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버블 시기에 이토이즈(eToys)라는 인터넷 스타 기업이 있었다. 말 그대로 장난감(toys) 앞에 한 때 유행하던 ‘e’라는 알파벳이 붙어 있으니 당연히 인터넷으로 장난감을 파는 기업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름 값만을 따져 보아도 1999년 전까지만 해도 그 가치는 적어도 우리 돈으로 5천억 정도는 될 것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굳게 믿었었다. 한낱 장난감가게의 기업 가치가 단지 인터넷이라는 멋진 곳에서 가게를 열었다는 이유만으로 미국의 나스닥에 상장을 하여 최고 1조 3천억이 넘는 회사가 되었던 적도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 회사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닷컴버블 붕괴 이후에는 더 이상 스타가 아니다. 2000년 부터 2001년까지 인력의 거의 80%를 내 보냈다. 그리고 현재 회사의 기업가치는 무려 3천억이 넘는 적자를 2000년에 기록하면서 이듬 해 불과 300억 짜리 회사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마침내 나스닥에서 delisting이 되었고 지금은 덴버를 기반으로한 Private Company로 그나마 회사를 운영은 하고 있다.
적어도 2000년 중반까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자상거래(B2C)를 얘기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이토이즈라는 회사를 떠올렸다. 이 회사를 그런 스타의 반열에 올려 놓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던 사람이 있다. Keith Benjamin! 한 때 인터넷 산업의 성장 이론을 만들어 내었고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나스닥에 상장을 할 때 기업 가치를 평가하였던 주역이다. BancBoston Robertson Stephens의 인터넷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면서 Keith는 많은 인터넷 기업들을 스타로 만들어 주었다. Amazon, AOL, eBay, Yahoo!, Priceline, Ask Jeeves, CNet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수많은 인터넷기업들이 그의 손을 거쳐서 화려하게 포장되어 나스닥에 데뷰를 하게 된다. 물론 이토이즈도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는 닷컴 버블이 붕괴된 이후에는 아마도 고뇌에 찬 시간을 보냈다. 그가 애널리스트의 생활을 청산하고 실제로 투자를 집행하는 창업투자회사로 자리를 옮긴 후 인터넷산업은 침체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으며, 더군다나 그가 파트너로 참여하였던 Highland Capital Partners는 이토이즈에 무려 7백억원이나 되는 돈을 투자하였던 것이다. 인터넷의 성장을 예견해 왔던 그가 주도하여 이토이즈의 주가가 하락 곡선을 타기 시작한 시점에 더욱 더 많이 주식을 사들였던 것이다. 말하자면 물타기를 한 것이다. 그 투자 총액은 불과 한분기 만에 50억 정도로 가치가 하락해 버렸고 1년 이후에는 그마저 휴지조각주식이 되어 버렸다. 화려한 투자 분석가가 투자가로 변신한지 불과 1년 만에 그야말로 된서리를 맞아 버렸던 것이다.
이런 사례가 어디 한 두개 뿐이겠는가? 하지만 시장이 이렇기 때문에 앞으로 투자분석가의 말을 믿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닷컴 버블 당시 기업은 거의 95%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후 다시 부활하고 있는 닷컴의 유령들을 단지 겁 먹은 눈으로 바라만 보자고 주장하는 것도 더우기 아니다. 여전히 그것이 1.0이든 10.0이든지 간에 인터넷은 중요한 디지털 산업의 토대이며 새로운 사업 기회로 훌륭한 모멘텀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Keith처럼 자고 일어나면 인터넷 산업의 발달과 인터넷기업의 성장 곡선을 그려내는데 몰두를 해 왔던 사람도 실패를 하고 좌절을 하는데 우리를 비롯한 한국의 투자자들은 왜 그렇게도 용감하게 감에만 의존하는지 그것이 궁금할 뿐이다. 모든 사람이 투자를 같은 방식으로 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감이 맞을 때도 있고 때로는 자신이 가진 미래에 대한 신념이 녹아난 투자가 딱 들어 맞을 때도 있다. 그러나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때로는 그런 ‘감’과 ‘신념’이 과연 얼마나 토대가 없는 우격다짐이었는가 하는 것을 아주 쉽게 깨달을 수가 있다.
이렇듯 역사는 반복이 되지만 여전히 벤처기업가는 내일을 만드는 사람이다.
벤처투자자는 그런 벤처기업가들의 신념과 열정과 성실성과 창의력에 모든 것을 다 거는 사람들이다.
함께 잘 만나면 버블의 붕괴가 백 번 천 번이 와도 두렵지는 않을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