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 1
전화벨이 울린다. 모르는 번호지만 무심결에 받았다.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4년여 전 쯤에 투자를 받으려고 몇 번의 공식적인 미팅을 했던 사람이라고 자기가 우긴다. 이름은 살며시 기억이 난다. 그가 4년 만에 전화해서 한 대화는 다음과 같다. 그의 가명을
엉클벤카: (조금 머뭇거리면서) 아 네, 잘 지내셨나요? 어떤 기술을 가진 회사인지 궁금하네요. 아무튼 먼저 간략한 소개서를 보내 주시면 저와 함께 일하는 심사역과 검토를 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미팅은 잡도록 하시죠?
엉클벤카: (많이 머뭇거리면서) 아 네, 그래도 우선 회사와 기술에 대해 알 수 있게 1페이지 짜리라도 좋으니 정리된 소개서를 좀 보내 주시면 보고 나서 바로 연락 드릴께요.
엉클벤카: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앞에 손님이 와 계셔서…바로 연락 드릴께요.
그리고 6개월 째 연락을 안 했다. 다시 연락이 오면 뭐라고 하지?
# 장면 2
전화벨이 울린다. 국제전화번호이다. 일본 본사일 확률이 높으므로 받는다. 역시 일본 본사의 자회사 중 하나인 소프트뱅크모바일의 부장이다.
나카무라부장: 오랜 만입니다. 별일 없으시죠? (완전히 일본식 말투다) 제가 회사를 하나 소개를 드리고 싶은데 어떻게 괜찮으시겠습니까? 혹시라도 불편하시면 소개를 드리지 않아도 됩니다.
엉클벤카: 아 잘 지내시죠? 네, 저희들이야 좋은 회사 소개를 받으면 너무 좋죠. 어떤 회사입니까? 한국에 있는 회사인가요?
나카무라부장: 아 네, 그렇습니다. 제가 아는 후배의 친구가 재일교포인데 그 사람의 선배가 이번에 회사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일본에 오셔서 함께 식사도 하고, 술자리도 했었는데 들어 보니까 괜찮아 보여서요.
엉클벤카: 연락처를 주시면 전화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연락처를 받아서 전화를 했다. 그의 가명을
엉클벤카: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지시를 받은 적은 없지만 아무튼) 네, 나카무라부장이 좋은 기술을 가진 회사라고 해서 궁금해서 연락 드렸습니다.
엉클벤카: 네. 그럼 제가 사무실에 가든지, 아니면 저희 사무실에 오셔서 간략하게 회사 소개를 좀 해 주시겠어요?
엉클벤카: 그렇군요. 그럼 제가 나카무라부장하고 상의를 해서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에게 연락을 안했다. 최근에 몇 번
딸랑 1표뿐입니다
회사를 설립하면서 투자의사결정에 대한 논박을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서 했었고, 그렇게 해서 결정하였던 원칙을 아직까지 지키고 있다. 그 투자의사결정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만장일치” “파트너 각자 1표”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몇 가지의 수정이 있었다. 헌법도 고치는 것처럼. 예를 들면, 단독투자인 경우는 만장일치이지만 공동투자자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투자 리스크를 분담하는 의미가 있으므로) 3분의 2의 가결이 있으면 된다. 그리고 1, 2차 투심위로 나누어서 결정을 할 때 1차 투심위는 심사역들 각자가 투표권이 있으며, 2차최종투심위는 심사역 그룹 전체가 1표를 가지게 하였다. 아무튼 결론은 대표이사인 저도 딸랑 1표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창업투자회사가 미국처럼 파트너기업 (LLC, Limited Liability Corporation, 유한책임회사)인 경우가 많지 않고 대부분 주식회사의 형태를 띄고 있다. 더군다나 소프트뱅크벤처스처럼 이른바 기업형창업투자사 (Corporate Venture Capital)은 파트너제도를 원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표이사가 있고 상명하복식 시스템도 많이 있는 편이다. 그러나
오늘 이 글을 읽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고 외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위에서 언급한 


참 기본이 안 된 분들도 많이 있군요.. 글을 읽는 저도 답답한데 오죽하시겠습니까..^^;
2010/05/11 11:57답답하지만 그냥 그 답답함을 지병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내는 것이 마음이 편해요. 아무튼 격려말씀 감사합니다.
2010/05/11 13:38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010/05/11 14:39네, 말씀하신 연락처로 메일 보내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2010/05/11 15:25투자결정은 다른 파트너들에게 맡기고 사장은 비토권만 행사하심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2010/05/11 16:16네 그것도 고민해 보겠습니다만 왠지 놀고 먹으라는 소리로 들리지 않을까요? ^^ 조합을 어떤 것을 운용하는 가에 따라서 앞으로는 그런 방향으로 나갈 듯 합니다. 사장이 비토권도 없을 수도 있구요. 조합별로 담당파트너와 심사역을 구분 참여시켜서 책임과 권한을 더 명확하게 하는 방안도 고민 중입니다.
2010/05/11 17:21상황극으로 표현해주시는것에 많은 의미가 있네요. 재미도 있구요.ㅎㅎ
2010/05/12 14:11소프트뱅크의 문화를 잘 느낄 수 있는 글이군요.
그런데.. 투자유치 성공 가이드 (2)의 댓글에 대한 답변중에서
3)내 꿈을 살 사람들 찾기 대목의 Cold-call부분과 오버랩되면서
혼란이 오네요..이도 저도 ..힘들지 않은 일이 있겠습니까? ㅎㅎㅎ
그래도 좋은글은 생각할것을 많이 만들어주네요.. 감사합니다.
그렇군요. 같은 것을 가지고 입장과 상황이 다르니까 다른 결론이...흡! 머쓱하네요. 뭐 굳이 해석하자면, 만나려고 하는 사람과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면서 만나지 않으려는 사람이 늘 부딪히는 지점인 셈이죠. 그래도 투자를 받으려면 만나지 않고서는 방도가 없으니 좌절을 하거나 자존심이 상할 때 상하더라도 우겨서 만나는 것이 좋겠지요. 좋은 방법은 만나려는 대상이 저 처럼 만나 보기도 전에 삐지지 않도록 처신하는 것이 좋겠구요. 지적 감사합니다. ^^
2010/05/15 22:22지적이라뇨? 당치도 않습니다.
2010/05/16 16:44언제나..어디서도 듣고 읽기 힘든 좋은 말씀에 늘 감사하고 있는데요.
그리고 위의 글과 같은 상황을 만드는 못된 습성이 저도 모르게 자리 잡을까 늘 조심하고
또 조심하려고 노력합니다.
목표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벤처의 마음가짐을 다잡아 주시고
좋은 파트너를 찾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려고 애쓰시는 모습에
다시 한번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절대로 지적 아닙니다..ㅎㅎㅎ
제가 표현력이 부족해서..^^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이 좋겠네요. '관심 가져 주셔서 늘 감사드립니다'
2010/05/17 20:39우리나라 여기저기에 있는 분들이자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들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고 반성해 봅니다. 원리와 원칙이 엄연히 존재하거늘....
2010/05/18 02:42말씀하신대로 소프트뱅크 만큼은 모든 분야에서 학연, 혈연, 지연 같은 보이지 않는 안개비에 젖지 않기를 바라겠습니다.
홍길동씨와 김길동씨는 이젠 연락이 없을듯 합니다. ^^
격려와 당부의 말씀 소중히 간직하고 실천하도록 하겠습니다. 늘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0/05/19 1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