이 전부인 조그마한 벤처기업 대표 하시려고 그 들어가기 어려운 학교를 자그마치 3개나 다니고, 또 변호사자격증까지 따고 그랬단 말입니까?”라고. 이 대목에서 최근 들어 한국의 취업시장을 휘감고 있는 이른바 “스펙쌓기”라는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과연 그녀는 Soompi.com을 하려고 그 ‘스펙쌓기’를 한 것일까? 아니면 공부를 너무 잘한다는 것을 자랑하려고? 그것도 아니면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려고? 이 모든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대답도 역시 그녀가 말한 답에 포함이 되어 있다. “저는 사람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성취해 내는 것이 가장 기쁘고 좋아요. 비록 지금은 2명이 전부이지만 아마도 Soompi가 성장을 제대로 잘 해 나간다면 그 도전의 끝에 엄청난 성취감을 만끽할 수 있을거라 믿어요. 저는 지루하고, 따분하고, 반복되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라는 대답 속에 그 답이 있는 듯 하다.
여러분은 조이스가 스펙을 잘 관리했다고 믿으시나요? 고작 지금은 2명이 전부인 회사를 차리기 위해서?
눈을 조금 돌려서 한국의 취업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한 번 살펴보자. 이력서에 한 줄 더 써 넣기 위한 구직자들의 노력을 그야말로 눈물이 겨울 정도이다. 해외연수는 기본이 된 듯 하고, 이런 저런 인턴십과 파트타임, 다양한 봉사활동, 기업들의 각종 공모 컨테스트 지원 등등…이력서가 한 장으로 끝나는 취업자는 이제 마치 사회적으로 ‘Looser’가 되어 버릴 지경이다. 심지어는 남녀 불문하고 얼굴스펙(?)도 관리를 한다니까 참 할 말이 없다. 물론 이런 상황이 된 것이 구직자들의 잘못은 절대로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경제시스템의 변화와 산업구조의 변화, 상시적 경기변동으로 인한 기업 채용시장의 축소 (이른바 고용없는 성장) 등으로 인하여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문제이므로 개개인의 그런 노력을 폄하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어차피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한정된 일자리는 남의 것이 되어 버리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나! 기회가 있다면 대기업의 채용담당자나 인력개발전문가에게 한 번 질문을 해 보라. 과연 그 잘 관리된 ‘스펙’이 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그 답을 창업투자사인
내년의 나라경제를 비롯한 세계경제의 최대 화두는 아마도 ‘실업률’이 될 것이다. 미국은 이미 한계점을 넘어가고 있는 듯 보이며 (구직단념자와 시간제취업자를 다 합치면 17.5%가 넘는 수준이다), 얼마 전 디플레이션을 선언한 일본의 취업시장은 ‘잃어버린 10년’ 수준을 이미 넘어 선지 오래다. 경기회복을 낙관하는 사람들도 ‘확언’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시장의 회복에 있어 가장 큰 관건인 실업률 하락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인 것이다. 한국도 희망근로나 사회간접자본투자를 통한 단기적 일자리 등등을 제외한 실질 실업률은 ‘사회적인 위기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심각하다. 과연 이 심각한 문제의 해법은 무엇일까? 그나마 바늘구멍이라도 통과하기 위하여 불철주야 ‘스펙쌓기’의 중단없는 전진을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아예 포기하고 좌절해 버려야 하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사회적 위기까지 몰고 갈 수 있는 실업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완벽한 해법은 아니지만 대안의 하나로 이런 제안을 해 보고 싶다. “구직을 원하시는 분들! 또 다른 Joyce Kim이 되어 보는 게 어떻습니까?”라고. Soompi.com 사이트를 방문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회사를 대표이사를 하기 위해서 IVY League를 나올 필요도 없으며, 그 정도 사이트를 개발하기 위해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아~~ Joyce에게는 좀 미안한 말이네요. 이해해 주길 바라며).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며, 할 수 있는 역량을 냉정하게 스스로 평가를 내리는 것이 다음 일이며, 만약 두 가지가 충족한다면 주저없이 내질러서 시작을 하는 것이 다음 일이 될 것이다. 그것이 1인창조기업이든, 여러 명의 몽상가(?)들이 함께 같은 길을 가는 것이든, 아니면 직접 창업을 하기 버겁다면 ‘스펙쌓기 난타전’에서 비껴 있는 수 많은 작은 벤처기업에 지원을 하는 것도 어쩌면 다른 Joyce가 되는 길이 아닐까 한다.
너무나도 무책임한 제안이라는 생각이 들어 돌을 던지면 맞아야겠다는 결심을 단단히 하고 글을 맺는다. 한가지! 혹시 조이스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허락이 없이 인적사항을 밝힌 점 사과 드린다.



저정도의 자신감, 도전정신이 있다면 스펙쌓기에 골몰하지 않겠죠... 저도 마찬가지지만...
2009/11/27 17:19네, 공감합니다. 스펙쌓기는 심리적 불안감을 반영한 사회현상이라는 생각입니다. 자신감과 도전정신이 늘 충만한 삶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시기를 기원합니다.
2009/11/27 18:10"혹시 조이스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허락이 없이 인적사항을 밝힌 점 사과 드린다"
2009/11/27 18:48같은 글에서 밝혀놓고 또 사과 드린다고 하는 것이 좀 이상하네요. 사과 하고 싶으면 먼저 확인을 해보시거나, 아니면 사과한다는 이야기는 글에서 빼고 사석에서 이야기를 해보시거나 하는 게 적절할 듯.
먼저 양해를 구했더라도 자기 얘기를 하지 말라고 하시지는 않았을 듯 하구요. 더군다나 조금 겸양을 보이느라 그런 사족을 달았는데 크게 야단을 치시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사석에서 얘기를 추후라도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9/11/28 02:25자기 꿈을 저렇게 당당하게 멋있게 말하는 모습이 너무 부럽네요.
2009/11/28 01:24하고픈 일을 하면서 살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할까요?
최근들어 많이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 세상을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자기가 좋아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인 듯 하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심지어는 아주 잘 하는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문득 많이 하게 됩니다.
2009/11/28 02:27“왜 이 일을 하고 싶은가” “이 일을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가” “하필이면 다른 좋은 창투사가 많은데 우리에게 지원했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꿈은 무엇인가”
2009/11/28 14:29-> 이게 맘에 와닿네요
하루종일 그 일에 몰두하여 매달릴 정도의 자기 분야를 찾는 것이 좋은데
그게 힘드네요
그래도 찾아내려고 노력하시고, 또 결국 찾아 낸다면 훗날 인생을 되돌이켜 볼 시간이 되었을 때 후회를 하지 않으실 듯 해요. 제가 다른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적이 있는데 '길은 결국 그 길을 걷는 자들의 발이 만들어 간다'는 말이 참 와 닿는 대목입니다. 빛나는 성취 이루어 내시길...
2009/11/28 18:36공감가는 좋은 글입니다. 현실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더욱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그 정도 스펙이 되니까 컬럼의 주인공도 되고 여러 사람의 공감도 얻어 내고 나아가서 투자까지 이끌어 내는 것이겠죠. 삼류대 출신이 똑 같은 회사를 만들었다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게 바로 현실입니다.
2009/12/17 17:30뼈아픈 지적에 고개숙이게 되는군요. 하지만 저희가 최근에 투자를 한 회사의 경영진들의 면모를 보면 스펙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심지어는 대학에 들어갈 생각조차도 안한) 경영진들이 포진한 훌륭한 청년기업도 있답니다. 2000년 초창기에는 이른바 SKY출신이 경영진이 아니면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과거의 잘못을 많이 반성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더욱 더 노력을 기울여야겠지요.
2009/12/23 11:44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009/12/28 18:59저도 대학생이지만 대학생들의 무분별한 스펙쌓기가 이슈화되고 있는데요.
2010/02/19 12:31정말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글에서도 밝혔지만 이런 현상이 대학생들의 잘못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른의 한사람으로 젊은이들에게 미안하고 죄송하고 송구스럽습니다.
2010/03/05 15:03좋은 사례를 또한 배운 것 같습니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라고 믿는 저로서도 앞서 말씀하신 분들의 사례가 더욱 많이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2010/03/16 15:25글을 읽고 한참을 눈을 뗄수 없었습니다. 제 심정을 고스란히 담아주신 글이라서..
2010/06/21 20:52졸업을 하면서, 가장 아껴주시는 교수님들이 해주신 말씀은,
'너는 나이가 많으니 급여가 적고 힘들어도, name value는 좀 있는 회사니까,
이력서에 한줄 들어가게 눈딱 감고 1,2년 다녀라'
물론 제가 '그 일을 하고 싶다' 라는 마음이 있었으니까 지원은 했지만,
교수님들의 현실을 고려한 조언을 완전히 무시할수 없었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힘들때마다 스펙 때문에 참자...라는게 더 상황을 힘겹게 했지만,
어느순간, 예전부터 자신이 원했던 일중의 어느 부분을 하고 있다라는 것을 깨닫자,
이미 한줄의 경력을 위해서 애쓰던 이전의 자신보다 한결 넓어진 시야로
스스로의 업무를 확인하고 기뻐하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스펙이라는 걸 무시하긴 힘들지만, 근본적으로 자신이 스펙을 위한 스펙때문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결국은 몰입하여 결코 포기하지 않을 자신만의 일을
찾아야 하는 중요한 순간을 '스펙'이라는 이름과 맞바꾸고 있는건 아닌지 늘 살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투자관련한 귀한 글을 쓰시기도 바쁠텐데,
실제로 많은 새내기들이 고민하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를 짚어주시고, 조언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바쁜 시간 쪼개어 써주시는 좋은 글들 감사히 읽겠습니다.
저는 스펙이라는 영어단어 (원래 줄임말이지만)에 대해서 다른 의미를 부여합니다. 원어인 Specification이라는 말 보다는 Spectrum이라는 말을 줄임말이라고 믿고 싶어요. 세상을 넓게 보는 눈을 기르면 마음이 조급해 지는 것은 방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2010/07/01 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