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지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Scale-out 스토리지' 라는 개념을 한 번 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Scale-out 스토리지란 현재 대용량 파일 시스템에 주로 활용되고 있는 NAS 방식이 가진 확장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슈퍼컴퓨터의 병렬 처리의 개념을 스토리지에 도입한 것입니다. 즉, 여러 대의 스토리지 서버가 논리적으로 한 대의 스토리지 서버인 것처럼 작동하도록 하는 방식의 스토리지라고 할 수 있죠.
Scale-out 방식의 스토리지는 현재 주로 사용되는 스토리지 기술인 NAS나 SAN 방식에 비해, 스토리지의 확장성, CPU와 네트워크의 병목 제거, 관리의 편의성, 비용 등의 측면에서 많은 Merit를 가지고 있습니다. 구글과 같은 대형 포털은 예전부터 이미 자체적인 Scale-out 스토리지 기술인 distributed GFS(Google File System) 등을 개발하여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양의 데이터 처리를 필요로 하는 곳은 비단 구글과 같은 대형 포털 뿐만이 아닙니다. 대규모의 동영상 서비스가 필요한 UCC 사이트들, HD 화질급의 영상을 편집하고 저장해야 하는 방송국, 유전 발굴 및 기상 연구 등 대량의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슈퍼컴퓨터, 위성 데이터 저장, Security 카메라 동영상 저장, 팍스를 통해 3D 동영상의 저장이 필요한 병원, 파생 상품 연산을 처리해야 하는 금융 기업 등 대용량 스토리지의 필요성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용량 스토리지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면서, 얼마전부터 Scale-out 스토리지 비즈니스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기업들에는 iSilon, PANASAS, IBM XIV, IBRIX, Exanet 등이 있으며, 그 중에서 가장 선두 주자는 아무래도 나스닥 상장 업체인 iSilo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iSilon은 국내에서도 영업을 하고 있으며, 판도라 TV, CDNeworks 등의 업체를 고객으로 두고 있습니다.
얼마 전 투자와 관련된 검토를 하다가, 우연찮게 iSilon의 실적을 한 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iSilon의 최근 실적은 아래와 같습니다.
자, 뭔가 느껴지는 것이 있으신지요? 매출이 빠른 성장을 하고 있고, 매출총이익이 60% 가까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큰 손실이 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큰 손실은 주로 R&D와 마케팅 비용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용 발생에 대해서 공시 자료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담겨져 있습니다.
"Personnel costs constitute the largest component of our operating expenses. Personnel costs consist of salaries, benefits, incentive compensation, including commissions for sales personnel, and, beginning in 2006, stock-based compensation expense"
즉 인건비에 다 쓰고 있다는 얘긴데요. 언뜻 볼 때는 이런 생각이 들겠죠. '배가 불렀나 보다. 저렇게 가다가 곧 망하겠군.'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저는 아래의 테이블에 표시된 Cash의 양을 보면서 좀 다른 생각이 듭니다.
Cash가 78 million $라니! 이 정도면 단기 실적에 대한 걱정 없이 원하는 Talented people 들을 마음껏 고용할 수 있을 듯 하군요. 이 풍부한 Cash를 가지고 돈걱정없이 기술 개발과 시장 점유에 있어서 공격적인 성장을 해나가는 것이 iSilon의 전략인 것으로 보이는군요. 이러한 전략은 어찌보면 미국 벤처의 성장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뛰어난 엔지니어들이 꾸역꾸역 생존하여 좋은 제품을 개발해도, 충분한 자금 지원을 받기 어렵고, 결국 뛰어난 마케팅 전문가들을 1~2명 영입하는 데조차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국내 벤처의 일반적인 전략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iSilon에 저러한 Cash를 가져다 준 회사들은 주요 주주인 Lehman Brothers Venture Partners, Sequoia Capital, Atlas Venture, Madrona Venture Group 등, 쟁쟁한 VC들입니다. 이들이 저러한 규모의 금액을 투자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들이 투자한 자금에 대한 Exit을 자신할 수 있었다는 얘기이며, 미국의 경제 규모나 증시의 규모가 그 만큼 높은 기업 가치를 수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겠죠. 이것이 어찌보면 미국 실리콘밸리가 수많은 신성장 기업들을 산출해 낼 수 있었던 매커니즘이며 현시점에서 타국가들이 쉽게 넘어갈 수 없는 규모의 선순환 구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이러한 규모의 선순환 구조가 부럽게 느껴지네요.
미국의 금융 위기가 회복 중이라고는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더블딥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고, 파생상품으로 야기되었던 많은 거품이 꺼져가고 있는 미국의 경제가, 향후 저러한 규모의 선순환 구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만, Scale-out 스토리지 분야의 선두 주자, iSilon이 앞으로 이러한 경제 위기를 딛고, 미국 벤처의 성공의 전형을 따라갈 수 있을지 두고 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일 것 같네요. 어디 한번 지켜 볼까요?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언젠가 우리도 이렇게 부러운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겠죠.(지겠죠^^?)
2009/07/24 11:38아마 저 뿐만 아니라 모든 VC들과 기업가들의 바램이 아닐까요? 하루 아침은 아니겠지만 그런 날이 오긴 오겠죠 ^^
2009/07/24 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