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심화학습의 마지막 편인 ‘조합운용기간’에 관한 설명을 드리고자 한다. 하지만 그 내용을 바로 얘기하기 전에 벤처캐피털의 투자 자금이 어떻게 결성이 되고, 운용되며, 투자가 집행되고, 또 마지막으로 조합이 해산되는 지에 대한 설명을 통해서 ‘조합운용기간’이 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지 알아 보는 것이 나을 듯 하다.
1. 조합은 어떻게 결성되고 운용되는가?
어떤 측면에서 본다면 벤처캐피털이나 창업가는 결코 다르지 않은 운명체이다. 왜냐하면,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 외부에서 자금을 유치해야 하는 창업가의 입장과 똑 같이 벤처캐피털도 투자를 하기 위하여 ‘조합’을 결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은 창업가가 사업을 기획하고, 사업계획서를 만들어서 여러 벤처캐피털을 만나서 설명을 하고, 투자 유치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이는 것과 완벽하게 흡사하다. 벤처캐피털도 마찬가지로 조합의 결성과 관련하여 투자 전략을 수립하고, 결성할 조합에 투자를 한 만한 대상 (주로 한국에서는 정부자금을 대신 운용하고 있는 이른바 ‘모태조합’이나 국민연금, 교원공제, 사학연금, 군인공제등의 각종 연기금, 그리고 일반기업들이나 개인 등이 될 것이다)을 상대로 조합결성에 대한 설명과 설득 작업을 해 나가야 한다. 이렇게 조합에 출자를 하는 기관이나 기업을 영어로는 Limited Partner (LP-유한책임조합원. 참고로 조합을 운용하는 벤처캐피털은 GP-General Partner, 무한책임조합원이라 칭한다)라고 한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한국은 좀 특별하게 일종의 경쟁을 통한 조합선정 (이른바 Beauty contest)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벤처캐피털들은 금융기관들과의 다양한 사전 네트워크를 통해 개별적으로 접촉하여 조합설립에 필요한 자금을 투자 받는다. 반면, 한국은 정부의 투자재원을 총괄하여 운용대행을 하고 있는 ‘모태조합(http://www.k-vic.co.kr)’ 이나 연,기금 등이 일괄적으로 특정 시기에 출자제안서를 접수하여 선정을 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이 과정은 벤처기업이 투자를 받는 것 보다 훨씬 더 강도가 높은 스트레스를 벤처캐피털에게 가져 다 주기도 한다.
아무튼,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고 난 후 그간 쌓은 투자성과를 중심으로 한 실적과 어느 정도의 운(?)이 함께 따라 주어서 조합을 성공적으로 결성을 하게 되면 그때부터 그 조합을 통해서 투자를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결성된 조합의 핵심적인 계약 내용 중 하나가 바로 ‘조합운용기간 (Fund Life Time)’인 것이다. 즉, 설립 후 몇 년 동안 조합을 운용하고 해산하여 투자자에게 돌려 줄 것인가를 정확하게 계약에 집어 넣어야 하는 것이다.
조합운용기간이라는 주제가 오직 벤처캐피털에게만 유의미한 것이라면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을 하지 않겠으나, 벤처캐피털이 운용하는 조합의 운용기간은 직접적으로 투자를 받을 벤처기업의 장래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이어서 그 의미와 중요성, 그리고 대응 방안에 대해서 알아 보도록 하자.

2. 조합운용기간(Fund Life Time)이 의미하는 것은?
미국 벤처투자시장의 통계를 잠깐 되새겨 보자. 닷컴붐이 한창이었던 시기인 1995-1999년 사이에 주로 NASDAQ Market에 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공개)를 보낸 기업들의 평균 업력이 4.5년이었던 적이 있었다. 즉, 회사를 만들고 5년이 채 안된 기업들을 IPO를 보냈던 것이다 (그 기업들의 대부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긴 했지만..). 따라서, 그 시기의 그 통계를 산업평균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닷컴버블 이전의 IPO기업 평균 업력은 8.5년 정도였으며, 닷컴버블 이후는 그 보다 훨씬 길어졌다고 보면 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기업을 창업하고 적어도 8년 정도가 넘어야 상장을 통해서 새로운 성장을 할 토대가 마련이 되는 셈이다.
이런 실제적인 통계가 적용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미국의 경우는 대체로 IT분야의 벤처투자조합인 경우에 8년에서 10년, 바이오나 에너지 분야는 더 길어서 12년에서 15년 짜리 조합들이 대부분이다. IPO를 통한 투자회수를 하거나 혹은 더 짧은 기간 안에 M&A를 통해서 회수를 하더라도 벤처투자조합의 운용기간이 8년 이상이 되어야만 전체 조합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를 보자. 최근 들어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조금 완화되어서 7년 짜리 조합 혹은 그 보다 더 긴 기간의 조합들도 결성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불과 2-3년 전까지 한국의 창업투자조합의 평균 운용기간이 5년이었고 더군다나 이것은 정부가 거의 강제한 표준규약에도 명시가 되어 있었다. 한국의 잠재적인 LP들인 금융기관이나 연기금, 그리고 일반기업들의 호흡이 미국처럼 그렇게 길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에 승부를 가리는 투자를 선호하고 있는 현실은 여전하므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점점 길어진다고 해도 이는 공염불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싶다.
3. 조합운용기간이 창업가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대부분의 창업가들의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반드시 벤처캐피털과 일정수준의 합의를 하게 되는 것이 바로 ‘언제 투자금을 회수하게 할 것인가’이다. 대부분의 일정과 계획이 지켜지지 않게 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투자유치 후 5년 안에 IPO를 보낸다거나 혹은 3년 안에 M&A를 한다거나 등등의 굳은 약속을 하게 된다. 그런 약속을 벤처캐피털들은 어느 정도 믿기 때문에 투자를 하는 재원을 그에 걸맞게 결정하게 된다. 즉,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벤처캐피털들은 해당 시기에 운용을 하는 조합이 여러 개가 있는데 그 중에서 약속한 투자회수 기일에 적합한 조합의 재원을 활용해서 투자를 하는 것이다.
예를 하나 들어 보자. A 벤처캐피털은 3년 안에 IPO를 보낼 계획이 아주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X기업에 투자하면서 조합 운용기간이 약 4년 정도 남은 조합의 재원으로 투자를 하게 된다. 때때로 비극은 여기서 시작된다. ‘계획은 원래 수정하라고 있는 것이다’라는 허언적(虛言的) 구호에 적극 부응한(?) X기업은 예기치 않은 경제위기의 직격탄도 온몸으로 맞으며 결국 3년이 다 지나가도 IPO를 보내기는커녕 생존마저 위태로운 지경으로 투자를 유치한지 4년째를 맞이하게 된다. A벤처캐피털이 투자한 조합은 투자기간도 지나고, 회수기간도 지나고, 조합청산기간(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기간을 가지고 조합은 청산을 완료하게 된다)도 다 지나가고 있는 와중이다. 이 대목에서 A벤처캐피털의 선택을 그리 많지 않다. 그 선택들은, 1) 아주 헐값에 X기업의 지분을 창업가나 혹은 제 3자에게 넘긴다 2) 적정한 평가를 거쳐서 A벤처캐피털이 매입을 한다 3) 매입도 매각도 안 되는 상황이면 회사 자체를 청산을 할 방안을 찾는다 등등 정상적인 투자회수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다른 방향으로 상상을 해 보자. 만약 A벤처캐피털의 조합운용기간이 앞으로도 5년 정도가 더 남았고, 덧붙여 X기업이 각고의 노력으로 회생을 하여 2-3년 안에 글로벌기업으로부터 아주 높은 기업가치로 M&A제안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전혀 상반된 결과가 나오는 원인은 바로 ‘시간’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위 글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벤처캐피털이 투자하는 조합의 운용기간은 기업의 미래 로드맵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며, 가급적이면 그 선택에 있어서 유리한 조건이 무엇인지를 늘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
4. 어떻게 대응을 하는 것이 좋은가? (창업자들의 입장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회사의 로드맵을 정밀하게 만들어 두어야 하며, 그 계획의 실행과정에서 편차와 오차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항상 기울여 나가야 한다. 덧붙여 불가피하게 로드맵을 수정해야 할 상황에 직면한다면 과감히 수정을 하되, 반드시 주요한 투자자와의 협의와 합의를 거쳐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주 다양한 실행계획들이 로드맵의 변경에 따라서 함께 수정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어떤 기업은 위기 상황이 닥치면 전략만 크게 바꾸고 전술이나 실행계획은 ‘늘 하던 대로’인 채 경우도 있다. 아주 위험한 기업이다.
덧붙여, 벤처캐피털이 운용하는 조합의 특성을 이해하고 특히 여기에서 강조하고 있는 조합운용기간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 투자를 회수해야 하는 시점이 과연 언제부터인지를 명확하게 확인하고 투자를 받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만약에 여러 군데 벤처캐피털로부터 러브콜을 받는다면 그 결정 기준 중에 하나를 운용기간의 적정성 (혹은 유연성)을 가지고 판단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가급적이면 긴 기간이 좋겠으나 막연히 시간의 길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회사가 가진 성장의 궤적에 걸맞는 길이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오직 하나의 벤처캐피털이 투자를 하기로 했으나 그 벤처캐피털의 조합운용기간이 제약적이라면 그에 맞는 회수 방안을 창조적으로 구상을 해 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 경우는 대체로 CB (전환사채)와 같은 방법으로 투자 구조를 짜기도 한다.

창업자든 벤처캐피털이든 결국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자가 마지막 승리의 축배를 들 수 있음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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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7 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