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조원 규모의 시장이 단 5년만에 7조원 규모로 성장한 시장이 있다. 바로 아웃도어 시장이다. 2010년 초반 부모님들의 등골을 휘게 만든다고 해서 ‘등골 브레이커’라고 불린 ‘노스페이스’는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빠르게 유행하여 40만원을 호가하는 패딩재킷을 안 가지고 있는 친구가 없을 정도로 전국민 국민패딩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이후 블랙야크, 네파 등 국내 브랜드들이 성장을 시작하였으며 국내 등산문화와 겹쳐 매년 더블디짓 성장을 거듭, 이제는 7조원 규모의 대형시장으로 성장하였다.
[출처: allies.com]
재미있는 사실은 올해 겨울에 이 시장의 추이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올해 9월부터는 언론에서 아웃도어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보도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오늘 지상파 뉴스에서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신상품도 30%씩 할인해서 판매한다는 내용을 보도하였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아마도 이런 현상이 그렇게 새롭지는 않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되는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이를 뒤따르는 “수많은 미투(me-too)제품들” 그리고 극심해진 경쟁으로 인한 시장의 재편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는 한국 드라마의 기승전결과 같이 우리의 삶을 매일같이 함께하고 있는 한국시장 특유의 FMCG (Fast Moving Consumer Goods) 트렌드이다. 90년대 이스트팩과 잰스포츠가 그러하였고, 2000년대 소녀시대의 성공을 뒤따르는 수십여개의 걸그룹이 그러했으며, 슈퍼스타K의 뒤를 이은 수십여개의 오디션 프로그램도 그 맥락을 함께한다고 할 수 있다.
[출처: 수퍼스타K 방송 캡쳐]
중요한 것은 이런 현상은 꼭 전통적인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니지와 디아블로 같은 MMORPG가 성공하였을 때도 유사한 시장 트렌드가 있었으며, 애니팡으로 대변되는 캐쥬얼 게임 시장, 그리고 요즘 “좀 된다” 하는 O2O에는 기본적으로 10개 이상의 미투제품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들 시장의 트렌드를 보면 국내 소비재 전통시장을 그대로 닮았다 다만 싸이클이 5-10년이 아닌 2-5년으로 훨씬 짧고 빠를 뿐이다. 특히 기술력과 제품력의 차별화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에, 신생 벤처회사의 시장트렌드에 대한 이해는 어느 때 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스타트업이 이런 빨리 움직이는 한국시장과 이 안에서의 경쟁양상에서 착안해야 될 점은 다음과 같다.
1) “되는 시장”에 뛰어든다면, 경쟁은 각오해라.
현재 국내에는 국산 아웃도어 브랜드가 약 30개, 해외 브랜드가 약 20개 정도 판매되고 있다. 매출 1,000억 이상의 회사가 즐비하다. 2000년대 초에 2,000억원 규모였던 시장에 단 10년 만에 이렇게 변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치열하다. 돈 좀 된다는 것이 증명되면 여러분의 사업을 즉시 90% 이상을 카피할 (그것도 아주 잘) 회사가 나타날 것이다. 이것은 그냥 기정사실화 하는 것이 좋다. 여러분이 플레이 하는 시장이 매력적이고 잘되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다. 다만 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Why You”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Why You는 정말 유니크한 것이 아니라면 그것 또한 카피 당할 것이다. 경쟁은 각오해야 한다.
[출처: LonHaans 기업 사이트]
2)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은 “기술”이 아니라 “소비자”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첫 시작에는 거위털 (구스)이 몇% 들어가있고 얼마나 방수가 잘되고 등으로 소구하던 시절이 있었다. 고객은 스펙과 브랜드를 중시했고 얼마나 비싼지가 중요했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카피하는 과정에서 외형적인 모습은 점점 유사해져갔고 기술과 가격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시장이 적어도 매스 마켓에서는 점점 더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 성장이 둔화되자 발 빠른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한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가기 시작했다. 이제 “도심에서 입을 수 있는 아웃도어” “정장에도 어울리는 아웃도어”등 소비자가 원하는 아웃도어로 점점 더 진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소비자가 왜 더 이상 투박하고 화려한 색상의 아웃도어를 사지 않는지 이해하고 철저히 고객 중심으로 제품라인업을 바꿔나가고 있는 것이다.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라면 상상도 하지 않을 전략이지만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조건 소비자 중심으로 진화해야 도태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적시에 넘어가지 못한 벤처 또한 도태되기 쉽다.
3) 시장은 곧 포화될 것이다. 진화를 준비하라
국내 시장은 빨리 성장하기 때문에 빨리 성숙할 것이며 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은 점점 악화될 것이고 결국은 성장에 위기가 찾아올 수 밖에 없다. 아웃도어 시장의 예시에서 우린 성장한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성장 둔화를 충분히 볼 수 있다. 아웃도어 시장은 이 후 아웃도어뿐만 아니라 일반스포츠 시장으로 확장하고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시장의 변화에 맞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 좋은 예는 배달시장이다. 2년 정도의 빠른 성장 후에 결국 주요업체들은 수수료를 0%로 인하하였고 정기구독형 사업으로 확장하는 등 진화를 벌써 시작하였다. 이는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만약에 한국에서 “되는 시장”에서 스타트업을 하고 계신다면 항상 진화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4)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는 다면 해외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
한국 시장은 말 그대로 “박 터지게 싸우는” 시장이다. 한국 시장에서 단련된 기업은 혁신성은 뛰어나지 않을 수 있지만 창조적 모방과 과감한 승부수로 통해 글로벌 리더로 부상하기도 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그 좋은 예이다. 따라서 한국 시장에서 성공한 컨슈머 서비스 스타트업이라면 문화적 성향이 적은 아이템이라면 충분히 해외에서 경쟁해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네파의 알프스에 매장을 오픈한 사례,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해외 성공사례,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공적인 해외진출 사례만 보더라도 한국스타트업이 해외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5) 월동을 준비하라. 치킨 게임에서는 버티는 자가 승자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후발주자들은 사업을 접거나, 부도가 나는 형국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건실하게 사업을 운영하며 무리한 확장을 하지 않은 브랜드들은 적절한 시기에 진화와 해외 진출 등의 옵션을 가지고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시장이 포화되는 시점에는 준비된 자와 준비되지 않은 자가 확연히 구분이 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도 유사하다. 승부를 봐야 되는 시점에 승부를 보기 위해서는 무리한 사업확장 보다는 적절한 시점에 수를 둘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적절한 규모의 투자금 유치 및 전략적 확장이 필수적이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사업의 손익분기점 (BEP)와 자금관리는 빨리 성장하는 트렌디한 시장에서는 경쟁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출처: www.pichost.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