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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11 딸랑 1표의 철학 (12)

딸랑 1표의 철학

컬럼&캐스트 l 2010/05/11 11:30 by uncle ven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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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1

전화벨이 울린다. 모르는 번호지만 무심결에 받았다.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4년여 전 쯤에 투자를 받으려고 몇 번의 공식적인 미팅을 했던 사람이라고 자기가 우긴다. 이름은 살며시 기억이 난다. 그가 4년 만에 전화해서 한 대화는 다음과 같다. 그의 가명을 홍길동이라고 하자.

 

길동대표: 어이 문대표, 잘 지냈죠? 오랜만이군요. 제가 말이죠 회사를 하나 만들어서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문대표에게 기회를 줄라구요. 뭐 아이템은 나중에 설명해 줄께요. 아주 엄청난 기술이에요. 아무튼 내일 한 번 봅시다. 사무실로 찾아 갈께요. 언제가 좋아요?

엉클벤카: (조금 머뭇거리면서) 아 네, 잘 지내셨나요? 어떤 기술을 가진 회사인지 궁금하네요. 아무튼 먼저 간략한 소개서를 보내 주시면 저와 함께 일하는 심사역과 검토를 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미팅은 잡도록 하시죠?

홍길동대표: 나 원 참선수들끼리 왜 이러시나? 그냥 문대표가 보고 딱 결정해 주면 되지. 심사역들이 뭘 안다고 그래요. 괜히 시간낭비 하지 말자고. 20억 정도 밖에 안되니까 바로 결정해 줄 수 있는거지요?

엉클벤카: (많이 머뭇거리면서) 아 네, 그래도 우선 회사와 기술에 대해 알 수 있게 1페이지 짜리라도 좋으니 정리된 소개서를 좀 보내 주시면 보고 나서 바로 연락 드릴께요.

홍길동대표: 거 참 딱 보면 놀라서 기절을 할 정도로 대단한 거라니까그런 엄청난 기술을 어떻게 1페이지 짜리 글로 설명이 된다는건가요? 일단 만나서 얘기합시다. 낮에 안되면 저녁에 쏘주라도 하면서 얘기해도 되고

엉클벤카: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앞에 손님이 와 계셔서바로 연락 드릴께요.

 

그리고 6개월 째 연락을 안 했다. 다시 연락이 오면 뭐라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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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2

전화벨이 울린다. 국제전화번호이다. 일본 본사일 확률이 높으므로 받는다. 역시 일본 본사의 자회사 중 하나인 소프트뱅크모바일의 부장이다. 우리가 한국에서 투자한 회사의 기술이나 서비스를 본사에 소개를 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사람이다. 그의 가명을 나카무라부장이라고 하자.

 

나카무라부장: 오랜 만입니다. 별일 없으시죠? (완전히 일본식 말투다) 제가 회사를 하나 소개를 드리고 싶은데 어떻게 괜찮으시겠습니까? 혹시라도 불편하시면 소개를 드리지 않아도 됩니다.

엉클벤카: 아 잘 지내시죠? , 저희들이야 좋은 회사 소개를 받으면 너무 좋죠. 어떤 회사입니까? 한국에 있는 회사인가요?

나카무라부장: 아 네, 그렇습니다. 제가 아는 후배의 친구가 재일교포인데 그 사람의 선배가 이번에 회사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일본에 오셔서 함께 식사도 하고, 술자리도 했었는데 들어 보니까 괜찮아 보여서요.

엉클벤카: 연락처를 주시면 전화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연락처를 받아서 전화를 했다. 그의 가명을 김길동대표라고 하자.

 

김길동대표: 아 안녕하세요. 일본본사에서 지시를 하신 것 때문에 전화를 주신건가요?

엉클벤카: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지시를 받은 적은 없지만 아무튼) , 나카무라부장이 좋은 기술을 가진 회사라고 해서 궁금해서 연락 드렸습니다.

김길동대표: 그러시군요. , 본사에서 워낙 관심을 가져 주셔서 본사에서 투자를 받으면 되겠다 싶었는데그래도 투자하실 의향이 있으시면 2주안에 결정해 주시죠. 이번에 한 50억 정도 투자를 받아서 해외진출을 하려고 합니다.

엉클벤카: . 그럼 제가 사무실에 가든지, 아니면 저희 사무실에 오셔서 간략하게 회사 소개를 좀 해 주시겠어요?

김길동대표: 아 제 말뜻을 이해를 못하셨군요. 본사에서 이미 결정을 하신 일이니 그냥 돈을 입금을 해 주시면 될 것 같은데본사에서 좋다고 했으니까 회사에 대한 내용이야 그 쪽을 통해서 들으시면 서로 시간낭비 안하고 좋겠지요?

엉클벤카: 그렇군요. 그럼 제가 나카무라부장하고 상의를 해서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에게 연락을 안했다. 최근에 몇 번 김길동대표가 몇 번 전화를 주었는데 답을 안했다. 세상이 자꾸만 나를 너무 옹졸한 사람으로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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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1표뿐입니다

 

회사를 설립하면서 투자의사결정에 대한 논박을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서 했었고, 그렇게 해서 결정하였던 원칙을 아직까지 지키고 있다. 그 투자의사결정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만장일치 파트너 각자 1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몇 가지의 수정이 있었다. 헌법도 고치는 것처럼. 예를 들면, 단독투자인 경우는 만장일치이지만 공동투자자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투자 리스크를 분담하는 의미가 있으므로) 3분의 2의 가결이 있으면 된다. 그리고 1, 2차 투심위로 나누어서 결정을 할 때 1차 투심위는 심사역들 각자가 투표권이 있으며, 2차최종투심위는 심사역 그룹 전체가 1표를 가지게 하였다. 아무튼 결론은 대표이사인 저도 딸랑 1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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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창업투자회사가 미국처럼 파트너기업 (LLC, Limited Liability Corporation, 유한책임회사)인 경우가 많지 않고 대부분 주식회사의 형태를 띄고 있다. 더군다나 소프트뱅크벤처스처럼 이른바 기업형창업투자사 (Corporate Venture Capital)은 파트너제도를 원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표이사가 있고 상명하복식 시스템도 많이 있는 편이다. 그러나 우리는 창업초기부터 기본적인 운용철학을 함께하는 투자에 두고서 파트너 1인당 1표의 권리는 주었고, 심지어는 심사역들도 간접적으로 본다면 비토권을 가지게 된 셈이다. , 단독투자로 2차투심위까지 갔을 때 심사역그룹이 가진 한 표는 casting vote가 되는 것이다. 딸랑 1표의 권한 밖에 없는 나에게 여전히 기존의 패러다임으로 사회를 이해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너무 가혹한 요구를 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오늘 이 글을 읽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고 외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위에서 언급한 홍길동, 김길동 같은 사람들은 제발 나를 무시하고 외면하고 멀리하기를 진심으로 원한다. 물론 나는 소중한 나의 1표를 행사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서 회사의 기술에 대해서 검증해 보려고 하고, 경영진들의 역량과 품성과 열정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평가해 보려고 노력을 한다. 그 딸랑 1표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 차라리 대표이사의 권력으로 결재하듯이 의사결정을 하는 것 보다 수 만배 어렵더라도 그 원칙은 지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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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1 11:30 2010/05/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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