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의 궁합

By 8월 13, 2015VC Insight

벤처캐피탈(이하 ‘VC’)은 잠재성은 높으나 리스크 또한 매우 큰 초창기의 벤처 기업(이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금융자본입니다. 투자를 통해 스타트업은 목표한 성장을 달성하고 VC는 목표한 수익을 실현했을 때 그 만남은 성공적인 만남이 되는 것입니다.

올해 초 소프트뱅크벤처스에 합류해 ‘벤처 투자’를 수행해 나가면서,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 스타트업을 어떤 관점과 기준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이런 고민의 건너 편 입장에서 본다면, 투자 유치를 처음 진행하는 스타트업은 어떤 VC가 가장 궁합(Fit)이 맞을지 고민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투자를 이미 유치해 본 경험이 있는 기업가 분들은 다소 식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VC들과 투자유치를 위한 만남을 진행해 나갈 때 미리 고려하면 좋을 포인트를 몇가지 공유해 보겠습니다.

 

1. 주요 투자 업종

업종별 융합이 빈번이 발생하는 가운데 한마디로 규정할 수는 없겠지만, 각 VC별로 ‘주로 관심 있어 하는 업종’이 무엇인지는 미리 파악하면 좋습니다. 크게 분류를 해보자면, ICT 제조, IT서비스, 디지털컨텐츠, 게임, 전기전자장비, 기계, 부품소재, 화학, 바이오, 의료, 문화컨텐츠 등이 있습니다. 이런 분류보다 더 세부적인 산업 분류를 하는 VC도 있고, 다소 두루뭉실하게 전반적으로 영역 제한이 없이 투자를 하는 VC도 있습니다.

이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각 VC는 투자를 위해 운용하고 있는 펀드별로 출자한 조합원들과의 약속에 근거한 주된 분야 (‘주목적투자’ 혹은 ‘적정투자분야’ 등으로 표현함)에 일정 규모의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VC의 관심 분야가 아니거나 주목적투자의 영역에서 벗어날 경우 애초에 투자 검토를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상호간에 불필요하게 시간과 자원을 낭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관심분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소 무리하여 투자를 진행할지라도 VC의 해당 업종에 대한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여 사후적으로 지원을 받는데 한계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스타트업 스스로가 업종이 어디에 해당되는지 잘 파악하고, 그 분야를 주력으로 삼는 VC를 투자 유치의 우선순위로 정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투자단계(Stage)와 펀드 규모

비록, 업종이 부합한다 하더라도 해당 VC가 집중하는 투자 단계가 맞지 않으면, 이 또한 투자가 진행되기 어렵습니다. 투자 단계는 대략적으로 Seed/Angel/Series A (초기) ~ Series B/C (중기) ~ Growth / Pre-IPO(후기)로 구분되는데, 이는 스타트업의 성장 정도과 투자 규모에 따라 결정됩니다. 투자 단계는 정확히 구분되는 것도 아니며, VC도 미리 투자 단계를 정해놓고 해당 단계만 투자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VC별 고유 성향과 펀드 규모에 기반하여 유사한 단계에 투자하는 경향은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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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mbaknol.com/business-finance/stages-of-venture-capital-financing/)

 

집중하는 투자 단계에 대한 사전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해당 VC가 운용하는 펀드의 평균 투자가능기업 수 (Number of portfolio)에 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투자전문인력의 숫자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VC가 펀드별로 투자 가능한 회사의 수는 10~20개 내외 정도입니다. VC 입장에서 너무 많은 회사에 투자를 분산하면 관리 및 운영의 효율 측면에서 높은 ROI를 기대하기 힘들고, 소수의 회사에 집중하면 Risk 관리가 어렵습니다.

간단히 예를 들어, 현재 운영중인 펀드 규모가 1,000억원인 VC라면 회사당 평균 투자액은 50억 내외가 될 것입니다. 이 경우 대규모의 후속(Follow-on) 투자가 기대되지 않는 한, Seed 혹은 Series A를 유치하려는 스타트업과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투자 단계와 펀드 규모에 맞는 VC를 중심으로 투자 유치를 권하며, VC별 펀드현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의 부설홈페이지(http://vcic.kvca.or.kr/)의 조합현황 메뉴에 가시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용이 되고 있는 모든 VC조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 있으며, 각 VC의 홈페이지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3. 과거 Track Record와 투자 성향

투자 자체가 재무적인 지원이므로 그것은 가장 본질적이고 일차원적 지원입니다. 회사의 전략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VC가 여하히 장기적인 지원을 해 줄 수 있는지도 투자와 결부하여 중요하게 판단해야 하는 지원 요소입니다. 이는 앞서 말했던 VC의 주요 투자 업종을 고려해야하는 이유와 같은 맥락입니다. 투자유치를 하고 싶은 VC가 기존에 투자한 포트폴리오 사례를 통해 다음 사항 등도 검증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A. 관련 산업에 대한 이해도와 회사의 전략 수립 시 조언할 수 있는 전문성
    B.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하고 글로벌 진출을 꾀할 때 이를 도와줄 파트너십 역량
    C. 핵심인재 영입을 적극 지원해 줄 수 있는 관련 분야의 인적 네트워크
    D. 회사가 경영상의 난관에 봉착하였을 때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를 돌파해 나갈 수 있는 신뢰성이 있는지의 여부

 

또한, 실무적인 지원과 별개로 투자 이후 수년간 파트너로서 장기적인 관계를 가져가는 측면에서 하기와 같은 투자사의 성향과 투자 원칙도 회사의 성향과 잘 맞는지 심사 숙고해야 합니다.

A. 전략적 투자(Strategic Investment)와 재무적 투자(Financial Investment)의 특장점 및 Corporate VC와 독립 VC의 특장점

B. VC의 사후 관리 체계와 정도(‘간섭’이냐 / ‘지원’이냐의 문제)

C. 후속(Follow-on) 투자 성향과 해당 펀드의 소진 상황

 

4. 투자 담당자(Deal Team)의 믿음과 매력

투자의 형식은 기업간의 계약이지만, 투자 담당자(Deal Team)와 창업자간의 믿음과 교감이 성공적인 투자를 이끌어낼 마지막 열쇠입니다. 투자 담당자가 회사의 성장성에 얼마 만큼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가, 투자자와 피투자사 관계를 넘어서서 상호간에 얼마나 인간적으로 매력을 느끼고 있는가, 막힘없는 소통이 잘 되고 있는가 등도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변수입니다.

창업가와 투자 담당자는 Exit을 하기 전까지 보통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까지 회사의 상황을 공유하고 전략을 협의하기 위해 최소 매월 1회씩 이사회나 경영간담회를 합니다. 즉, VC라는 이름으로 투자를 받지만 매월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은 투자 담당자입니다. 담당자와 창업자, 두 당사자간의 ‘궁합’과 ‘신뢰’도 함께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상호신뢰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무한한 도전을 해야 하는 스타트업과 VC 모두가 Win-win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은행잔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창업가의 입장에서는 당장 투자를 해줄 수 있는 VC를 택하는 것이 틀린 선택이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궁합이 맞는 파트너와 함께 가는 것이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을 꾀함에  있어 더 가치있게 보인다면 좀 더 길게 보고 사전에 충분히 고민을 해서 VC를 만나는 것이 옳은 선택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어떤 선택을 하시든지 간에 창업가도 VC도 항상 건승하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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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 Choi

Author Jay Choi

2015년 초 소프트뱅크벤처스에 입사하였습니다. 그전에는 약 3년간 삼성전자에서 재무 업무를 경험했습니다. 기술 혁신을 통한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 특히 B2B 분야에서 그 기회를 발굴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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