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회장이 한국에 대해 언급할 기회가 있을 때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는 말이 있다. 그는 ‘한국은 나의 스승이다. 적어도 IT분야나 디지털 정보혁명에 있어서는 아주 많은 것을 한국으로부터 배웠다’라는 말을 종종 한다. 손정의회장이 말로만 그렇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소프트뱅크가 일본에서 초고속인터넷 사업에 뛰어 들면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나라가 다름아닌 한국이었다. 네트워크설계, 장비구매, 서비스운용 등 제반 분야에 걸쳐서 한국의 많은 기업과 인력들이 사업 준비와 출범에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하여 탄생을 한 것이 일본 최초의 초고속인터넷 사업이었던 Yahoo! Broadband (Yahoo!BB)라는 브랜드를 가진 ADSL 서비스였다.
손정의회장은 그 어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든 간에 항상 보통사람들이 수용하고 실행하기가 힘든 수준의 목표를 정하는 것이 버릇처럼 되어 있다. 초고속인터넷 사업의 출범 초기에도 손회장은 사업 시작 1년 안에 1백만 가입자 유치, 2년 안에 3백만, 3년 내로 5백만이라는 목표를 설정하여 관련 직원들 모두를 경악하게 하였다. 사실 2001년 당시 소프트뱅크의 주된 사업은 주로 인터넷 분야의 투자와 IT관련 유통, 출판 등이었으므로 다수의 일반 대중을 상대로 통신서비스를 하는 것은 그 어떤 구성원들도 경험하지 못했었다. 더군다나 아무도 그 어떤 난관과 위험요소가 앞날에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목표를 딱 정해서 가자고 하니 모든 직원들은 눈앞이 깜깜했을 것이다.
물론 많은 기업들이 신규사업을 시작할 때 목표를 정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서 다들 전력질주를 하곤 한다. 그러나 또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런 저런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중도에 목표를 낮춰 잡는 것이 다반사다. 하지만 손정의회장을 익히 알고 있는 소프트뱅크의 직원들은 그가 정한 목표가 뜻하는 바를 잘 알고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 목표를 발표한 날 집으로 돌아가서 배우자나 가족들에게 “5백만 가입자를 유치할 때까지 너희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라. 그리고 꼭 살아서 다시 만나자”라고 했을 것이다.
사업을 개시한 지 6개월 째 되던 날, 손정의회장은 실적 보고를 받고 나서 자그마치 8시간 동안 회의 참석자들을 붙들어 놓고 실적이 그렇게 나온 이유와 대책에 대해서 숙의를 하게 된다. 6개월간 유치한 가입자의 숫자가 1년 치 목표인 1백만에는 턱없이 모자란 20만 가입자였던 것이다. 그렇게 마라톤 회의를 끝내고 회의실에서 나온 손회장은 비서에게 이렇게 얘기를 한다. “앞으로 1년 동안 그 어떤 사람과도 골프 일정을 잡지 말아라. 그리고 내일부터 내 집무실은 Yahoo!BB 추진 사무실이 있는 4층의 회의실로 옮길 테니 그렇게 알고 있어라”라고…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손정의회장은 골프광이다. 핸디캡도 Low-single이며, 심지어는 자택 지하에 전세계 10대 골프장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깔아 놓은 개인연습장도 갖추고 있다. 그 연습장을 구경했던 빌 게이츠가 똑 같이 시애틀 집에 만들었다며 손회장은 빌 게이츠에게 일종의 특허료를 받아야 한다고 늘 농담처럼 얘기도 한다. 그렇게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 1년간 골프채를 잡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을 본 회의 참석자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버렸다.
실제로 손정의회장은 그 ‘4층 회의실 (그림에 나와 있는 규모)’에서 그 후 1년 간 체류하면서 초고속인터넷사업을 진두지휘하였고, 골프도 1년이 넘도록 치지도 않았다. 그리고, 사업개시 11개월 만에 백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하였고, 3년 만에 실제로 5백만 이상의 가입자가 Yahoo!BB를 통해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향유하게 되었다. 물론 과정에서 가입자 정보가 새어 나가서 전국민을 상대로 ‘사과’하는 해프닝도 있었고, 기간망을 공유하지 못하겠다는 NTT와 일본정부 (총무성)를 상대로 전쟁을 치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의 엄청난 집중력과 그를 따르는 직원들의 놀라운 인내심으로 마침내 사업 개시 4년 만에 회사는 장기간의 적자를 이겨내고 엄청난 규모의 흑자로 반전하게 되었던 것이다.
2006년 봄, 당시 일본의 3위 이동통신사업자였던 Vodafone K.K.를 인수한다는 발표를 하면서 손정의회장은 이렇게 부연한다. “내가 3위 사업자를 인수를 하지만 앞으로도 3위 사업자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소프트뱅크의 직원들의 얼굴은 또 한 번 색깔이 바뀌었다.
(* 옆 사진 설명: 소프트뱅크가 Vodafone K.K.를 인수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직원들은 새로운 회사의 브랜드가 손다폰이 될 거라고 농담처럼 했었고, 손정의회장도 이 로고를 보고 환하게 웃고 말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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