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어쩌면 우리와 같은 벤처캐피털의 영업기밀(?)를 밝히는 아주 나쁜 선택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서로를 잘 알게 되는 것이 어찌 보면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이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감히 투자유치의 성공 가이드를 정리해 보았다.
대부분의 창업을 꿈꾸는 분들은 학교에서든 아니면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든 단 한번도 제대로 ‘자신이 보유한 회사의 지분을 남에게 소개해서 투자를 받는 법’에 대해서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특히, 직장생활의 경험이 풍부한 분들 조차도 직장에서의 보스와 투자자들이 완벽하게 다른 입장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투자자들은 창업자들을 평가할 때 직장 상사가 연말에 인사평가를 하는 것과 같이 평가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익숙하지 않는 일을 하게 되는 것 만큼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불편하고 위축되는 것도 없을 터이니,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일단 심리적으로 지고 들어가는 싸움을 벌이게 된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쑥스러운 일이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결코 창업자들 보다 그 특정 영역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결코 많지가 않다는 것이다. 항상 투자자들은 이런 말을 하곤 한다. “흠, 다 알면 우리가 직접 하지”라고. 투자자들에게 아주 힘든 일은 투자자들 스스로가 잘 모르는 분야의 기술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투자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창업자들의 모든 고민의 출발은 사실상 이 대목에서 부터이다.
전반적으로 우리 모두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머리 속에 있는 생각을 잘 정돈해서 남에게 풍부하게 전달하는 훈련을 받아 본 경험이 많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투자자들을 만나면 머리 속에 있는 말을 꺼내는 과정에서 목 정도 지점에서 딱 걸려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주로 입에 담고 있었던 익숙한 톤과 매너로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전달하려고 노력을 한다.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즉, 투자자들은 창업자의 장황한 설명의 핵심을 따라 잡기를 버거워 하는 것이다. 1-2시간이 그렇게 흘러 갔지만 투자자들의 표정에는 여전히 ‘난 당신이 뭐라고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네’라는 흔적이 점점 짙어져 가며 미팅은 끝나게 되어 버린다.
또는 역으로, 아주 노회하게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창업자들을 바라 보는 투자자의 시각도 결코 투명하지가 않다. 대체로 그런 세련된 발표를 하는 창업자들을 만나게 되면 투자자들은 ‘흠, 펀딩을 위해서 많이 다닌 티가 팍팍 나는구만. 발표는 귀에 쏙쏙 들어 오는데 왠지 펀딩 전문가이지 기업경영전문가는 아닌 듯해’라고 판단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면 과연 어쩌란 말인가? 미숙해도 탈, 익숙해도 탈이라니…그래서 펀딩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래도 투자를 받고자 마음을 먹었다면 반드시 성공을 해야 하는 법이니만큼 몇 가지 비책을 공개를 해 드리려 한다.
1. 기대수준을 낮추라
장담컨대 90% 이상의 확률로 벤처기업의 사업계획 (특히 재무계획)은 틀리게 마련이며, 투자자들은 이미 그 통계를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제 아무리 애를 써서 ‘저희는 아주 보수적인 관점에서 이 계획을 세운 겁니다’라고 하더라도 투자자들은 결코 믿지 않는다. 물론 세상 일에는 예외가 있기도 하지만, 그래서 사람들은 그 현상을 ‘예외’라고 하는 것이다. 창업자들은 본능적으로 낙관적일 수 밖에 없으며, 그 낙관주의야 말로 일관되게 기술 개발 등을 위해서는 유지를 해야 한다. 하지만 펀딩의 순간이 닥치면 과감하게 그 낙관주의를 잠시 옆에다 놓아 두고 현실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투자자가 얼마 정도를 반드시 깎을 것이니 어느 정도는 올려서 시작하겠다는 것 정도는 적어도 10년 이상 투자를 해 본 사람들은 금방 눈치를 채게 마련이다. 따라서 회사의 가치에 대해서는 ‘내가 만약 투자자라면..’이라는 생각을 늘 염두에 두고 결정을 지어야 한다.
2. 일도 해라
자고로 투자자를 만나고 펀딩을 하는 작업은 이루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에너지와 시간이 소비되는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급적이면 빨리 결론을 지으려고 노력을 한다. 투자자와의 미팅이 정해지면 그 때 부터는 모든 관심이 그 일에 집중이 되고, 미팅을 하는 날에는 몸에 모든 에너지가 빠질 정도의 강도로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그리고 또…미팅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회사의 자금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말로 짜증이 날 정도로 지루하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그런 때 일수록 원래 하고 있던 일을 하여야 한다. 반드시 펀딩과 상관이 없는 직원들과는 긴밀하게 함께 진행하고 있는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 비록 몸과 마음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그렇게 현재의 업무를 병행하면서 펀딩을 진행하여야 오히려 좋은 소식을 들을 가능성이 높아지며, 동시에 직원들의 동요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3. 자금의 사용처를 명확히 설명해라
투자자들을 만나는 본질적인 이유가 투자를 받기 위함이므로 반드시 ‘얼마를 투자 받기를 원하는가’가 수 많은 질문들 중에서 핵심적인 질문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곧 바로 ‘얼마’라고 답을 할 필요는 없다. 회사가 어떤 단계인지, 앞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서 성장을 해 나가는지에 대한 충분한 상의를 잠재적인 투자자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얘기로 답을 대신하는 것이 더 나은 대답이 될 것이다. 따라서 투자의 규모를 일찌감치 확정 지으려고 애를 쓰지 말고, 다만 이러 저러한 일에 투자를 받은 자금을 투입을 할 계획이며, 그 각각의 투입자금이 언제 어떤 규모로 소요될 것이다라는 계획을 잘 설명하는 것이 차라리 훨씬 더 투자자의 신뢰를 얻게 되는 방법이다.
4. 투자 거절이 사업실패와 직결되지는 않는다
아마도 투자자들이 여러분의 사업계획을 보고 투자를 거절할 확률이 투자를 할 확률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한 해에 천 개 이상의 사업계획을 들여다 보고 고작 5-10개 정도 투자를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한국 창업투자사의 모습이라고 가정한다면 여러분이 그 0.1%에 포함될 확률은 당연히 높지 않다. 확률은 투자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해 보인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그리고 반드시 실행을 해야 할 일은 투자를 거절하는 이유를 정중하게 물어 보는 것이다. 만약에 투자 거절의 이유가 정말로 창업자 스스로도 합당하고 타당하다고 여겨진다면 지적된 문제점을 신속하고 명확하게 고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고백하건대, 투자자가 대단한 지식과 식견을 가지고 투자의사결정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훌륭한 창업자가 엄청나게 파괴력이 있는 시장을 장악해가는 역량을 갖추어 나가는 과정에서 정말로 우연하게 운 좋은 투자자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0.1%의 확률과 창업자 스스로 좋은 기업을 만들 수 있는 확률! 무엇이 더 창업자들에게 유리한 입지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투자를 유치함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창업자 스스로가 과연 오늘 이 시점에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부단하게 묻고 스스로 답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런 전략부재와 우유부단한 창업자로 인하여 너무 많은 다른 사람들이 에너지를 낭비하게 되는 셈이니까…
우선 오늘은 여기까지 정리해 본다. 향후에 조금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투자 유치 방법에 대해서 정리가 되면 또 포스팅을 하기로 약속을 드린다.
경인년 새해에도 하시는 모든일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2010/01/02 13:05올 한해는 소프트뱅크로 인해 더욱 많은 도전이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 화이팅입니다 ^^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2010/01/03 19:33도전은 누군가의 힘에 이끌린다기 보다는 자발적인 것이 훨씬 더 성공에 가까이 다가서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도전이 아름다울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긴 하겠지만 그래도...맞습니다. 대한민국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