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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09 Venture Capital Money는 꽁똔인가? (9)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없진 않은 듯 하다.

허긴 은행에서 차입하거나 사채와 달리 통상 대주주나 대표이사의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니 일단 투자만 되고 나면 사실 비록 회사가 문을 닫는다해도 VC 입장에서는 딱히나 건질 것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 이처럼 위험한 비지니스에 높은 기대 수익을 바라고 투자하는 것이 VC 본연의 비지니스니 누굴 탓할 것도 없다.

그렇다고 돈 잃고 속 좋은 놈 없다는 말도 있지만, 투자한 기업이 3~5년을 훌쩍 지나서 혹은 10여년의 노력끝에 실패로 끝나고 투자 수익은 커녕 원금까지 전액 손실이 날 때는 속상하기 마련이다.

때로는 대주주나 대표이사가 그같은 상황에 임박해서 드러내는 VC Money를 바라보는 시각에 씁쓸할 때도 있다.

특히나,

- 내가 원래 투자받을 때의 계획대로 못하긴 했지만, 원래 비지니스가 그런 것 아닌가? 나도 할만큼 했다.

- 어차피 이젠 거의 날린 돈 아니냐? 머 그렇다고 VC가 딱히나 나한테 뭘 강제할 수 있는 사항도 없을테고..
 
- 또 이정도 돈 날린다고 소프트뱅크가 망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짐짓 미안한 표정과 몸짓이지만, 한거풀 벗겨 볼 것도 없이 본인의 사익을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슬그머니 또는 뻔뻔스러울 정도로 당연하게 먼저 챙겨보려는 분들도 없진 않다.

이럴 땐 벤처기업이나 신문 사회면에 나오는 실패한 기업 총수의 뒷 얘기나 별반 다름이 없겠구나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구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사람인지라.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는 명백한 계약서상의 위배사항이나 더 나아가 배임이나 횡령등의 불법적인 사항이 없는 경우, 결론적으로 "VC Money는 꽁똔"이라는 공식에 마추어 최종적으로 일이 마무리된다.

때로는 계약서상의 명백한 위배사항이 있더라도, 실제 소송등을 진행하는 것에 비해서 회수를 기대할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으면 포기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결론이 이렇게 "VC Money는 꽁똔" 이렇게 끝나도 꼭 뒤에 가서는 소프트뱅크에 대해서 없는 흉도 만들어서 얘기하시는 분들도 아주 아주 가끔은 계시다. 소프트뱅크 참 숭악하다고...쩝!

그래서 '경영진/대주주에 대한 판단'이 'Good investment'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 일컫는 이유일 것이다.

얘기를 좀 돌려 보자.

VC를 하면서 투자 기업 CEO의 눈물을 세 번 보았다.

첫 번째는 12억을 투자를 했다.

잘 되는 듯 했지만 곧 굴지의 대기업의 거래선 추가로 단가 인하 압력과 매출 하락으로 어려움에 처했다. 새로운 연관 분야의 제품을 개발키로 했다. 예상했던 1년보다 개발기간이 더 걸렸다. 마지막 조금 부족한 개발 자금만 도와주면 되겠다는 사장님의 간청에 4억을 추가로 Bridge loan 형식으로 드렸다. 하지만 제품 개발은 계속 지연되었고, 미국쪽 매출로도 성사되지 못했다.

사장님은 월급도 1년 넘도록 가져가지 못하고, 25명에 달하던 직원들도 거의 내보내고 7~8명 핵심 개발자만 남았다. 그들도 월급을 거의 가져가지 못한다. 본인의 집, 치과의사를 하던 부인의 자산, 그리고 충청도의 처갓집도 전부 담보로 넣어서 은행에서 차입을 추가로 해가며 제품 완성을 위해 노력했다.

막판에는 믿었던 3~4명의 핵심 개발자도 회사를 나가며 임금체불로 노동부에 고소해서 경찰서를 왔다 갔다 한단다. 그래도 첫 PO를 지난 주 미국에서 받았다며 나보다 한살위인 사장님은 끝내 제 사무실에서 얘기중에 그만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고 마셨다.

벌써 몇 년전이다. 결국 사업은 실질적으로 접었다. 이 분은 지금도 다른 회사의 기술 고문 같은 일을 하면서 미련을 가지고 계시다. 이런 저런 채무도 그래도 많이 정리하셨단다. 먼저 물은 적도 없지만, 그래도 몇 달에 한 번 정도는 먼저 연락하셔서 소프트뱅크의 Bridge loan 4억은 자기가 꼭 일부 금액이라도 갚겠다신다.

물론 '꽁똔'이 될 것이라 보지만, 이런 분도 계시다는게 참 믿기지 않는다.


두 번째는 15억원을 했다.

개발도 잘 되었고, Chip도 잘 나왔다. 하지만 Marketing이 문제였다. 판로 개척이 회사의 취약점이었고, 기존의 선두업체는 막강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곧 기술적인 격차를 줄이고 들어왔다. 추가 펀딩이 필요한 시점이었지만, 경쟁이 치열하고 실제 매출이 가시화되고 있지 못하여 불가능해보였다.

마침 해외업체로부터 M&A 관련 문의가 있었다. 나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얘기했고, 회사의 가치는 합리적인 수준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사장님은 (엔지니어적인 자부심이 너무 강했다) '우리회사는 최소한 500억 아래로는 팔수없다'라고 했고, 딜은 깨졌다.

추가적인 개발 자금과 마케팅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외부 펀딩이 실패하고, 사장님은 주위분들로부터 개인적인 차입과 전세금마저 담보대출로 넣고 10억에 가까운 돈을 개인 명의로 끌어 들였다.

나는 절대로 그래서는 안된다고 말렸다. 소프트뱅크는 이미 투자금에 대해서 거의 포기한 상태이니, 개인적으로 무리해서 차입을 하지말고, 낮은 Valuation에라도 회사를 넘기는 것이 사장님에게 '다음' 기회라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조언했다. 하지만, 사장님의 회사와 기술과 제품에 대한 확신은 너무 강했다.

30여명에 달하던 인력은 다 조정하고 사장님을 포함해서 네 명이 남는 상황에서 사장님은 외부에서 1~2억 정도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기존의 (우선주) 투자자들의 지분이 필요하다고 도와 달라고 하셔서, 거의 '꽁똔'이나 다름없는 총 50만원에 우리 지분 전체를 내드렸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신 사장님이 얼마나 절박한 상황에 몰려 있었던지, 핏기하나 없이 거무튀튀하게 수척해진 얼굴에서 난 눈물이 서리는 것을 보았다.

벌써 이년쯤 전 일이지만, 얼마전 그 회사 칩으로 뭔가를 아직 개발하고 있다는 업체를 만났을 땐 어찌나 반갑던지 아직 회사가 살아있다는 것이.

세 번째는 아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의 사업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보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그때보다 전체 시장 규모가 반토막쯤 났으니, 어려울 수 밖에.

1년 반전부터 새로운 서비스를 아주 어렵게 준비해왔고, 많은 기대를 걸었다. 그 첫 서비스 결과를 설명하고 향후 사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만난 나 보다 7살 적은 이 사장은 얘기를 하다 그냥 흐느끼고 만다.

"너무도 어렵게 준비해왔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가 너무도 실망스럽습니다. 이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기대가 컸었던 모양이다. 맘 고생도 많았던 모양이고.

예상보단 많이 저조하지만, 사업 모델을 조금 더 수정을 해서 몇 달더 지켜 보면서 방향을 잡아보자고 했다. 물론 남아 있는 Cash flow가 많지는 않지만, 구조조정을 많이 했기 때문에 잘 아껴 쓰면 향후 6~12개월 정도는 더 성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실패한다면? 그는 아직은 젊고 이 같은 'Honest failure'는 그에게도 좋은 자양분이 될 것임에 틀림 없다고 본다.

만약 그가 새로운 사업계획을 다시 들고 온다면? 사장은 이미 검증되었으니, 사업만 제대로 된 계획이라면 아마 십중 팔구는 한 번 더 투자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Writer pro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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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근 / Stevie Lee
부사장 / Managing Director
소프트뱅크벤처스 / SoftBank Ventures Korea
2009/08/09 22:57 2009/08/09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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