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떤 TV 프로그램에 나온 한 연예인이 ‘파운더 (Founder)’라는 말을 사용하더라는 얘기를 가까운 지인이 해 주었다. 지금은 대중매체에서 연예인이 ‘파운더’란 단어를 자연스레 언급하는 시대가 되었나 보다. 얼마 전에 회사를 창업했다는 그 연예인의 말은 대충 이랬다고 한다. ‘저는 파운더로서의 역할을 다 했으니까 이제 이 회사의 성장은 전문 경영인이 맡아서 해 주는 것이 좋겠어요.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제 전문이지만 회사 경영은 자신이 없어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파운더들의 전성시대’이다.
창업 생태계의 활성화로 지난 수 년간 창업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반갑고 바람직한 상황이다. 창업이 늘어났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창업자가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창업이 다 성공으로 귀결 되는 것은 아니라고 통계가 말해 준다. 통계는 이렇게 경고한다. 창업은 쉽지만 성장과 성공은 결코 쉽지 않다고!
투자를 통해서 접하는 성공과 실패의 케이스가 워낙 다양하고 천차만별인 까닭에 그 요인을 정리해 보는 것은 다소 무모한 짓이다. 하지만 창업자의 앞길을 단순화시켜보면 3갈래 길로 나눠 볼 수 있다.
성공한 창업자 & 성공한 기업가 & 실패한 창업자
위의 3갈래 길을 설명하기 전에 우선 창업자(Founder)와 기업가(Entrepreneur)는 어떻게 다른 것인지 알아보자.
이 두 개념을 학술적으로 분석해서 분류해 놓은 것은 없다. 따라서, 경험적인 측면만 가지고 이야기 한다면 앞서 언급한 ‘연예인 파운더’의 일화를 그대로 적용해 볼 수 있겠다. 즉,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지고 기업을 설립한 사람은 창업자이다. 그렇게 설립한 스타트업이 제대로 된 조직과 자금을 갖추어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게 만드는 사람이 기업가이다. 성공의 유무를 떠나서, 창업자는 기업가가 될 수도 있고, 기업가가 되지 못할 수도 있고, 의식적으로 기업가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창업은 성공을 위하여 시작하는 행위이다. 실패를 경험하고 싶어서 창업하는 사람은 없다. 성공의 모습이 다분히 주관적일 수는 있으나 ‘성공과 실패’를 대입해 과연 창업자의 3갈래 길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 보도록 하자.
–
성공한 창업자
연예인 파운더의 사례가 딱 적절하다. 물론, 창업자가 기업 경영의 경험이 있는 훌륭한 전문가를 영입해서 그 전문경영인이 사업을 성공시켜야 하겠지만 말이다.
야구로 친다면 선발투수가 이에 해당된다고 본다. 뭐든지 시작을 잘 하는 사람이 있다. 아이디어도 늘 넘쳐나고, 친화력도 탁월해서 모임도 잘 만들고 주저함도 없어서 용기있게 무언가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보통 쉽게 창업을 한다. 또는 아주 특별한 재능이나 기술이 있는데 그것을 썩히는 것은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불쑥 창업을 하는 사람들도 자주 눈에 띈다.
막상 창업을 하여 사람들을 모으고 투자도 받았으나 어느 순간 불쑥 ‘아, 내가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했구나. 지금 이 훌륭한 아이디어나 기술을 상품이나 서비스로 만들어 낼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막상 시장에서 승부를 걸기에는 부족함이 너무 많구나’하고 깨닫는 순간이 왔을 때 창업자는 아주 편안하게 이런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래, 정말 중요한 것은 회사의 가치이지. 그렇다면 그 가치를 더 높여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이 일을 맡아서 하면 좋겠네. 가만있자, 누가 있을까?’
기업에서의 지위나 직책 따위에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자신이 보유한 지분 가치가 어떻게 하면 더 상승할 수 있을까에 집중하면 창업자 명함의 타이틀은 아주 다양하게 바뀔 수 있다. 지위의 높낮이가 아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인 것이다.
여러분들이 잘 아는 성공한 창업자는 누가 있는가?
–
성공한 기업가
프로야구가 출범하기 전 가장 인기 있던 스포츠 중 하나는 고교야구였다. 아직 어리고 어깨와 체력이 쌩쌩하다 보니 이른바 대어급 고교야구선수들은 잘 던지고 잘 쳤다. 덧붙여, 며칠간 계속되는 경기에서 완투, 완봉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지금 프로야구팀의 감독들이 주로 그들이었다. 창업자로 출발해서 기업가로 거듭나 성공한 사람들도 비슷한 모습이 아닐까 한다.
창업과 성장과 성공의 결실을 혼자서 마무리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은 흔치 않다. 성공의 크기를 떠나서 전 과정을 혼자 책임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전략적인 역량을 갖추려면 경험이 있어야 한다. 만약에 경험을 다 가지지 못한 상황이라면 적어도 한가지 역량은 확실하게 가지고 있어야 한다. 조직을 다룰 줄 아는 역량!
기업 경영은 다양한 전문적인 역량이 잘 조직되고 합쳐져야 성공에 이르게 된다. 무엇 하나 빠져서는 안 된다. 조직, 인사, 재무, 회계, 마케팅, 영업, 고객관리, 주주관리, 법률 등이 무조건 필요할 것이고 회사의 사업 범주에 따라서 생산, 서비스, 해외시장개척 등이 추가될 수 있다. 탁월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출발하지만 결국 창업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을 기업답게 만드는 일이다. 한 사람의 창업자가 모든 것을 다 아우를 수 없기 때문에 창업자가 기업가로 성장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은 필요한 능력을 갖춘 인재를 적재적소에 데려와 동기부여를 하고 이끌어 나가는 역량인 것이다.
혹시 딱 떠오르는 성공한 기업가가 누구인가?
–
실패한 창업자
사실 통계적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글을 쓴 목적도 이 범주에 들어가는 분들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너무나도 다양한 사례의 실패로 인해 도저히 설명하거나 조언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답답함은 배가된다. 어쩔 수 없이 각자가 알아서 호기로운 창업을 슬기로운 성장으로, 그리고 멋진 성공으로 마무리 지으라고 할 수 밖에는 없다.
하지만, 기업가로 성장해 나가지 못하고, 다른 경영자를 영입하여 성공한 창업자로 남아 있지도 못한 채 창업 후 수년 째 애매모호한 ‘창업자’의 지위에만 머물고 있는 분들이 지닌 특징 10가지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물론 실패의 이유는 수 만가지도 넘겠지만.…
- 지나치게 낙관적이며, 그 낙관의 근거가 모호하다
- 똑똑하다. 그리고 그 똑똑함으로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 본질적인 것 보다는 눈에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 끼리끼리 조직문화에 익숙해서 조직의 성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거나 혹은 정반대로 지나치게 귀가 얇다
- 비전을 공유하는 것에 서투르고 혼자서만 미래를 얘기한다
- 큰 틀에서 전략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고 작은 일에 몰두한다
- 단호함과 냉정함이 부족하여 치명적인 순간에 결정을 하지 못한다
- 자신의 역량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리는 것을 주저한다
- 무엇보다도 스타트업 경영의 핵심인 자금흐름을 관리하지 못한다
시장과의 싸움에서 혹은 경쟁자와의 전투에서 진 창업자들은 그 실패를 딛고 일어설 기회를 다시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자기 조직과 회사를 관리하지 못해서 무너지는 창업자들은 그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엄청난 속도로 성장해 나가야 하는 스타트업의 창업자는 자기보다 특출나게 뛰어난 조직 구성원과 함께 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능력의 핵심은 잔재주가 아니라 인격과 품성이다. 완벽한 인격과 품성이라는 것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창업을 한 사람들은 부단하게 자신을 단련시켜 성장해 나가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하며, 계속할 능력이 되는지, 일단 멈추고 더 뛰어난 사람을 찾아서 맡겨야 하는지 결정할 수 있는 판단력을 키우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기업은 창업자 혹은 기업가의 수준과 철학만큼, 딱 그만큼만 성장한다.